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나은혜 목사
구정설 이틀전인 오늘은 가족식사를 하기로 한 날이다. 가족이 다 모인것은 아니지만 대구에 사는 아들네와 딸네 식구와 우리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우리가 사역하러 김포에 올라가기 때문에 막상 명절당일엔 우리부부가 대구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역하러 김포를 다녀와서 가족이 모이기로했다. 우리 부부가 주일저녁에야 대구 집으로 올텐데 그때 전을 부치기는 어려울것 같았다. 그래서 설음식인 전을 미리 부쳐놓고 가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문득 며느리인 하영이가 “어머님이 만드신 녹두빈대떡이 먹고싶어요.” 라고 말했던 생각이 났다. 녹두빈대떡은 막 구어서 양념장에 찍어 먹을때가 제일 맛있다. 나는 자녀들을 불러서 녹두전이 맛있을때 먹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튿날 아침이면 사역을 위해 출타를 해야 하지만 전날인 목요일 저녁에 가족들을 다 모이라고 했다. 녹두 빈대떡 하면 큰딸도 또 빼놓을 수가 없다. 한자리에서 4~5장은 거뜬히 먹으니까 말이다.
나는 녹두빈대떡, 해물동그랑땡, 동태전을 부치고, 쇠고기무우국 하나만 끓여서 간단하게 먹기로 했다. 그리고 콩나물을 삶아서 무쳤다. 손주들이 먹을 콩나물은 고추가루를 빼고 하얗게,어른들이 먹을 콩나물무침은 빨갛게 무쳤다.
아참~ 12월에 담가서 김치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던 김장김치를 처음으로 꺼내 봐야겠다. 분명 맛있을거다. 동치미와 깍뚜기도 꺼내놓고 간단하게 저녁을 먹으면 될것 같았다. 아무튼 오늘의 메인요리는 녹두빈대떡이니까
마지막으로 중요한 한가지가 양념장이다. 쪽파를 많이 다져서 넣고 진간장 마늘 통깨 참기름 고추가루를 넣어서 만들다가 문득 손녀딸 로아가 “할머니 녹두빈대떡 간장에 콕콕 찍어 먹으면 맛있어요.” 했던 생각이 나서 아이들 먹일 간장엔 고추가루를 빼고
따로 만들었다.
밥은 손주들을 위해서 잡곡은 빼고 흰쌀밥에 파란완두콩을 한주먹 넣었다. 파란 완두가 흰쌀밥위에 듬성 듬성 올라와 있으면 보기도 예쁘고 더 먹음직 스럽기도 하기 때문에 모양을 내는 것이다. 영양이야 덤이고말이다.
퇴근 시간들이 다르니 가족들이 하나 하나 들어온다. 딸과 손주들이 먼저와서 밥을 먹였다. 딸이 탄성을 지른다. “와~ 엄마 오늘의 메인요리는 쇠고기무우국이예요. 너무 시원하고 맛있어요. 그리고 우리 남편도 너무 좋아하는 국이예요.”
나는 기본 반찬을 차려놓고 나서 녹두빈대떡을 두개의 후라이팬에 열심히 부쳤다. 바짝 구어서 바삭바삭해야 다들 좋아하기 때문에 시간이 꽤 걸린다. 부지런히 구어야 계속 식구들이 먹어대는 녹두빈대떡 공수를 잘할 수 있다.
손주셋은 앉은상을 펴놓고 먼저 저녁을 주었다. 아이들도 잘먹는다. 세명이라 경쟁이 되어선지 아이들은 밥을 잘 먹는 편이다. 딸이 “엄마 애들이 맛있다고 두번씩 가져다 먹었어요.” 한다. 자녀와 손주들 밥 잘먹는것처럼 보기좋은 그림이 또 있을까 싶다.
아이들을 미리 다 밥을 먹여 놓았으니 한솥져졌다. 며느리가 퇴근하고 와서 큰딸하고 겸상해서 밥을 먹으면서 맛있다고 감탄한다. 그런 모습이 흐믓하기만하다. 나는 계속 녹두빈대떡이 구어지는대로 날라다 주었다.
하나님이 내게 ‘엄마의마음’이라는 모성애를 주신것이 신기하다. 자녀들이 내가 해 주는 음식을 신나서 먹을때마다 ‘인생의백미’를 느끼니 말이다. 나는 계속 ”애, 녹두 빈대떡 한장 더 먹을래? 하나 더 먹어라“ 하고 권한다.
딸이 손사래를 친다. “엄마 나 벌써 4장째야 그만 먹을래” 라고 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서 보기만해도 먹음직 스럽게 노릇노릇 바삭하게 구어진 녹두빈대딱 한장을 슬쩍 가져다가 딸과 며느리의 빈접시에 올려 놓는다.
그만 먹겠다고 하던 딸하고 며느리가 젓가락으로 먹음직 스럽게 잘 구어진 빈대떡을 잘라서 먹는다. 나는 그 모습을 옆눈질해 지켜보며 내 작전이 성공했음을 기뻐한다. 녹두빈대떡 자녀에게 더 먹이기 작전 말이다.
일년에 두어번 명절에나 해 먹는 녹두빈대떡이야 더말할것 없이 맛있겠지만 오늘은 처음 꺼내어 썰어놓은 김장배추김치가 또 대박을 쳤다. 김치냉장고의 위력을 새삼 느꼈다. 김장독을 땅에 묻지 않고 집안에서 이렇게 신선하고 맛있는 김장김치를 먹을 수 있다니…
조금 있으니 큰아들과 사위가 비슷하게 들어와서 겸상하여 저녁을 주었다. 대학다닐때 베프(Best Friend) 였던 아들과 사위는 무슨 이야기인지 쉴새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는 모습이 또 보기좋다.
나와 남편과 둘만사는 적막한 집에 모처럼 자녀들과 손주들까지와서 아홉명이 시끌벅적 하고 북적대니 사람이 사는집같다. 아이들이 춤추는 게임을 따라 하면서 춤을추고 하하 호호 웃음이 끊임없이 들려온다.
상을 치우면서 나도 미소짖는다. 그래 이게 사람사는거지. 더 자주 아들네와 딸네식구를 불러서 식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족도 자주 만나지 않으면 친근감이 멀어진다. 그래서 가족은 자주 만날일을 만들어서 가능한 자주 만나는게 좋다.
미리 식구들을 불러 녹두빈대떡을 먹인것은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든다. 우리집 전통명절음식인 녹두빈대떡은 식구들이 다 좋아한다. 이제 김포에 사역하러 다녀와서는 이번가족식사에는 못 참석한 막내딸이 좋아하는 잡채를 만들고 떡국을 끓여줄 생각이다.
명절당일 떡국을 못먹으면 좀 어떤가 이틀이 지나 떡국을 먹어도 사랑하는 가족들이 함께 다모여서 밥을 먹고 얼굴을 보는게
중요한 것이지. 덕분에 올 구정 명절에는 가족들이 두번 모여서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어서 명절의 기쁨을 갑절로 누리게 되었다.
이에 내가 희락을 찬양하노니 이는 사람이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해 아래에는 없음이라 하나님이 사람을 해 아래에서 살게 하신 날 동안 수고하는 일 중에 그러한 일이 그와 함께 있을 것이니라(전 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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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