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엔 작은음악회를…

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나은혜 목사


우리교회는 아주 작은 규모이다. 전체 평수는 31평이지만 예배실, 카페, 로비, 유아실, 선교회사무실 이렇게 5군데로 나누고 보니 예배실은 18평쯤 되는 작은 공간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나는 예배실에 피아노를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공간을 덜 차지하는 디지털 피아노가 있어서 업라이트 피아노든 콘솔피아노든 덩치가 있는 일반피아노는 아예 예배당 안에 놓을 생각을 안했었다. 해외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유학을 다녀온 친구가 자신이 유학하며 사용하던 그랜드피아노를 우리교회에 가져다 주겠다고 했지만 장소가 작아서 그건 더욱이 안될일이라고 생각해 거절했다.

그랬던 우리교회에 한 달여전에 아주 아담하고 예쁜 영창피아노 한 대가 들어왔다. 전혀 놓을 자리가 없을 것 같았던 예배실 공간이었지만 의자를 6개 빼내고 좌석 배열을 다시했더니 충분히 피아노를 가져다 놓을 수가 있었다. 무슨 요술이라도 부린것처럼 오히려 전보다 예배실공간이 더 넉넉해졌다. 그런데 우리교회에 피아노가 들어오게된데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다.

며칠전에 필리핀 C선교사님으로부터 카톡이 하나 날라왔다. “목사님 선교사님! 피아노 보내기 작전 한 달 만에 교회에 피아노가 잘 도착했습니다. 피아노를 완벽하게 꼭꼭 싸가지고 운송해주신 코엑스운수 회사에도 감사를 드립니다. 모든것이 하나님의 은혜인줄 알고 마음껏 하나님을 높입니다.”

한국에서 필리핀까지 잘 도착한 피아노사진까지 찍어 보내면서 보내온 카톡이었다. 나는 그 사진과 카톡을 보며 감격스러웠다. 아~ 피아노 보낸지가 벌써 한달이 되었구나. 한 달 여전에 나는 무료로 나눔하는 피아노를 선교지의 여러 선교사님들에게 연결해 주었다.

각각 지역이 다른 필리핀 선교사님 두 분과 아르헨티나 선교사님 이렇게 세사람에게 무료로 피아노를 내놓은 사람들을 찾아서 연결해 주었다. 그리하여 필리핀 라구나베이지역과 역시 필리핀의 리쟐주 안티폴로 시 근교의 따이따이군지역으로 피아노가 각각 선적되어 갔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선교사님은 피아노를 가져다 놓을 장소를 아직 못구해서 가져가지 못했다. 나는 피아노를 주겠다고 한 분에게 연락을 했다. 아르헨티나 선교사님이  피아노 가져다 놓을 장소확보를 못해서 못가져가게 되었는데 그 피아노는 내가 가져오겠다고 말이다.

그런데 피아노 주인은 아르헨티나 선교사님이 안가져 간다고 해서 벌써 다른 분이 가져 가기로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그분에게 연락을 했다. 피아노를 가져 가겠다는 분에게 연락해서 어떤 교회에서 피아노가 필요해서 가져 가고 싶어 하는데 양보할 마음이 있으신지 물어봐달라고 했다.

결국 나보다 먼저 피아노를 선점한 분은 피아노를 우리 교회에 양보 했다. 참 선량한 분이었나보다. 그렇게 하여 아담하고 예쁜 영창의 콘솔피아노는 우리교회에 들어오게 되었다. 피아노가 들어오고 조율사가 띵똥 띵동~ 피아노 조율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괜시리 마음이 설레었다.

내가 십대시절 처음 피아노를 샀던 때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까만호마이카 삼익피아노가 우리집으로 들어오던날 나는 세상을 다 얻은듯 그렇게 마음이 벅차올랐었다. 그러나 당시엔 상당한 고가인 피아노를 사들였지만 나는 체르니16번까지 인가를 치고 결혼과 함께 피아노치기를 그만두었다.

내 취미생활 보다는 육아가 더 급한 때였으니까 말이다. 쌍둥이 같은 연년생을 웬만큼 키웠을때 셋째가 태어나자 내 취미생활은 그야말로 사치일 뿐이었다. 아이들 키우고 나중에 다시 피아노를 치면 되지 했지만 세월은 그만 수십년이 훌쩍 지나가고 말았다.

이처럼 옛날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동안 피아노 조율은 끝나고 조율사는 돌아갔다. 비록 무료로 받은 피아노지만 참으로 아담하고 예쁜 피아노이다. 나는 피아노 의자에 앉아서 예전에 쳐서 기억했던 멜로디를 조금 쳐 보았다. 그러면서 또 하나의 추억이 떠오른다.



수 년 전에 우리교회에서 ‘작은음악회’를 연적이 있었다. 당시 선교지에서 큰 교통사고를 당해 거의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난 ‘김윤상선교사를 위한 작은음악회’였다. 김윤상 선교사는 그후 건강하게 소생하여 2021년 다니엘기도회에서 간증을 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우리교회 작은 예배실에서 열었던 ‘작은음악회’에 출연한 분들은 실력 있는 분들이었다. 이화여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권사님이 여러곡의 피아노곡을 연주해야 하는데 디지털피아노 밖에 없어서 연주하는 내내 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 올가을엔 선교사를위한 작은음악회를 한번 열어봐야겠다. 지쳐서 위로가 필요한 선교사, 중보기도가 필요한 선교사,나눔과 교제가 필요한 선교사, 이런 여러 상황속에서 격려가 필요한 그분들을 위한 ‘작은음악회’를 열어 보는 것이다. 이제 피아노도 들여왔으니 피아노 연주할 분에게 미안하지 않아도 될테니까 말이다.

덧붙여서 선교지의 선교사님들의 필요를 채워 주었더니 생각지도 않게 우리 교회의 필요가 채워지는 것을 보면서 떠오르는 성경말씀이 있다. 누가복음 6장 38절 상반절에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라고 기록된 말씀이다.


춤 추며 그의 이름을 찬양하며 소고와 수금으로 그를 찬양할지어다.(시 1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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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