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K선교사 부부의 방문

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나은혜 목사

얼마전에 내가 소개해서 피아노를 한국에서 공수해간 필리핀 K선교사님 부부가 우리 선교회(GMLS)를 방문 하겠다고 연락을 해왔다. K선교사님은 마닐라에서 버스로 한시간반쯤 떨어진 라구나베이 지역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님이다.

K선교사님은 몇개월전 선교지에서 교회 건축을 하면서 현지인들과 함께 직접 건축을 하다가 발바닥에 못이 박혀 어려움을 당했다. 결국 현지에서 치료가 안되어 파상풍의 위험을 느끼고 한국에 나와서 두 달 정도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퇴원했지만 아직도 재활이 필요한 상태였다.

더욱이 수술후 찍어본 MRI에서 우뇌에 부정맥이 막혀서 뇌경색이 와서 안면마비와 왼쪽발에도 마비가 살짝 와서 선교지에 그대로 있었으면 중풍이 될뻔 했다는 의사의 소견을 들었다니 한국에 나와서 치료받기를 얼마나 잘한것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병원에 있을때는 숙식이 해결되었지만 퇴원해서는 오히려 도움이 필요해져서 부인선교사인 C선교사님이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두분이 함께 우리 선교회를 방문하게 된 것이다.

두 주전 주일 오후 네시에 K선교사님 부부가 방문했다. 지난번 피아노 소개해 주는 일로 인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만남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60대 초반의 K선교사님 부부는 좀 마른듯 했지만 매우 건강해 보였다.


나는 이분들에게 뭘 대접할까 하다가 찰옥수수를 쪄 놓고 기다렸다. 한국사람 가운데서도 시니어들은 대부분 옥수수를 좋아할것 같아서 준비한 것이다. 예상했던대로 두 선교사님은 찰옥수수가 아주 맛있다고 하면서 잘 들었다.

처음 만남이지만 같은 선교사라는 동질감 때문인지 우리는 금방 이야기의 꽃을 피워갔다. 사명을 받고 나서 선교외에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는 K선교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가족이 선교에 헌신하고 오로지 선교지로 갈 생각을 하며 준비하던 때가 생각이 났다.

우리는 선교지에서의 어려움과 보람도 나누고 자녀들의 이야기도 나누었다. 그런데K선교사님은 현지에서 교회건축을 하다가 나와서인지 교회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다. K선교사님 부부는 우리 교회&선교회의 인테리어가 아주 예쁘다고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그래서 나는 우리교회&선교회를 인테리어했던 SJ&D(Space-Jesus & Design)의 대표를 소개했다. SJ&D 인테리어회사의 대표가 신앙인으로 신실한 집사님이기에 (그는 솔로몬의 건축을 도왔던 히람을 모델로 인테리어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음) 도움을 줄 수 있을것 같아서였다.

필리핀까지 가지는 못하더라도 K선교사님이 건축한 교회의 건축 도면을 보면서 어떻게 인테리어를 하면 좋을지 조언만 해 주어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테리어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분명 교회 인테리어가 달라질 것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저녁때가 다 되었다. 우리교회건물 2층에 있는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식당이 마침 쭈꾸미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맛집이다. K선교사님 부부가 쭈꾸미 요리가 좋다고 하여 엘리베이터를 타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코로나를 예방한다는 강황을 넣어서 지은노란 돌솥밥에 쭈꾸미볶음과 갖은 나물이 참기름병과 함께 나온다. 돌솥밥의 밥을 퍼서 쭈꾸미 볶음과 나물을 넣고 참기름을 넣어서 비벼서 먹는다. 솥밥에 물을 부어 놓았다가 나중에 입가심으로 누른밥을 먹으면 이 또한 일품이다.

음식이 나올때 샐러드와 계란찜도 함께 나오는데 매콤한 쭈꾸미를 먹고 얼얼해진 혀를 풀어 주도록 달콤한 샐러드와 계란찜은 아주 잘 어울린다. 그리고 비빔밥은 식초를 넣어 새콤하면서도 개운한 미역오이냉국을 떠먹으면서 먹는다.

K선교사님의 부인인 C선교사님이 가마솥밥을 푸고 물을 안 붓기에 나는 속으로만 누룽지로 그냥 먹으려고 물을 안붓는건가 보다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남편인 K선교사님이 누룽지를 좋아해서 포장해 가지고 가서 간식으로 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남편을 챙기는 살뜰한 아내의 모습에 나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밥을 먹고 다시 교회로 올라와서 붕어싸만코 아이스크림으로 디저트를 먹으면서 또 이야기가 이어진다. 시간은 어언 밤 9시가 되었다. 첫만남임에도 우리는 무려 5시간을 대화를 나눈것이다. 우리교회&선교회 현관문 유리창에는 ‘선교사힐링센터’라고 쓰여 있다.바로 이곳을 찾아온 선교사들은 만남 자체가 힐링이 되는 공간인 것이다.

우리교회&선교회 로비에는 자작나무로 조각한 세계지도가 붙여져 있다. 우리교회&선교회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곳이 포토존인것을 안다. 그래서 대부분 그곳에서 방문 기념으로 사진을 찍는다. 나는 K선교사님 부부를 세계지도 앞에 앉혀 놓고서 사진을 찍어 주었다.

필리핀…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곳임에도 나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십수년전 필리핀 수빅호텔에서 여성선교사컨퍼런스를 했을때 가기로 했다가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가지 못한것을 두고 두고 후회했었다.


필리핀에 꼭 오라는 K선교사님 말대로 나도 언젠가 필리핀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리라 생각하며 K선교사님 부부와 작별을 고했다.  내가 오래전 쓴 책인 ‘떠오르는 부인선교사 리더십 개발하기’ 를 한권 선물로 받고 손님들은 돌아갔다.


손님 대접하기를 잊지 말라 이로써 부지중에 천사들을 대접한 이들이 있었느니라. (히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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