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나은혜 목사
오늘은 하루 종일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정확히 말하면 그제부터 분주하게 보냈다. 삼주간 일정으로 해외에 다녀 와야 하기 때문에 집안정리를 해 놓고 가려는 것이다. 나에게 언제부터 여행 떠나기전에 이처럼 집안정리를 철저히 하는 습관이 붙었는지는 딱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비교적 짧은 단기여행으로 집을 비우고 떠날 때도 집정리를 하고 떠나지만 특히 장기간 여행을 떠날때 나는 더욱 집정리며 청소에 심혈을 기울인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집을 청소하고 잘 정리해 놓고 떠나야만 마음이 놓이는걸 어쩌겠는가
그러다보니 여행 떠나기 전날과 전전날은 정말 정신이 없다. 냉장고의 음식물 정리부터 시작해서 침구세탁을 하고 거실에 깔아논 카페트까지 걷어다가 모두 세탁을 한다. 그리고 나서 화장실을 포함해 온집안을 청소해야 한다.
어디 그것뿐인가 여행을 다녀와서 먹을 배추김치와 알타리 김치도 담가서 김치냉장고에 넣어 두고 가야 안심이 된다. 갓담근 김치는 내가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쯤이면 김치냉장고 안에서 맛있게 익어 있을 것을 상상하면서 미리 김치며 알타리김치를 담가 두는 것이다.
집안에서 키우고 있는 초록이(화분)들에게도 잠시의 작별을 고하며 물을 듬뿍 준다. 남편의 서재 창가 서랍장 위에 놓인 뱅갈나무가 무척 자랐다. 손바닥 한뼘 만한 것을 사다가 키웠는데 곧 천장에 닿을 기세이다. 몇주 있다가 여행에서 돌아오면 아마 천장에 닿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집안 구석 구석을 정리하고 나서 여행 가방을 싸기 시작한다. 자그마한 기내용 가방에 옷과 소지품들을 넣다보면 금방 가방이 가득 찬다. 여행을 다녀보면 짐을 너무 줄여도 여행지에서 아쉬울때가 많다. 때문에 조금 장기간의 여행이 될때는 돈을 더내고 짐을 부치더라도 필요한 물건들을 빼놓지 말고 넣어 가는 것이 좋다.
요즘은 예전과 다르게 저가항공들이 많고 티켓값에 선택사항이 많아서 유류값만 내고 비행기를 타면 무척 저렴하게 티켓을 끊을 수도 있다. 2~3일 혹은 3~4일 동안 짧게 다녀오는 여행이라면 그것도 좋을 것이다. 단 짐을 아주 적게(항공사따라 7킬로~10킬로이내)가져가야 한다.
아무튼 여행을 떠나는 이에게 집은 다시 돌아오기 위한 곳이다. 내가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안심이 되는가. 돌아올 집이 있는 사람은 여행을 길게 가든지짧게 가든지 걱정을 하지 않는다. 여행에서 돌아와도 언제든지 머물 곳이 있고 쉴곳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행에서 돌아와도 돌아갈 집이 없는 사람이라면 과연 어떨까? 하루하루의 삶이 즐거운 여행이라기 보다는 그저 고된 방랑자의 삶일 뿐이지 않을까? 최근에 선교지에서 은퇴하고 고국에 돌아오는 시니어 선교사들이 많아졌다.
고국에 돌아오는 선교사들의 가장 큰 문제는 거주할곳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다. 국내에 선교사들을 위한 게스트룸들이 있지만 대부분 단기간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언제 고국에 들어와도 내 한몸 쉴 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이 있는 집이 선교사에게도 필요하다.
임대아파트나 아니면 원룸이라도 장기 거주할 자신의 집이 있는 선교사는 안심을 하게 된다. 자신의 집이 있으면 우선 자신의 짐을 보관해 둘 수 있어서 좋다. 많은 선교사들이 짐을 보관할 때가 없어서 친척집이나 지인집에 맡겨두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가정도 모든 살림을 다 정리하고 선교지로 떠났을때 그래도 책 얼마 하고 가족의 추억이 담긴 기념물이며 수첩이며 그외에(아이들 낳았을때 떨어진 배꼽같은 중요한 추억)등이 담긴 상자를 후원교회 지하실창고에 맡겨 보관했다가 담임목사님이 바뀌면서 가져다 버려서 없어져 버렸다.
그러나 돌아올 집이 있는 사람은 아무리 긴 여행을 떠나도 걱정할것이 없다. 집 열쇠만 가지고 떠나면 언제든 돌아와서 문을 열고 들어가서 쉴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여행을 떠날때 집을 잘 정리하고 청소해두고 떠나는 습관이 붙은 것도 아마 선교지에서 살면서 집 떠날 일이 많아서 생긴 것일 것이다. 여차하면 떠나야 하니까 말이다.
이땅에서의 삶도 이처럼 잘 정리된 돌아갈 집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 돌아갈 영원한 집이 있다. 그곳을 우리는 ‘돌아갈 내고향 하늘나라’라고 부른다. 이땅에서 사는 동안 영원히 거주할 자신의 집을 천국에 소유하고 사는 사람은 가장 복된 사람이다.
그런데 이땅에서처럼 누구나 가야할 영원한처소는 내가 사거나 빌리거나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영원히 거해야 할 처소는 준비해 주는 분이 따로 있다. 그분은 바로 예수님이다. 이땅에서 ‘예수로 나의 구주 삼고 성령과 피로서 거듭난’ 사람들을 위해서 예수님은 하늘처소를 준비해 두신다고 약속하셨다.
길어야 백년미만의 삶을 살다가는 이땅에서도 여행을 떠나면서 돌아가야 할 자신의 집을 잘 정돈하고 청소해 두고 떠난다. 왜냐하면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때 기분 좋게 집에 들어가기 위해서이다. 그래서여행준비로 분주하고 바쁘더라도 집안을 잘 정리하고 청소해 두는 것이다. 그런데 영원한 우리 각자의 집이 천국에 준비되어 있으니 참 얼마나 좋은가?
‘사람에게 한번 죽는 것은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라’고 성경에는 기록하고 있다. 다 잊고 살아도 이것만은 꼭 기억하고 살아야 한다. 그리고 예수 믿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너희를 위하여 처소를 예비하러 가노니’라고 하신 말씀을 믿어야 한다. 우리는 너나없이 반드시 하나님아버지께로 돌아 간다. 그래서 지금 우리 모두는 천국집으로 돌아 가기 위한 여행을 하는 중이다.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일렀으리라 내가 너희를 위하여 거처를 예비하러 가노니
(요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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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