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평소 밝고 책임감 강하던 한 젊은 회사원이 갑작스레 길 위에서 쓰러진 뒤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 상태에 빠졌고, 이후 자신의 심장과 양측 신장을 기증해 세 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사실이 알려졌다.
고(故) 김문수(34)씨는 부산에서 태어나 1남 1녀 중 첫째로 자랐으며, 학창시절에는 전교회장·반장을 역임하는 등 주변으로부터 밝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기억돼 왔다. 졸업 후에는 성균관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마치고, 차량용 음성 인공지능(AI) 회사에서 근무하며 사회 초년기를 보내던 중이었다.
그러던 지난 8월 어느 날, 그는 도보 중 갑작스레 쓰러져 인근 행인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이후 뇌사 판정을 받았다. 유족에 따르면 그는 평소 가족에게 “내가 장기기증을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지만, 가족들은 처음엔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문수씨는 “생명을 살리는 일인데 좋은 것 같다”며 기증 의사를 계속 품어왔다.

이번 기증은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지난 23일 밝혔다. 그는 아주대병원에서 심장과 양측 신장을 기증했고, 이로써 기증받은 세 명은 새로운 삶을 이어가게 됐다. 국내에서는 아직도 뇌사 및 장기기증 활성화에 과제가 많다. 예컨대 2018년 자료에 따르면, 잠재 뇌사자 신고 대비 실제 기증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낮았고 가족 동의 거부율도 상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이 자신의 삶을 마감하는 순간에도 ‘생명 나눔’의 가치를 실천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 유족과 의료기관 관계자는 “문수씨의 기증 결정이 다른 이들에게도 장기기증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기증자는 생전에 기증희망등록을 해두었거나 가족 동의를 통해 기증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기증 의사 표명과 가족 간 대화가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한층 더 깊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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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