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감독의 사극 실험, 단종을 새롭게 그리다

▲ 사진출처=장항준감독 인스타

장항준 감독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통해 익숙한 역사 인물을 새로운 시선으로 풀어낸다. 다음 달 4일 개봉하는 이 작품은 폐위된 단종이 유배지 영월에서 보낸 마지막 시간을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사극이다.

장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역사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했던 건 뻔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었다”며 “기록으로 남지 않은 빈 공간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채울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밝혔다.

‘왕과 사는 남자’는 기존 사극에서 자주 그려졌던 단종과 한명회의 구도를 과감히 비튼다. 박지훈이 연기한 단종은 연약한 비극의 상징이 아닌, 영특하고 강단 있는 젊은 군주로 묘사된다. 유지태가 맡은 한명회 역시 단순한 권력자가 아닌, 압도적인 존재감을 지닌 인물로 그려진다.

이 작품의 중심에는 역사 기록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 인물 엄흥도가 있다. 단종의 유배지인 영월 광천골의 촌장이자 감시 역할을 맡은 그는, 대부분 감독의 상상력에서 탄생한 캐릭터다. 장 감독은 “정사와 야사를 이어 붙이고, 그 사이의 틈을 상상으로 메웠다”며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인간적인 인물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엄흥도 역은 유해진이 맡았다. 극 중 그는 생계를 우선시하는 소박한 촌부로 시작하지만, 단종과의 교감을 통해 점차 내면의 변화와 선택의 갈림길에 서는 인물로 그려진다. 장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유해진을 떠올리며 캐릭터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장 감독은 “유해진은 촬영이 없는 순간에도 인물의 감정을 끌어올리다 눈물을 흘릴 만큼 몰입도가 높았다”며 “장면 하나하나를 쉽게 넘기지 않고 끝까지 파고드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두 사람은 2002년 영화 ‘라이터를 켜라’ 이후 24년 만에 다시 작품으로 만났다. 장 감독은 “‘왕과 사는 남자’가 유해진의 필모그래피에서 부끄럽지 않은 대표작으로 남았으면 한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역사적 사실 위에 상상력을 덧입힌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의 삶을 통해 권력과 인간, 그리고 선택의 의미를 다시 묻는 작품으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저작권자 ⓒ 크리스천매거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송혜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