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나은혜 목사
소천하신 우리 어머니가 복동이였나보다. 지난 봄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나자, 어머니를 모시고 5년 동안 살던 아파트를 내놓게 되었으니 말이다. 마침 전세가 나가서 그동안 골치아팠던 빚은 갚게 되었지만 우리가 살집이 문제였다.
우리가 살집을 놓고 고민 하는것을 보고 조지아에서 마침 한국에 나와 있던 우리 사돈 선교사님이 나에게 그랬다. “호호…무슨 걱정이세요. 교회 유아실(로뎀나무)에서 두분이 자면 충분하겠구만요”
하지만 나는 그말을 들었을때는 펄쩍뛰었다.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그런데 지금 남편과 나는 매 주 대구에서 김포로 올라와서 바로 그 유아실에서 잘 묵고 있다. 사돈선교사님의 예언대로 된것인지는 모르지만…
두평반의 작은 방에서 잠을 잘때마다 남편과 나는 마주 바라보면서 싱긋 웃는다. 그리고 나서 남편은 “하하…사돈 선교사님이 예언한대로 되었구만…우리가 교회 유아실을 숙소로 삼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한다.
지난 가을에 우리가족은 우여곡절끝에 대구로 이사를 했다. 그래서 주초엔 대구에서 지내지만 사역하러 올라오는 주말엔 묵을곳이 없어서 교회 안에 있는 유아실 신세를 져야한다. 전에 교회에서 오분거리에 집이 있을때는 상상도 안했던 일이다.
우리교회&선교회는 31평의 작은 건물이어서 인테리어를 할때 방을 만들까 말까 고민을 했었다. 그러다가 아기를 데리고 교회에 나오는 성도들뿐 아니라, 해외에서 들어와 당장 숙소가 필요한 선교사님들에게도 임시숙소로 제공할 수 있겠다 싶어 굳이 방을 들였다.
바로 성경속에 엘리야가 쉬었던 ‘로뎀나무(Juniper Tree)로 이름을 지은 두평반의 작은 방이다. 전기판넬을 방전체에 깔아서 온돌역활이 되게 했고 에어컨도 나올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벽지도 연한녹색의 비단벽지로 도배를 해서 안정감을 주었다. 이처럼 비교적 공을들여서 만들었던 방이다.
사람은 정말 자신의 앞날에 무슨일이 일어날지를 모른다. 우리 가족이 그렇게도 행복해하고 좋아하면서 살던 햇살가득한 고층아파트를 내놓게 될지는 몰랐다. 또 대구로 이사를 하게 될 줄도 전혀 몰랐던 일이다.
이와같이 온 가족이 좋아하며 살던 집을 내놓게 되었을뿐만아니라 교회에 들인 작은방 로뎀나무가 미래에 나와 남편에게 꼭 필요한 쉼의 공간이 될거라는 것도 더더욱 몰랐던 일이다. 하긴 인생이 우리 마음대로 안된다는것은 진즉에 깨닫고는 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교회&선교회가 있는 프라자건물의 유리창이 아파트나 주택처럼 이중으로 되어 있지 않아선지 위풍이 좀 심했다. 바닥은 전기판넬을 켜 놓아 따뜻했지만 공기가 상당히 차가웠다. 아~ 추워…
주변 사람들이 “뽁뽁이를 유리창에 붙이세요.” 라고 권하기도 했고, 블라인드 위에 두꺼운 암막커튼을 치세요“ 하고 의견들이 분분했지만 나는 어느것도 시행하지 않았다. 그저 잠을 잘때마다 이불을 두개씩 겹쳐 덮고는 찬냉기와 싸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텔레비젼을 보다가 위풍이 심한 방에 텐트를 치고 자라는 광고를 보게 되었다. 남편과 나는 이구동성으로 “저거다!!” 하고 동시에 쾌재를 불렀다. 당장 그주일부터 집에 있던 원텃치 텐트를 챙겨서 가지고 갔다.
작년 어버이날에 막내딸이 사준 텐트이다. 김포의 구래호숫가 근교에 있는 시부모님을 모신 봉안당 ‘무지개뜨는 언덕’ 에 가서 추모하고 호숫가에서 쉬고 오라며 딸이 선물해준 텐트가 이렇게 요긴하게 쓰이게 될줄이야…
그런데 놀랍게도 패드위에 텐트를 치고 자면서부터 위풍때문에 추위에 떨지 않게 되었다. 2인용 텐트는 가로 넓이는 둘이 누우면 꼭 맞았다. 하지만 길이가 짧았다. 키가 아담한 나는 괜찮았지만 키가 비교적 큰 남편은 발이 텐트밖으로 튀어 나와서 발이 춥다고 했다.
나는 작은 모포로 남편의 발을 이불위에 더 덮어 주었다. 그러면서 싱거운 한마디를 한다. “발만 춥고 몸은 따뜻한게 이게 어디예요 호호…” 남편도 별수 없이 긍정적인 답변으로 응수 한다. “그럼 그럼… 전에 비하면 너무 좋은편이지 하하…”
그런데 텐트치고 처음엔 건조할까봐 충전용 작은 가습기를 텐트안 주머니에 꼿아놓고 잤었는데, 자다가 얼굴에 물이 똑…똑…하고 떨어진다. 잠결에 비가오나 하면서 잠을 깨보니 가습기의 수증기가 방수용 텐트를 빠져나가지 못해서 텐트 천정에 맺혔다가 떨어진 것이다.
그래서 다음번엔 가습기는 텐트밖 방에 놓아두고 잤더니 괜찮았다. 아무튼 궁하면 통하게 마련이다. 교회 안에 샤워장이 없어 불편하지만 그래도 카페 싱크대에 작은 전기온수기 설치를 해놓아서 따뜻한물로 세수하고 발은 닦을 수가 있으니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여유가 있다면야 우리교회 주변에 2,500개나 지어져 있다는 신축 오피스텔을 하나 빌리면 딱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지만 그건 글쎄… 비용이 적잖을테니 생각해 볼 문제이다. 좀 불편해도 고생을 낙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던 선교지에서 살았던 헝그리정신을 소급해서 지내야 할것 같다.
우리를 아끼는 여러 지인들이 대구로 이사하고 금요일 김포로 올라와서 삼일을 보내고 대구로 내려가는데 어디에서 지내느냐며 걱정을 해 주었다. 그래서 선교문학 독자들이 염려하지 않아도 좋도록 ‘미리 예비된 숙소 로뎀나무’를 이 글을 통해서 소개하려는 것이다.
내가 20대에 청주의 시온산기도원 여름부흥집회에서 큰은혜를 받았었다. 나는 방언을 받고 입신을 하고 기도원이 온통 난리가 났었다. 그때 내영혼 깊은곳에서 터져나오던 은혜의 찬송이 있었다.
“내영혼이 은총 입어 중한죄 짐 벗고보니 슬픔많은 이 세상도 천국으로 화하도다.(1절) 높은산이 거친들이 초막이나 궁궐이나 내 주 예수 모신곳이 그 어디나 하늘나라 (3절)할렐루야 찬양하세 ~내모든죄 사함받고 주예수와 동행하니 그 어디나 하늘나라(후렴)“
지금 나와 남편은 우리 교회&선교회에 예비된 숙소인 로뎀나무(Juniper Tree)에 머물면서 영적싸움에 지치고 지쳐 로뎀나무아래서 천사의 위로를 받던 엘리야의 심정을 느껴보며 빌립보서 4장의 사도바울의 입장을 묵상하는 중이다.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빌 4:12)
글/ 사진: 나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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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