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나은혜 목사
C국에 들어온지 한주간쯤 지났을까 했을때이다. 남편과 함께 아침을 먹고 산책을 나섰다. 산책이라야 아파트 안의 산책로를 슬슬 걷는것이다. 그런데 길 맞은편 쪽에서 빨강색 티셔츠를 입은 여인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온다.
순간 나는 속으로 “저 주민이 나를 아는가보구나”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녀의 환한 미소와 반색하는 모습은 충분히 내가 그런 생각을 하게 하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녀도 나도 서로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다만 그녀는 어떤 홍보를 하기 위해 그렇게 친절한 웃음을 띠며 다가온 것이다.
그녀는 우리가 서 있는 바로 앞동을 가르키며 이곳의 모모층이 자신의 집인데 그곳에서 미용실을 한다고 했다. 머리를 자르는데는 20위안(한화4,000원)이니 한번 꼭 들려달라는 것이다. 아하... 미용실 아주머니가 자기네 미용실을 소개 하려고 길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맞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더니 그녀는 나에게 자신의 위쳇과 연결하라고 하면서 큐알코드를 열어준다. 그리곤 자신이 입은 티셔츠의 등뒤에 적힌 주소와 전화번호를 나에게 사진으로 찍어 두라고 주문한다. 와~ 실로 대단히 적극적인 피알우먼(PR Woman)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다가 그녀는 내가 한국인 이라는걸 알자 얼른 자기 고객중에 한국인이 있다고 하면서 앱을 열어서 위쳇으로 그사람과 연결을 시도했다. 곧이어 연락이 닿았으니 이사람과 소통해 보라고 한다. 이렇게 하여 S여사를 알게 되었다.
그런데 미장원 아주머니의 소개로 그렇게 연결된 사람 또한 대단히 적극적인 사람이었다. 자신의집 동호수를 가르쳐주며 놀러오라는 것이다. 나는 궁금하기도 했고 또 이곳으로 이사온 지 8년이 되었지만 아직 한국인을 만난 적이 없어서 반가운 마음도 들었다.
오후 3시경에 찾아가기로 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와 마주 보고 있는 아파트였다. 그녀는 20층이 넘는 고층에 살고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작고 아담하지만 깔끔한 집안 광경이 마치 호텔 객실을 연상하게 했다.
그만큼 집의 인테리어가 세련되어 있었다.
그녀는 마침 텔레비젼을 켜 놓고 있었는데 한국드라마를 보는 중이었다. ‘용감무쌍 용수정’이란 제목의 드라마였다. 나는 한국에서도 거의 드라마를 안보기 때문에 처음 보는 내용이었다.
작은 거실에 비해 텔레비젼이 매우 컷다. TV화면이 상당히 커다랗게 비쳐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C국에서도 어떤 기계를 설치하면 한국의 드라마등을 다 볼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매년 일정 가격의 돈을 지불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라 년회원제로 운영하는 어떤앱을 다운 받아 놓으면 한국물품들을 다 구입할 수 있다고 했다. 사과식초며 까나리액젓까지 없는게 없다고 한다. 내가 액젓이 없어서 김치를 담가 먹지 못한다고 했더니 그런 정보를 알려준 것이다.
한국도 택배문화가 대단히 발달해 있지만 이곳 C국도 택배문화가 정말 활발한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며칠전의 일이다. 손녀딸 로아가 치파오를 꼭 사다 달라고 해서 시장을 가려고 했더니 전에 살던 아파트 우리의 20년지기 오랜 이웃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그러더니 자신의 핸드폰으로 앱을 열어서 여러 모양의 치파오를 골라 보라고 한다. 나는 긴팔의 핑크색 개량치파오 하나와 짧은 소매 짧은치마의 초록색 치파오를 고르고 치파오 입을때 함께 신을 비단꽃신을 골랐다. 가격도 괜찮은 편이었다.
이웃은 곧바로 치파오 두벌과 꽃신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20년지기 이웃은 로아에게 선물로 사 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만약 물건을 받고 마음에 안들면 얼마든지 무료로 반품하라고 까지 했다. 수고로이 시장까지 가서 치파오를 사려고 했던것인데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하게 되다니 참 편리했다.
그런데 D취인 이곳으로 이사 와서도 여러 이웃들을 사귀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장기간 못와서 그런지 아직까지 전의 20년지기 이웃처럼 친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산책길에 우연처럼 만난 한사람으로 인해 한국인을 소개받았으니 참 반가웠다. 한국인은 우리뿐인줄 알았는데...
나는 S여사와 한시간 가량 교제를 나누고 돌아왔다. 그런데 그녀는 한국인이 아니었다. 비록 날마다 한국드라마를 보고 점심도 신라면을 끓여서 먹었다고 할만큼 한국적인것을 좋아하는 그녀이긴 하지만, 사실 그녀는 중국인(조선족)이었다. 한족인 미용실 아주머니가 구별을 잘 못해서 나에게 그렇게 알려준 것이다.
C국에서 낳아서 C국에서 자란 S여사 그녀의 정체성은 분명히 C국인이었지만 소수민족 정책에 의해서 조선어(한국어)로 학교에서 공부한 그녀는 역시 한국인의 뿌리를 가지고 있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한국을 좋아하는것일테니까
그랬기에 지금은 은퇴해서 손녀를 봐주고 있지만 전에 한국식당을 했었다고 한다. 지금은 그녀의 아들이 맡아서 한국식당을 기업화하여 프랜차이점만 십여개를 냈단다. 이처럼 내가 C국에서 종종 만나게 되는 한국인과 뿌리가 같은 조선족에게 관심이 가져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녀가 아직 복음을 모르고 있다면 나를 만난것은 필연일 것이다. 참새 한마리가 땅에 떨어지는것 조차도 하나님의 허락이 있어야만 하는데, 하물며 하나님의 섭리안에서 천하보다 귀한 한생명을 만나게 되는 것이겠는가.
오늘은 참 우연을 가장한 필연의 날이다.
처음 보는 내게 어찌 그리도 환하게 웃으며 다가와서 자신의 집에서 하고 있는 미용실을 꼭 이용해 달라던 미용실 아주머니에게 귀국하기전에 한번 들려 머리를 잘라야겠다.
사실 C국에 들어올때 이미 머리를 커트하고 와서 굳이 아직은 머리를 자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천사처럼 환하게 미소지으며 천하보다 귀한 한사람을 소개한 소개료는 꼭 주고 싶으니까 말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베드로가 대답하여 이르되 하나님의 그리스도시니이다 하니
(눅 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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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