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아가씨’는 필리핀을 좋아해

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나은혜 목사

우리는 정보가 홍수처럼 넘쳐 나는 시대를 살아 가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보가 있어도 나와 연결이 안된다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시기적절한 때에 필요한 정보를 알아내어서 삶에 잘 이용하고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사람을 일컬어서 우리는 보통 정보력이 좋은 사람, 혹은 정보통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서 내가 꼭 필요로 하는 어떤 물건이 있을때 그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어찌보면 그것은 사실 아주 간단하다.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그 물건을 찾은후 그 물건을 판매하는 회사나 상점에 구입을 요청하고 계좌이체로 돈을 지불하면 그 물건은 내가 원하는 곳까지 틀림없이 배달 되어 온다.

하지만 그 물건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물건을 살 수 있는 경제적 형편, 즉 돈이 없다면 어떻게 할까? 그런데 그 물건은 꼭 필요하다면 말이다. 사실 이때가 바로 정보력을 필요로 하는 때이다. 우리는 지금 우리나라 5천년 역사 이래로 가장 풍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생활에 필요한 좋은 물건들이 넘치고 넘쳐 난다.

우리가 빈곤했던 시절… 내가 어렸을때 동네에 찾아오는 엿장수 아저씨는 아이들에겐 큰 인기였다. 하지만 엿장수 아저씨가 엿을 그냥 주지는 않기 때문에 아이들은 무언가 엿을 바꿀만한 물건이 필요했다. 고철이라든가 못쓰는 양은 냄비라든가 헌 고무신이라든가 하는 물건들 말이다.

우리동네 어떤 아이가 너무도 엿이 먹고 싶은 나머지 집에 돌아와 온집을 뒤져도 엿을 바꿔먹을만한 고물이 없자, 댓돌(신발벗어놓는곳)에 벗어 놓은 할머니의 멀쩡한 고무신을 가져다 주고 엿을 바꾸어 먹었다. 아이는 할머니에게 아주 혼난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때는 고무신 한켤레도 쉽게 살 수 없었던 때였으니까.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떤가 수년전만해도 아무리 중고 피아노라도 거져 주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몇십만원 정도는 보통 주어야만 중고피아노를 사서 가져올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피아노를 그냥 줄테니 가져 가라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얼마전 신림동에서 내논 피아노를 필리핀 K선교사님에게 연결해 주고 난 후의 일이다.

개인톡으로 한 선교사님이 내게 연락을 해 왔다. “혹시 필리핀에 (피아노를)보내 주시면 안되시겠습니까?”  필리핀 리쟐주 안티폴로시 근교의 따이따이군에서 사역하는 C선교사님 이었다. 그러나 그 피아노는 이미 필리핀 라구나 베이지역으로 K선교사님이 가져 가기로 선약속이 되어 있었다.

그런 상황을 이야기 했더니 C선교사님은 “안보내셔도 됩니다. 교회 예배 시간에 쓸까 했습니다마는 제가 욕심을 부린것 같습니다.“ 라고 답장을 보내왔다. 내 마음이 불편했다. C 선교사님도 예배때 반주할 피아노가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당근마켓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검단에 사는 한분이 피아노를 그냥 주겠다고 당근마켓에 올려 놓았다. 피아노 상태도 최근까지 아이들이 치던 피아노여서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C선교사님과 연결을 했다. C선교사님은 기뻐 하면서 포천에 있는 선적회사 주소와 전화번호를 보내 주면서 피아노를 그곳으로 보내 달라고 한다.

이젠 피아노를 안전하게 잘 포장해서 선적회사가 있는 포천까지 저렴하게 가져다 줄 사람을 찾는 것이 필요했다. 마침 김포의 운양동에서 피아노 공장을 30년간 운영해서 피아노에 대해서 일가견이 있는 분과 연결이 되었다.

피아노를 가져 가시는 분이 선교사님 이시니 저렴하게 잘 부탁한다고 했더니 그분은 자신의 가족 가운데도 목회자가 두명이나 있다고 하면서 상당히 저렴하게 포천까지 배달해 주기로 하였다.

선적회사 담당자와도 오전 한차례 전화를 주고 받았다. 포장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점검해야 할 일들이 여러 가지였다. 아무튼 전화로 다 처리하면 되는 일이어서 감사했다. 드디어 또 한대의 피아노가 선교지 필리핀으로 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해외로 시집가는 피아노는 필리핀 현지교회가 아니라 한인교회로 간다. C선교사님은 현지교회에는 신디를 사용하고 있지만 한인교회에 피아노가 필요해서 성도들과 상의한 후에 가져가기로 한 것이다. 선적료가 몇십만원 나오지만 대신 피아노값은 무료이니 비용이 절감 된다.

나는 필리핀으로 피아노 보내는 일처리를 다 끝내놓고서 소파에 앉아서 미소가 떠올랐다. “후후…. 피아노아가씨들이 필리핀을 좋아하는것 같군. 아마 필리핀에서 또 피아노를 보내달라고 하는 선교사님이 나올지 몰라 그렇다면 나의 정보망을 이용해서 피아노를 잘 확보해 두어야 하겠는걸…“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피아노를 가져가게된 C선교사님으로부터 카톡이 날라왔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너무 좋습니다. 주의 뜻대로 예배 하는데 찬양드리는 귀한도구로 잘 사용하겠습니다.“ C선교사님은 내가 보내준 피아노 사진을 보고 흡족하셨나보다.

왜 안그럴까? 성도들과 예배 드리면서 반주기 보다는 직접 피아노 반주로 찬양을 하면 훨씬 은혜로울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기분이 참좋다. 그리고 너무 감사하다. 나의 작은 수고로 인해 선교지의 한인교회에서 하나님을 경배하는데 피아노가 귀하게 사용되어 질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확실히 피아노 아가씨들은 필리핀을 좋아하나보다.


여호와여 선한 자들과 마음이 정직한 자들에게 선대하소서.

(시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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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