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소돌이의 사명과 나의 사명

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나은혜 목사

11년동안 우리가족이 잘 타던 황금소돌이(소나타골드EF)가 떠나는 날이다. 오전에 ‘자동차선교회’ 관련된 분이 차를 가지러 왔다. 황금소돌이는 오늘 곧바로 부산으로 가서 미국에서 온 미국인선교사가 타게 된다고 차를 가지러 온분이 말해주었다.

‘자동차선교회’는 한국에 들어오는 선교사들에게 한국에 머무는 동안 자동차를 저렴한 가격으로 렌트해 주는 선교단체이다.‘자동차선교회’는 70대 정도의 차량을 가지고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튼 내가 아끼던 우리집 황금소돌이가 아직 사명이 남았다는것에 나는 고무되었다.

작년에 소천하신 어머니가 살아계실때 가장 자동차가 많이 필요했었다. 어머니가 소천하시고 자녀들이 살고 있는 대구로 집을 옮긴후 부터는 자동차를 탈 일이 별로 없었다. 주로 기차나 버스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니 자동차를 탈 일이 없었다. 지난해는 천킬로도 타지 않았으니 말이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 지하차고에서 주로 쿨쿨~ 잠만 자던 황금소돌이에게 이제 본격적인 일거리가 생겼으니 황금소돌이도 기쁠것이다. 182,000킬로미터를 탔으니 아직은 한참 일 할 때이다. 몇년전에 중국에 갔을때 현대자동차 소나타를 50만킬로인데도 운행하는 영업용택시를 만난적도 있다.

차가 없던 나에게 자동차가 생긴 일화가 있다. 십수년전 C국에서 사역하고 있을때이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 정원에는 아치형 철책계단으로 올라가면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었다. 그곳을 나는 ‘기도탑’이라고 불렀다. 그곳에 나는 매일밤 올라가서 기도를 하곤 하였다.

‘기도탑’이 큰길가여서 자동차가 씽씽~ 소리를 내고 지나다녀서 주변이 시끄러웠기 때문에 소리내어 기도하기에는 참 좋았다. 웬만큼 큰소리를 질러도 주변에 들리거나 할 염려를 하지 않아도 좋아서 나는 소리소리 지르며 기도하기도 하고 찬송을 부르기도 하였다.

그때 기도했던것 중에 하나가 나에게도 자동차를 달라는 것이었다. 저렇게 많은 자동차가 달리고 있는데 왜 내가 탈 자동차는 없느냐고 하나님께 투정을 부리는 기도를 드리곤 하였다. 그도 그럴것이 선교지에 들어가기전 운전면허를 따 두었는데 운전을 안해서 장롱면허가 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어느해인지 한국에 나갔더니 내 자동차면허가 업데이트 되어 있었다. 나는 2종 보통으로 그것도 11번 떨어지고 12번째 붙어서 겨우 면허를 땄었는데, 10년 넘게 자동차 사고를 안낸 모범운전자라고 일종보통의 초록 운전면허증을 주었다.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운전면허증은 있지만 운전을 안하고 있으니 사고도 날 일이 없고 교통위반도 할일이 없고 당연히 법칙금통지서도 날아오지 않았으니 서류상으론 나도 모르게 모범 운전자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일종보통 운전면허증이면 뭐할까 운전할 자동차도 없는데…

그렇게 선교지에 있을때 자동차를 달라고 기도하고 얼마 후에 비자제한으로 한국에 나오게 되었을때 뜻밖에 기도하러 올라간 안양 갈멜산에서 기도응답을 받게 되었다. 매 주 토요일 함께 모여서 기도하던 기도동지 목사님중 한 분이 자신의 교회 성도의 11년된 차를 무료로 받도록 해 주었다.

하얀색의 세피아2 소형자동차였다. 내 자동차가 생긴것이 얼마나 기뻤는지 나는 세순이(세피아2)를 타고 전국을 돌아 다녔다. 청주, 포항, 대구, 부산, 강원도를 비롯해 먼곳에 일이 있을때마다 운전을 해서 갔다. 그동안 운전을 못한 한이라도 풀려는듯이 말이다.

지금은 소천 하셨지만 당시 청주에 사시는 친정아버지를 케어하기 위해 서울에서 매주 운전을 해서 청주에 갔다. 비록 내나이 50대 초중반에 시작한 운전이지만 열심히 운전을 하고 다닌 결과 어머니와 남편으로부터 ‘베스트드라이버’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은 그동안 개발되지 않았던 내안의 운전 잘하는 재능이 나타난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운전을 매우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편 K선교사는 운전을 싫어해서 하게 되면 마지못해 한다. 장거리를 다닐때도 내가 더 많이 운전을 하게 되곤했으니까 말이다.


세순이(세피아2)를 6년여 열심히 타고 다닌후 두번째로 생긴 차가 소나타골드EF이다. 하얀색의 잘생긴 소나타에게 나는 ‘황금소돌이’라는 예명을 지어서 붙여 주었다. ‘황금소돌이’는 ‘세순이’ 보다 힘도 좋고 중형차량이라 차도 묵직하게 나가고 안정감이 있는 차였다.

80대 초반에 치매에 걸려 10년 넘게 앓고 94세에 소천하신 어머니를 모시는데 ‘황금소돌이’는 일등공신이었다. 황금소돌이에 어머니를 모시고 수없이 병원에 다녔고 나들이도 다녔고 제주 여행도 갔고, 손주들이 살고 있는 대구에도 몇번이나 갔으니 말이다. 상노인인 어머니를 모시고는 대중교통이용도 어려웠기 때문에 자동차가 필수적으로 필요했다.

우리 어머니는 내가 운전하는 것을 좋아하셨는데, 늘 말씀 하시기를 “네가 운전하면 참 편하다”라고 하셔서 나의 기를 세워 주셨다. 내가 “애비가 운전하는게 편하시지 않아요?”하면 어머니는 정색을 하시고는 “아니야, 난 네가 운전하는게 편하고 좋아” 하시곤 했다.

이처럼 우리 가족을 위해 잘 쓰임받던 황금소돌이가 떠나는날은 왠지 마음이 이상했다. 차고에 내려가서 자동차털이개를 꺼내어 황금소돌이 몸통 이곳 저곳을 쓸어 주었다. 나의 삶의 애환에 함께 해 주었던 황금소돌이가 너무나 고마웠다. 이 차를 나에게 무료로 주었던 집사님 생각도 났다. 지금 분당에서 병원 운영은 잘되고 있으신지…

우리 황금 소돌이는 성형수술도 받았다. 작년에 김포의 아파트에 살고 있을때이다. 지하차고에 세워논 우리 황금소돌이를 이웃집 아저씨가 자신의 소형트럭을 빼내다가 박아서 헤드라이트와 앞범퍼 전체를 갈게 되었다. 수리비만 보험회사에서 백만원 넘게 처리했고 덕분에 황금소돌이는 미남이 되었다 앞 얼굴을 성형수술을 받은 셈이니 말이다.

비록 연식은 오래 되었지만 아직은 힘도 좋고 성형으로 미남이된 우리 황금소돌이가 자동차선교회에 들어가게된 것도 다 뜻이 있는것 같다. 선교사인 나를 태우던 황금소돌이는 사명 다하는 날까지 여러 다 수의 선교사를 태우도록 사명을 받은 것이다.

사실 “황금소돌이를 데려갈분 누구 없으신가요?”라고 몇개의 단톡방에 올린 후 차량선교회 이집사님에게는 개톡으로 소식을 알렸는데, 제일 먼저 연락이 온것이 차량 선교회이다. 그후 세사람이나 자동차를 사겠다고 연락을 해 왔으나 이미 차는 자동차선교회에 우선권이 있었다.

나는 빛나는 붉은색 후미등을 켜고 유유히 차고를 빠져 나가는 ‘황금소돌이’를 아쉬운 마음으로 보내면서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래, 황금소돌아 너에게 선교사를 돕는 사명이 남아 있듯이 나도 선교의 사명을 끝까지 감당하도록 힘쓸께 그동안 너무 고마웠고 사랑한다 황금소돌아 안녕~안녕~”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
(행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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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