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이웃을 생각하는 추석

우리 민족의 명절인 중추절이 바로 눈앞에 다가왔다. 추석 연휴엔 많은 인파가 이동을 한다. 각자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부모님이 계신 고향으로 가서 그동안 못 만났던 형제 자매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송편과 맛있는 추석 음식을 먹으면서 가족간의 화목을 다지고 서로 살아온 이야기들도 나누며 모처럼 푸근한 시간을 갖는 날이 추석이다. 성묘는 아마 추석이 오기 전에 일찌기 다 해 놓았을 것이다.

우리집도 명절을 맞아 갓 결혼한 아들 내외도 오고, 태어나서 아직 한번도 우리 집에 안 왔던 큰딸의 셋째아이 조이를 비롯해 사랑하는 로아와 로이도 이번 추석엔 다 온다. 조이가 첫돌을 지났기 때문에 여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므로 가족들이 모이면 먹거리를 준비하는 일이 내겐 가장 중요한 일이다. 미리 김치를 담가 놓았지만 이것 저것 준비할 것이 많은 것이 명절전 몇날이다. 나는 올해도 녹두 빈대떡을 해 먹으려고 깐녹두를 사다 놓았다.

명절 음식및 아이들 맞을 준비로 바쁜 나에게 필리핀의 K선교사님이 연락을 해 왔다. 9월7일 수요일날 서울대역 부근의 한 교회로 선교사들을 초청하여 추석파티를 열어 준다고 하니 꼭 오라는 것이다.

내가 안올까봐 그랬는지 K선교사님은 이달 하순 자기가 선교지로 들어가는데 가기전에 내얼굴좀 보자고 했다. 그러니 꼭 오라는 것이다. 나는 좀 생각하다가 가겠다고 했다.

지하철을 이용하여 갔다. 서울대입구역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루는교회’가 모임 장소다. 주최는 ‘열국의 아비와 어미의집 아미교회(독립교단)’ 이 했고 모임 장소만 ‘이루는교회’에서 한 것이다.

교회 6층에 ‘한가위처럼 주님앞에’란 주제로 ‘행복한 오늘, 특별한 당신을 만나 참 좋습니다.’라는 환영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테이블위엔 알록 달록 색색의 예쁜 송편과 과일과 삶은 땅콩 그리고 주스가 놓여 있다.

그런데 각 사람앞에 예쁜 색지로 포장된 둥근 모양의 물건이 놓여 있었다. 나는 궁금했다. 저것은 저금통인가? 동그란 모양이 무얼까? 알고보니 동그란 단호박을 그처럼 예쁘게 포장해 놓은것이다.

각기 다른 선교단체에서 파송받은 제한된 인원인 30명 선교사들이 모였다. 선교사들은 선교지도 다각각 이어서 각자 나와서 자기 소개와 사역소개 그리고 선교지 이야기를 아미교회 담임 L목사님의 인도로 나누었다.

이번 모임을 돕는 스텝 한 분이 소개와 인사를 마친 선교사에게는 오미자액을 한병씩 선물해 주었다. 그리고 소개를 마친 선교사님을 위해 합심해서 중보기도해 주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이루는 교회’내에 근사한 교회카페가 있어서 모두 자리를 옮겨서 향좋은 아메리카노 커피를 한잔씩 마시면서 서로 교제를 나누었다. 나도 수년만에 만나는 잘아는 선교사님들과 담화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고 다시 처음의 모임 장소로 돌아왔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정도의 나이가 됨직한 남매가 바이얼린 연주를 했다. 찬송가를 연주하고 두번째 ‘사명’을 연주할때는 모두 따라서 노래를 불렀다.

이제 모두들 슬슬 배가 고파지는 시간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테이블 위에 차려 놓은 송편과 과일 땅콩등으로 손이 갔다. 그런데 때맞추어 먹음직한 배추 겆절이와 깍두기, 오이무우피클을 반찬으로 가져다 놓는다.

그리곤 이어서 큼직한 갈비가 두대씩 들어 있는 갈비탕과 하얀 쌀밥이 나왔다. 우리는 배고픈김에 저녁으로 갈비탕을 맛있게 먹었다. 각자의 이름표에 쓰여 있는 경품번호대로 선물도 받았다.

포도한상자, 오미자액, 단호박, 옥수수, 들깨가루, 참깨, 들기름 한병, 복숭아액기스등등 대부분 농산물이었다. 추석을 앞두고 먹거리를 선물로 준비한것 같았다. 나는 오미자액 한병을 받았다.

단체 사진도 하나 찍고 둥그렇게 둘러서서 찬양을 하였다. 테이블에 앉아 있을때는 등지고 앉아서 안 보이던 얼굴들을 서로 마주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다. 대부분 시니어 선교사들로 선교지에서 20~30년 이상사역을 해온 분들이다.

선교사님들의 얼굴에 고생한 흔적들이 역력했다. 그 수고를 격려하고 위로해 주고자 추석명절을 앞두고 이렇게 잔치를 차려준 아미교회가 고마웠다. 조직을 갖춘 큰 교회도 아닌데 강원도 산골교회가 이런 귀한 일을 한 것이다.

원래 계획은 다과와 함께 준비한 선물을 주고 마치려고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집사님이 선교사님들 저녁은 먹여 보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갈비탕을 준비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정성이 깃든 갈비탕 이어선지 갈비탕이 유난히 맛있었다. 내 앞에 앉은 선교사님도 “아유~ 고기가 정말 부드럽네요”하면서 갈비를 먹는 모습을 보며 미소가 지어진다. 저녁 안먹여 보냈으면 정말 큰일날뻔 한것 같다.

소외된 이웃 가운데 특별히 해외선교를 하다가 고국에 잠시 머물고 있는 선교사 이웃을 기억하고 잔치를 마련한 아미교회는 분명 선교사들을 위해 세계 선교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이다. 이런 성령의 감동은 아무나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지자의 이름으로 선지자를 영접하는 자는 선지자의 상을 받을 것이요 의인의 이름으로 의인을 영접하는 자는 의인의 상을 받을 것이요(마 1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