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과 요리교실

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나은혜 목사

며칠동안 가족들이 모여서 시끌벅적했던 추석명절 기간이 지나갔다. 내리 삼일을 계속해서 자녀들과 함께 보낸 남편 K선교사가 추석명절을 지낸 감상을 한마디 내놓았다. “이번 추석명절은 제일 추석다운 명절이었던것 같네” 하긴 내 생각에도 정말 그랬다.

벌써 추석이 되기 한 주간 전에 시부모님의 유골을 모신 봉안당에 남편과 함께 다녀온 터였다. 봉안당은 추모객들이 고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쏟아 놓도록 ‘하늘우체통’코너를 만들어 두었다. 그 옆에 서 있는 ‘추모나무’ 에는 고인을 그리워하는 메모지들이 빼곡하게 매달려 있었다.

나도 천국에 계신 시부모님께 편지를 써서 예쁜 푸른색 리본으로 나무에 정성껏 매달았다. “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 추석을 앞두고 애비와 다녀갑니다. 천국에서 잘 지내시리라 믿으니 보고 싶은 마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됩니다. 며느리 나은혜 올림“이라고 말이다.

지하철로 갈 수 있는 곳에 김포시립봉안당인 ‘무지개뜨는언덕’ 이 있어서 부모님 추모하러 가기에 참 편리해서 좋았다. 작년에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교통이 불편한 다른 곳에 있던 시아버님 유골함을 모셔와서 어머니와 나란히 부부단에 모셨다. 이제 유골이 되어서지만 나란히 부모님의 유골을 함께 모신것을 남편은 무척이나 흐믓해 했다.

그런데 올 추석은 더워도 더워도 너무나 덥다. 85년만의 더위니 75년만의 폭염이니 하고 언론사들이 말하고 있지만 정말 엄청난 더위이다. 며칠전에는 좀 서늘한 바람이 불기에 추석엔 좀 시원하겠지 했는데 다시 한여름 버금가는 기온이다.

추석날 대구는 34도가 훌쩍 넘었다. 대구의 이런 기막힌 더위를 두고 티벳트 고기압의 영향으로 117년만의 가을폭염이라고 원인을 규명하기도 한다. 이처럼 덥다보니 추석명절인데도 사람들의 옷차림은 반바지에 티셔츠가 대부분이다.

나의 세손주 로아 로이 조이도 예쁜 한복을 가지고 왔지만 더워서 가족 사진 찍을때만 잠시 갈아 입혔다. 아무튼 날씨는 여름만큼 더워도 추석명절은 명절이다. 우리나라 곳곳에서 민족대이동이 시작되어 사람들은 각자 부모님이 계신 고향으로 혹은 부모님 댁으로 모여든다.

우리집도 예외가 아니다. 김포 살때는 대구사는 아들과 딸이 김포로 이동을 했지만 우리가 아예 대구로 이사를 내려 가자 자녀들은 명절날 이동에 대한 부담이 없어졌다 언제든지 우리집에 오면 되니까 말이다. 나는 이번 추석명절에 어떻게 가족들을 행복하게 해줄까 궁리하였다.

내 머리속엔 벌써 추석명절을 어떻게 보낼지가 척척 정리가 되었다. 이번 추석엔 음식을 나누어서 하는 것이다. 먼저 나박김치부터 담가야겠다. 송편은 시원한 나박김치가 있어야만 술술 잘 먹힌다. 녹두 빈대떡이나 동태전 동그랑땡 잡채등도 시원한 나박김치가 받쳐 주어야 뒷맛이 개운하다.

무우를 얇게 썰고 쌈배추도 잘게 잘라서 넣고 색깔고운 다홍색 당근도 납작하게 썰어서 넣었다. 파란색 대파를 곱게 썰어서 넣고 다진마늘을 넣은후 붉은 고추가루를 물에 불려 곱게 채에 받혀서 부었다. 발그레하게 붉은 빛이 도는 먹음직하고 산뜻한 나박김치를 10킬로그램들이 김치통에 가득 담갔다.

나도 이젠 나이가 좀 들어선지 젊을때처럼 밤새워 요리를 한다든가 하지는 못하겠다. 그래서 이번 추석에 가족들 먹일 요리는 나누어서 하기로 했다. 나박김치를 담가 놓은후 밑반찬이 될 삼색나물을 만들었다. 고사리나물과 도라지나물 그리고 한단에 1,700원 하는 비듬나물로 파란색나물 색을 맞추었다. 올해 시금치 한단에 15,000원이니(우리동네기준) 이비싼 시금치를 어떻게 사 먹겠는가.

추석전전날 저녁은 녹두빈대떡을 구어서 쇠고기무우국과 함께 가족식사를 했다. 이날의 메인 요리는 녹두빈대떡과 쇠고기무우국이다. 삼색전 동태전 동그랑땡 해물전은 이쁜 며느리가 전날 밤늦게까지 만들어서 가져와서 올해는 음식만드는 내 수고가 많이 감소되었다.

추석전날 점심에는 소갈비찜을 했다. 한우는 아니지만 호주산 소갈비를 3킬로그램 샀더니 온가족이 실컷 먹을만한 분량이 나왔다. 소갈비를 양념장에 재워놓고 무우를 둥글깎기로 밤처럼 동글동글하게 깎고 당근도 그렇게 깎고 진짜밤도 넣었다. 표고버섯도 넣고 냄새잡아줄 양파도 충분히 썰어넣고 소갈비찜을 완성했다.

역시 가족들이 소갈비찜은 다 좋아한다 손녀 로아는 소갈비찜 국물에 밥을 싹싹 비벼서는 다 먹는다. 이처럼 추석 전날의 점심메인요리는 소갈비찜과 콩나물무침이다. 저녁은 점심엔 기름진 음식들을 먹었으니 시원한 잔치국수를 만들었다. 멸치육수를 내고 김치를 썰어 참기름과 깨소금에 무쳐서 고명을 얹은 냉잔치국수를 만들었더니 가족들이 다 좋아한다.

밤에는 큰딸 가족과 차를 타고 두류공원으로 보름달을 보러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삼삼 오오 앉아서 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산책을 하고 전망대에 올라가서 사진도 찍었다. 대구에 시민들을 위한 좋은 공원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드디어 추석당일날! 아침부터 나는 잡채를 만드느라고 분주했다. 손주들이 좋아할것 같아서 고구마 맛탕도 만들었다. 이날의 메인요리는 고구마맛탕과 잡채이다. 이처럼 요리를 삼일동안 나누어서 했더니 나도 힘이 덜 들고 가족들은 날마다 신선한 새로운 ‘엄마표요리’를 먹으면서 행복해 했다.

선교지에서 고등학교까지를 마치고 한국으로 대학진학을 한 자녀들은 매해 추석이면 ‘엄마의 손맛 가득한 음식’이 그리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비행기를 타고 선교지로 올 수도 없었을테니 때로는 쓸쓸한 추석을 보내기도 했을 것이다. 이제 자녀들이 모두 40이 넘어서 추석명절에 ‘엄마의 요리’ 를 먹으러 집으로 오는 것이다.

오후에는 딸이 준비해온 송편만들기 밀키트로 아이들과 송편을 만들었다. 로아는 파랑색 로이는 노랑색 조이는 핑크색 나는 하얀색 떡가루로 송편을 빚었다. 아이들에게 추석날 자신들이 참여한 송편만들기 활동을 통해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준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아파트 안에 있는 어린이 놀이터로 놀러 나갔다가 왔더니 큰딸이 저녁엔 김치볶음밥이 먹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양파, 스팸햄, 김치를 잘게 썰어서 넣고 김치 볶음밥을 만들고 계란국을 끓였다. 손주들은 매워서 못먹으니 달걀스크램블을 만들어 스팸햄을 넣고 볶음밥을 만들어 주었더니 단연 아이들에게 이 볶음밥은 최고의 인기이다.

밥 먹을때마다 먹느니 안먹느니 제 엄마와 씨름을 하던 세살배기 막내 조이조차 “할무니 뽀끔빱(할머니 볶음밥) 더주세요.”한다. 둘째 로이도 “힝~ 볶음밥 더 먹고 싶어요” 한다. 큰애 로아는 말할것도 없이 뚝딱 자기볶음밥을 다 먹고 내가 여유분으로 남겨 두었던 볶음밥까지 싹 먹어 치웠다.

손주들의 내가 만들어준 볶음밥을 앞다투어 먹는 모습이 나를 참 행복하게 한다. 옛어른들이 말하기를 “자식입에 밥 들어가는것 보는것보다 더 보기좋은것은 없다”라고 한말은 정말 맞는 말인것 같다. 내가 체험하고 있으니 말이다.

다른 가족들은 말할것도 없이 김치볶음밥을 모두 다 맛있게 먹는다. 예전에 그런 노래도 있지 않았던가 “김치볶음밥을 잘 만드는 여자 나는 그런 여자가 좋더라~”라는 유행가도 있듯이 김치볶음밥은 대다수의 한국인이 좋아하는 음식인데 나는 명절저녁요리로 감칠맛나는 김치볶음밥을 만든 것이다.

아무튼 이번 추석명절은 ‘엄마의요리교실’이 우리집에서 날마다 열린셈이다. 추석명절이 끝나고 큰딸이 “이번 명절에 살이 2킬로그램이나 쪘어요 엄마의 음식이 모두 너무 맛있어서요.” 하고 투정아닌 투정을 부렸지만 나는 그말을 듣고도 그냥 흐믓한 마음이다.  가족들이 행복해 하는것이 내겐 큰 선물이요 기쁨이니까 말이다. 

이에 내가 희락을 찬양하노니 이는 사람이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해 아래에는 없음이라 하나님이 사람을 해 아래에서 살게 하신 날 동안 수고하는 일 중에 그러한 일이 그와 함께 있을 것이니라. 
(전 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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