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나은혜 목사
K선교사가 노회의 시찰회신년하례회에서 은퇴기념패와 꽃다발을 받은 그날, 점심식사후 척사대회가 벌어졌다. 3명이 한조를 이루어 윷놀이가 열린 것이다. K선교사는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자 윷가락을 힘껏 공중으로 내던졌다.
주위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합창을 했다. “개~” 다음에 K선교사가 던질 차례가 또 되어서 다시 윷가락을 던졌다. “개~” 계속 “개”가 세번이나 나오자 K선교사는 민망하기만 했다. 그러나 윷가락이 내마음대로 던져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꼭 마음같아서는 “모”나 “윷”이 제발좀 나와주면 좋으련만…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팀이 질 위기에 놓이자 K선교사가 던진 윷가락은 “모”가 나오더니 연속해서 “윷”이 나오기 시작해서 결국 K선교사의 팀이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다.
윷놀이팀 일등에게 주는 상금은 12만원 이었다. 세사람이 한팀이었으니 당연히 4만원씩 나누어야 했다. 그런데 K선교사를 제외한 두분 목사님이 상의를 하고 오더니 상금 12만원을 모두 K선교사에게 주는 것이 아닌가?
K선교사는 돌아오는 기차역까지 가는 택시비로 2만원을 쓰고 나머지 10만원은 늘 그랬듯이 당연히 아내에게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K는 이내 생각을 바꾸었다. 현재 병원에 입원해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C국제자 J자매에게 보내기로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막 학업을 시작하려던 제자J가 건강검진을 받았다. 생각지도 않게 결과는 암이었다. 그로 인해 J자매는 암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그러나 K선교사는 여의치 않은 형편에 도움을 못주는것이 못내 안타까웠다.
C국 학생인 J는 꽤 오래전 학부시절에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에 3개월간 단기로 한국어언어연수를 하러왔다가 캠퍼스에서 복음을 전하던 여목사님에 의해 복음을 듣고 예수님을 영접하였다.
한국어 어학연수가 끝나고 고국으로 돌아간 J는 C국에서 대학을 졸업했다. 그러나 한국에 매력을 느낀 J자매는 다시 한국으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한 대학원에서 학업을 시작했다.
J자매는 서울의 K대학교에서 대외한국어석사과정을 공부했고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러던중 신앙심이 점점 자라게 된 J자매는 마침내 광나루에 있는 장로회신학대학교에 입학해서 신학대학원(M.div)과정을 졸업하였다.
앞날의 진로를 찾던 J자매는 대외한국어석사학위를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가 C국의 동북에 있는 한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쳤다. J는 한국어교수로 있으면서 고국의 청년들에게 전도를 하려는 계획을 갖고서 다시 돌아간것이다.
그렇게 지나던 몇년후 J자매는 다시 한국으로 와서 신학석사(Th.m)과정을 공부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건강검진을 받아본 결과 암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의사의 말을 듣게 되었다. 수술하고 항암치료를 받아야한다는것도…
J는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돌보아 주었던 K선교사에게 연락을 해왔다. K선교사는 제자의 소식을 듣고 너무나 마음이 아파왔다. 아직 미혼인 J자매가 이국땅에서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는다고 생각하니 기가 막혔다.
K선교사는 J자매를 위해서열심히 기도해 주고 있긴했지만 내내 안타까웠다. 왜냐하면 우선 자신의 생활에 여력이 없어서 재정적인 도움을 주지못해서였다. 그래서 J에게 못내 미안했고 가슴만 아팠다.
그러던중 지난해 10월 칠순을 맞게된 K선교사는 몫돈이 좀 생기게 되었다. 자녀들이 칠순선물로 마련해준 축하금이었다. 백만원은 K선교사 자신에게 있어서도 결코 적지 않은 돈이었다.
K선교사는 우선 칠순축하금에서 사랑하는 아내에게 아이폰왓치를 선물해주고 싶었다. 가족중에서 당근에서 중고를 사라는 말들도 나왔었으나 K선교사는 새아이폰왓치를 아내에게 선물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남은돈을 모두 J자매에게 보냈다. 50만원이 큰돈은 아니었지만 치료비가 계속해서 들어가는 J자매에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터였다. 자녀들에게 칠순축하금으로 받은 돈이기에 아내에게조차 알리지 않고 보냈었다.
신년하례회 윷놀이에서 일등을 해서 받은 상금도 제자에게 보내고 나서 한참이 지난후에야 남편 K선교사는 아내인 나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털어 놓는다. 나는 그런 남편을 새로운 기분으로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나직히 “저사람은 틀림없는 선교사구나” 하는 탄성이 나도 모르게 터져 나왔다. 자기에게 중병이 걸린지도 모르고 공부하겠다고 돌아온 선교지의 제자를 불쌍히 여기는 K는 분명 주님의 마음을 닮아 있었다.
문득 나는 결혼초기에 있었던일을 기억해냈다. 당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던 남편이 어느날 새벽기도를 다녀오더니 집안에 있는 돈을 남김없이 다 내놓으라는 것이다.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서 말이다.
그리곤 얼마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무튼 적잖은 돈을 다 가지고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나간 남편이 얼마 후에야 돌아왔다. 도대체 돈을 다 가지고 어디를 다녀 왔느냐고 묻는 나에게 남편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응, 추운날 꽃다리(청주에 있는) 밑에 거지가 있는데 얼마나 딱하고 불쌍해 보이던지 … 그런데 내가 새벽기도 가니까 돈을 안가져가서 돈이 하나도 없지뭐야 그래서 돈을 가져다 주고 왔어요”
이랬던 그는 결국 고등학교 교사였던 교편을 내놓고 신학과 선교훈련등 많고 많은 훈련을 받고 선교지로 떠났다. 꽃다리밑에 있는 거지보다 더 불쌍한 선교지의 영혼들을 섬기기위해서였다. 그런 그가 제자에게윷놀이상금을 보낸것은 매우 지당한일이다.
모세에게 이르시되 내가 긍휼히 여길 자를 긍휼히 여기고 불쌍히 여길 자를 불쌍히 여기리라 하셨으니
(롬 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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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