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야 내모자 돌려줘!

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나은혜 목사

▲ 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나은혜 목사


평소 카톡을 잘하지 않는 남편에게서 카톡이 왔다. “당신을 바다로 보내지 않아서 감사!! 당신이 바다에 빠지지 않아서 감사! 당신이 유유히 바다 속으로 가버리지 않아서 감사! 룸메이트 목사님께 감사! 어서 집에 오세요. 명동에 모자 사러 갑시다. “

속초 외옹치바닷가에서 해변을 거닐다가 강한 바람에 모자가 벗겨져 바다에 빠져서 나는 그 모자를 건지려고 했다가 자칫 바다에 빠져 위험할 수도 있었다. 그때 함께 거닐던 여목사님이 빨리 나오라고 소리쳐서 바다에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보내온 남편의 카톡문자였다.

우리 집에 모자가 여러개가 있었지만 작년엔가 남편이 동네 양품점에서 사 준 모자를 나는 아주 좋아해서 늘 애용했었다. 베이지색에 디자인도 심플하고 구김살도 없고 가벼워서 4계절을 써도 무난한 모자다 보니 이번 속초여행에도 나는 그 모자를 가지고 갔었다.

지난 달 6월 26~27일 양일간 나는 강원도 속초에 있었다. 속초 마레몬스 호텔에서 장신여동문여름수련회가 ‘여성리더십 빌드업(build up)’ 이라는 주제로 열렸기 때문이다. 참석을 안하려다가 여동문회장의전화를 받고서야 참석하기로 했다.

등록후 첫날은 예배와 성찬식이 있었고 후배들에겐 장학금 수여식과 현역으로 뛰는 사역자에겐 ‘빛나는 장신여동문상시상식’ 이 있었다. 그리고 아시아코치센터 우수명대표의 ‘여성리더십코칭’이란 제목으로 좋은 강의를 들었다.

불고기전골로 저녁을 먹은후 코이노니아 시간과 ‘함께품는기도회’를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룸메이트는 평소 알고 지낼뿐만 아니라 나에게 호감을 가진 분이었다. 그 목사님과 한방을 쓰는 룸메이트가 되어서 나는 또 감사했고 좋았다.

호텔 객실에는 더블침대 하나와 싱글침대 하나가 있었는데 룸메이트가 된 여목사님은 연장자인 나에게 큰 침대를 쓰라고 양보 했다. 나역시 누가 룸메이트가 되든지 섬기려는 마음을 갖고 있었기에 꿀마스크팩을 두개 준비해 가지고 갔다.

저녁에 룸메이트 얼굴에 꿀마스크팩을 해 주었다. 나도 팩을 하고 누워서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룸메이트 목사님은 사역현장에서 몹시 지쳐 있었는데 이번 수련회를 통해 힐링을 받고 싶어서 옥천에서 5시간을 운전해서 왔다고 하였다.

얼굴에 꿀팩을 받으면서 행복해 하는 룸메이트를 보니 나도 함께 행복해졌다. 나는 또 룸메이트에게 주려고 준비해온 한방폼클렌징 한개를 선물했다. 룸메이트도 나에게 양말한켤레를 선물하였다. 나는 아침에 그 양말을 신었다.

그날 낮에 생명을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사건이 기다리고 있는줄도 모르고 우리는 마냥 즐겁게 함께 아침으로 호텔조식을 먹고 기념으로 사진들도 찍어 두었다. 그리고 조별로 준비된 버스를 타고 바닷가를 향해 출발 했다.

롯데 리조트가 있는 속초외옹치바닷가는 매우 아름다웠다. 바닷가에 설치해 둔 둘레길을 걸어서 해변에 다다르자 여러 사람이 해변을 걷기 위해 신발을 벗어 들고 바닷가 해변으로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나는 왠지 신발을 벗고 해변가에 들어가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자꾸 권했다 건강에 좋으니 잠시 들어가서 맨발로 모래위를 걷고 오자고 말이다. 그래서 몇 명이 함께 신발을 벗어놓고 해변가로 들어섰다. 발바닥에 모래가 닿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는 해변가를 거닐었다. 그때 세게 불어온 바닷바람에 모자가 벗겨져 날아서 바다에 빠지면서 나는 모자를 잡으려고 바다로 걸어 들어갔다. 모자는 금방 손에 잡힐듯 잡힐듯 했지만 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모자는 조금씩 바다안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었다.

나와 룸메이트였던 옆에 있던 여목사님이 자기가 모자를 건져 오겠다고 걱정 말라고 했다. 자기는 수영을 잘하니 들어가서 모자를 건져오겠다는 것이다. 수영복을 입은것도 아닌데…밀려 나갔던 파도는 세차게 들이쳤다.

그러나 모자는 점점 바다안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보통 서서히 깊어지는 해변가라고 생각하고 마음 놓고 모자를 잡으러 바다로 더 들어갔다. 그런데 이곳은 완만하게 서서히 깊어지는 해변가가 아니었다.

발목에 오던 바닷물에서 순식간에 경사가져서 지대가 깊어 지면사 갑자기 꺽이듯이 푹 들어 갔다. 나는 거의 허리까지 바다물에 푹 빠졌다. 아이쿠~ 이젠 옷도 다 버렸군…그래도 나는 모자를 건지려는 의지를 놓지 않고 바다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만 더 손을 뻗으면 모자를 잡을 수 있을것 같았다.

그때 함께 해변을 산책하던 다른 여목사님이 놀라면서 큰소리를 질렀다.“아유~ 어서 나와요. 모자는 그냥 바다로 보내버려요. 그러다가 큰일 당하는 거예요.” 나와 룸메이트 목사님은 그 말에 정신을 차리고 해변가로 나왔다. 모자는 점점 바다 안쪽으로 떠밀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게 바다바람도 거세고 파도가 강했다

우리는 혹여나 파도가 칠때 해변가로 모자를 밀어내주지나 않을까 하고 한참을 바라 보았지만 그건 그저 우리의 희망에 불과 했다. 모자는 파도가 칠때 해변가로 오려는듯 하다가는 조금더 멀리 조금더 멀리 먼바다안으로 점점 사라져갔다.

아… 저모자… 내가 얼마나 아끼고 좋아하는 모자인데… 남편이 작년에 사준 이후 외출할때 거의 한번도 안가지고 나간적이 없을 정도로 나는 그 모자를 좋아했다. 심지어 외출할때 휴대하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현관앞에 늘 걸어 두었다.

그처럼 만만하게 애용하던 모자를 잃어버리다니 못내 아쉽기만 했다. 물론 집에 내모자는 여러개가 있다. 하지만 다른 모자들은 이번에 바다로 보내 버린 모자처럼 잘 쓰게 되지 않았다.

나는 얼마나 그 모자를 좋아 했는지 외출할때마다 핸드백에 넣어서 가지고 나갈 정도였다. 밖에 햇빛이 나면 양산처럼 금방 쓸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서 늘 가지고 다녔다. 잃어버린 그모자는 애석하게도 내가 유난히도 좋아하는 모자였는데…

문득 속초 외웅치 바닷가를 떠나면서 차에서 밖을 내다 보는데 전광판의 글이 눈에 들어 왔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언뜻 봤기 때문에 정확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동해의 너울성파도 조심하세요’ 라는 문구였다.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내가 모자를 잃어 버린 일이 화제가 되었다. 그중에 위기중심적인 어떤 여목사님은 이번에 무슨일 났으면 다시는 여동문 수련회를 바닷가로 가지 못할뻔 했다는 말도 한다. 나는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을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집에 오니 남편이 난리가 났다. 큰일날뻔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너울성파도를 검색해서 나를 보여 주었다. 나는 그때서야 동해안이 너울성파도가 많은 곳인것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내가 당한 상황이 매우 위험했었다는 것도 말이다.

남편이 농담처럼 한마디를 던진다. “용왕님이 예쁜 미녀목사 두사람을 데려 가려다가 놔 줬구만. 바다에 더 들어가지 말라고 소리쳐준 여목사님에게 진심으로 고맙네” 남편의 심중을 헤아려보니 십년감수 했다는 표정이었다.

사실 나도 룸메이트도 수영을 꽤 한다. 그래서 겁없이 바다에 뛰어들려 했던 것이다. 물론 바다 수영을 해본적은 없지만 풀장에서 놀던 수영실력 가지고 거대한 바다와 맞설수는 없었으리라.

남편 말이 너울성 파도가 치는 곳은 수영해서 나오려고 하면 할 수록 반대로 바다속으로 조금씩 조금씩 끌려 들어간다는 것이다. 사고는 정말 눈깜짝할 사이에도 발생하고 순식간에 일어난다.

아… 아직 나에게 사명이 남은 모양이다. 내가 애착을 가진 모자가 아무리 좋고 아까워도 위험을 무릅쓰고 건질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 순간만큼은 나도 룸메이트도 오직 모자를 바다에서 건져올 생각만 했다는게 문제였다.

그때 천사처럼 나타나 모자 건지는데 정신이 집중된 우리를 위험하다고 깨우쳐 준 사람이 있었다. 그 목사님은 모자는 바다로 보내 버리고 빨리 바다에서 나오라고 그러다가 큰 일 난다고 외쳤다. 만약 그 분이 없었더라면 룸메이트와 나 우리 두사람은 바다속으로 더 들어가는 무모한 행동을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날은 하나님의 은혜로 나와 룸메이트 여목사님이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 구원받은 날인지도 모른다. 남편은 모자를 바다에 빠트린 6월27일을 나의 제2의 생일을 삼겠다고 한다. 삶과 죽음은 이처럼 가깝다. 그러므로 오늘 내가 살아 있는것이 또하나의 기적이 되었다.


그가 그의 말씀을 보내어 그들을 고치시고 위험한 지경에서 건지시는도다(시 107:20)

<저작권자 ⓒ 크리스천매거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송혜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