이란 전문가회의, 하메네이 차남 후계 검토…강경파 득세하나

▲ 하메네이 차남 모즈타바

이란이 사망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후계 구도를 둘러싸고 중대한 기로에 섰다. 차남인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유력 후계자로 부상하면서 권력 지형의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이란 당국자들을 인용해 최고지도자 선출 기구인 전문가회의가 화상회의를 열고 모즈타바를 후계자로 선출하는 방안을 심의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소식통은 4일 공식 발표 가능성도 거론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이미 모즈타바가 차기 지도자로 선출됐다고 전했다.

올해 56세인 모즈타바는 공식 직함은 없지만, 이란 권력 핵심부에서 막후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인물로 평가된다. 특히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정보기관 내에서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에 따르면 혁명수비대는 모즈타바가 위기 상황에서 국가를 이끌 자질을 갖췄다며 선출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란 전문가인 발리 나스르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모즈타바가 선출될 경우, 이는 정권 내 강경 혁명수비대 세력이 주도권을 장악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후계자로 공식화될 경우 미국과 이스라엘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수개월간 이어진 반정부 시위의 유혈 진압과 맞물려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하메네이는 생전 최고지도자직의 세습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바 있어, 차남 승계는 체제 정당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권력 세습에 대한 내부 성직자 집단과 대중의 반발 가능성도 변수다.

테헤란의 정치 분석가 메흐디 라마티는 NYT에 “모즈타바는 안보·군사 운영에 정통해 현실적 선택일 수 있다”면서도 “일부 대중은 매우 격렬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종 후보군으로는 온건 성향 인사들도 거론된다. 헌법수호위원회 위원인 알리레자 아라피와 이슬람 혁명 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손자인 세예드 하산 호메이니가 대표적이다.

아라피는 고위 성직자이자 이슬람 법학자로 종교적 정통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하산 호메이니는 개혁파 성향으로, 성직자 그룹과 혁명수비대 양측에서 일정한 신망을 얻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과도기 실권을 쥔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도 후보군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이란 최고지도자는 헌법에 따라 88명의 고위 성직자로 구성된 전문가회의에서 선출된다. 이번 선출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47년 역사상 두 번째다.

1989년 6월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사망 직후 전문가회의는 단 몇 시간 만에 하메네이를 후계자로 선출한 바 있다.

이번 승계 과정은 단순한 지도자 교체를 넘어, 이란이 강경 노선으로 더 기울지 혹은 내부 균형을 모색할지 가늠하는 중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크리스천매거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