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 800만 돌파…단종 신드롬, 극장가에 온기 불어넣다

▲ 사진출처=왕과사는남자 인스타

극장가 불황 속에서도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개봉 26일 만에 관객 8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단종의 생애 마지막 4개월을 그린 이 작품은 익히 알려진 비극적 역사를 민초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며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조선 6대 왕 단종은 열두 살에 즉위해 3년 만에 숙부 세조(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강원도 영월 유배지에서 17세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군주다. 영화는 1457년 6월 유배를 떠나 10월 세상을 떠나기까지의 시간을 상상력으로 채워 넣는다.

그간 단종과 세조, 한명회 등을 다룬 작품들이 지배층 내부의 권력 다툼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영화는 광천골 마을 사람들과의 교감을 중심에 둔다. 먹고 사는 문제와 자식 교육을 고민하는 평범한 이들의 삶 속에서, 쫓겨난 왕은 ‘딴 세상 사람’이 아닌 이웃으로 그려진다.

특히 식음을 전폐하던 단종이 마을 사람들이 차린 소박한 밥상을 통해 삶의 의지를 되찾는 장면은 관객의 마음을 울린다. 반복되는 식사 장면은 밥을 짓는 사람과 먹는 사람 사이에 싹트는 신뢰와 연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속 단종은 연약한 소년 군주에 머물지 않는다. 산에서 호랑이를 마주한 마을 사람들을 감싸며 “네 상대는 나다”라고 외치는 장면은 백성을 지키려는 군주의 의지를 드러낸다. 나락으로 떨어진 상황에서도 책임을 다하려는 모습은 오늘날 관객이 기대하는 지도자상과 맞닿는다.

엄흥도와의 관계 역시 영화의 또 다른 축이다. 단종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해야 하는 인물이었던 엄흥도는 후반부에 이르러 권력의 지시를 거스르고 단종을 지지한다. 왕과 백성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성장하는 서사는 민주사회에서의 이상적 리더십을 떠올리게 한다.

한명회를 연기한 배우 유지태의 강렬한 카리스마는 대비 효과를 극대화한다. 권력의 욕망을 상징하는 인물과, 민초 속에서 인간적 면모를 드러내는 단종의 모습은 극적 긴장감을 형성한다.

연출을 맡은 장항준 감독은 정사와 야사를 교차시키며 역사의 빈틈을 상상력으로 메웠다. 단종과 엄흥도의 유기적 관계를 통해, 과거의 이야기를 오늘의 메시지로 확장했다는 평가다.

흥행 요인으로는 배우 유해진과 박지훈의 열연이 꼽히지만, 그 바탕에는 ‘왕과 백성이 서로를 지킨다’는 따뜻한 서사가 자리한다. 관객들은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와 장릉을 찾고, 관련 서적을 다시 펼쳐보며 역사 속 인물을 현재의 시선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비극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관객이 극장을 찾는 이유는 분명하다. ‘왕과 사는 남자’는 권력의 서사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로, 단종을 다시 살아 숨 쉬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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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