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진 사회복지법인 “이웃과 함께” 대표이사
미국 연방 조폐국은 2025년 새로 발행되는 25센트(약 340원)짜리 동전에 한국계 인권운동가인 여성장애인 스테이시 박 밀번(1987~2020)의 얼굴을 넣는다고 발표하였다. 미국 화폐에 한국계 인물이 등장하는 건 사상 첫 번째 있는 일이다.
스테이시 박 밀번(Stacey Park Milbern)은 1987년 서울에서 주한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선천성 근이양증을 가지고 태어난 그는 부모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로 이주했으며 그의 부모는 중증장애인인 밀번에게 “너는 다른 아이와 다르지 않다”라는 가정교육을 받으며 살았다. 그러나 티 없이 맑게 자라던 초등학교 4학년 때 낙상사고와 몇 번의 넘어짐을 통하여 자신의 몸이 타인과 다르다는 것을 심각하게 알게 되었고 이런 그의 자의식은 그를 인권운동가로 성장시키는 씨앗이 되었다.
그녀는 한국보다도 사회적으로나 환경적으로 훨씬 발달 되어 있는 미국 사회지만 중증장애인으로 살면서 겪어야 하는 인권적인 침해와 불편함, 부당함, 그리고 사회적으로 어떻게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 될지에 대하여 글을 써서 발표하였고, 블로그 등 SNS를 통하여 자신의 생각을 전달함으로써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청소년 장애인 운동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노스캐롤라이나 주 정부 산하 장애인협회 위원에 선정되었고, 10월을 “장애인 역사 인식의 달”로 지정함과 함께 장애공립학교에서의 장애인 역사교육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 시키는데 역할을 하였다.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한 그는 유색인종, 노숙인, 저소득층 등을 위한 권리증진에 앞장섰으며 2014년 오바마 정부 직속 기간인 지적장애 위원회에서 장애인 정책 자문 위원으로도 활동하였다.
우리나라 화폐를 보면 국가를 위기에서 지켜냈거나 국민정신의 기조를 세우신 분들, 또는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한글을 창제하신 분등 대대손손 존경받을 위인들로 채워져 있다. 그만큼 화폐에 등장한다는 자체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위대한 사건인 것이다. 물론 미국이란 나라는 이벤트가 강한 의의를 지니기도 하며 우리나라와는 좀 다른 느낌이기는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화폐에 얼굴을 새겨 넣는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미국 조폐국 (USM)에 따르면 2022~2025년까지 4년간 미국여성계에서 업적과 공로가 큰 인물을 기리기 위해 25센트 주화 뒷면에 얼굴을 새기는 아메리칸 위민 쿼터스 프로그램 (American women quarters program) 프로젝트를 진행해왔고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한다. 이 프로젝트는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미국 수정헌법 제 19조 발효 100주년을 기념하여 2020년 연방의회가 통과 시킨 법에 따른 것이다.
프로그램 책임자인 벤트리스 깁슨 국장은 “주화 제작을 통해 여성들을 예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미국 역사에 공헌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변화를 이끈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이전에 동전에 새겨진 여성들로는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인 샐리 라이더와 미국 최초의 프리마 발레리나인 마리아 톨치프, 프랭크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부인인 엘리너 루즈벨트 등이 있으며, 이번에 선정된 사람들은 밀번 이외에 흑인언론인 아이다 웰스, 걸스카우트 창립자 줄리엣 고든, 천문학자 베라 루빈, 흑인 테니스 선수 앨시어 깁슨 등이다.
한편 밀번이 앓았던 “근육디스트로피“란, 몸의 근육을 만들어주는 단백질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해 근육이 차츰 약해지는 병이다. 원인은 19번째 염색체에 위치하고 있는 유전자의 유전적 변이에 의해서 유발된다. 현대의학으로는 전혀 치료 방법이 없고, 어서 빨리 신약이 나오거나 기적을 바라는 수준이다. 성별과 관계없이 발생하며 여성이 남성에 비해 유전적 요인이 높아서 아기를 낳을 경우 환아가 출생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 내 주변에 같은 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말에 의하면 처음에는 이유도 없이 자주 넘어지다가 점차 뛰지 못하고 걷게 되며, 서기도 힘들게 될 상황이 오면 오리걸음으로 앉아서 이동하고 나중에는 앉기조차 어려워지다가 눕게 되고 끝내는 호흡도 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우리 공동체에서 생활했던 한 여성은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하여 아들을 낳았는데 다행이도 현재 서른 살이 넘도록 발병하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필자는 30여 전 강원도 춘천에 집회차 갔다가 어느 분의 안내를 받아 방문한 집에 아버지와 아들 4형제가 나란히 누워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참혹한 모습을 보고 아주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 장애인이 미국 등 외국에서 여러 방면으로 두각을 나타낸 일은 여러 번 있었지만 화폐에 얼굴이 새겨진 경우는 전혀 없었다. 밀번은 여성장애인으로는 드물게 트랜스젠더인 퀴어(Queer)이며, 그래서 더욱이 성소수자들의 인권과 사회참여에 걸림돌이 되는 것에 대한 철폐운동에도 앞장섰다. 파란만장한 일생을 보냈던 그녀는 33번째 생일인 2020.5.19.일에 신장암 수술 후유증으로 생을 마감했다. 필자는 퀴어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녀의 삶은 돌이켜 보면 그의 생애는 스펙터클 했으며 그의 죽음은 매우 드라마틱했다 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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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