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엄마

서울경찰청 경목실장 신동우목사


“내 사랑하는 딸아, 내가 너를 세상 가운데 세우리라. 아프고 병든 자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리라”는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 이지선 씨의 어머니는 정말 용감한 엄마입니다. 그 약속을 붙들고 열네 번의 수술을 거치면서 고통스러워하는 딸의 곁을 기도로 지켜 주었습니다.

이지선 씨는 말합니다. “어머니는 23살짜리 전신 화상둥이 딸을 데리고 일본으로 떠났습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어머니는 많은 사람들에게 허리를 굽혀야 했습니다. 일본병원에서 수술하기 전에 기운을 차리게 해주고 싶어서 삼계탕을 먹이겠다며, 한국에서 보내준 포장 삼계탕을 가지고 병원 주차장 구석에 몰래 숨어서 휴대용 가스레인지로 끓여 주었습니다. 삼계탕이 든 냄비와 전자레인지를 들고 주차장에서 병실까지 얼마나 많은 눈치를 살피며 가야 했는지 모릅니다. 목숨을 걸고 재수술을 받으러 들어갔을 때 병원 교회의 기도실을 찾아 얼마나 눈물의 잔을 마셨을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합니다.”

이지선 씨의 어머니는 용감했습니다. “일본병원 밥은 맛이 없다며 더 맛있는 것을 먹이고 싶어서 일본어도 안 되는 상황에서 손짓 발짓해가며 음식을 사 와서 먹여 주시던 엄마. 그러면서도 속상한 표정이나 고통의 모습을 잃어버린 사람 같기에 은근 계모라는 별명이 생겼답니다. 일본병원에서 이식한 피부가 착상될 때까지 꼼짝도 못하고 있을 때 엄마는 세상 전부였습니다. 그런 엄마는 항상 세상의 재미있는 얘기만을 들려주었습니다. 오늘 병원 매점에 뭐가 새로 들어왔고, 식당 앞에서 파는 싸구려 가방이 어떤 모양인데 살지 말지 고민이라든지, 맨 앞 병실에 있는 꼬마 환자의 오늘 상태는 어떤지, 지금 간호사실에서는 무얼 하고 있는지 등의 결코 재미있을 수 없는 똑같은 병원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병실 문을 나설 수 있는 엄마가 제일 부러웠던 것은 평범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이지선 씨의 어머니는 한 번도 한숨을 쉬신 적이 없었습니다. 걱정을 하신 적도 없고, 눈물을 보인 적은 더욱 없었습니다. 엄마의 마음에 쌓인 슬픔은 많았겠지만 소리 내어 통곡하고픈 순간에도 엄마는 미소를 지어 주셨습니다. 평생 고칠 수 없는 화상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미어집니다. 전신화상 환자를 바라보면서 가슴으로 새기는 엄마는 진정 용감한 엄마입니다.
“용감한 엄마의 마음을 지켜 주는 손길, 그분은 하나님이십니다.”라고 이지선 씨는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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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