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을 불러온 생일축하

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나은혜 목사

누구에게나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이 바로 생일이다. 그 누구라도 당사자가 생일을 맞은것을 알면 잘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선뜻 마음을 열고 축하를 해주는 것을 볼 수 있다. 왜그럴까? 아마도 그것은 한 사람을 이 땅에 존재하게 한 그날이 있게 한 하나님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지난 9/29~10/4일 필리핀 세부에 선교여행을 갔다가 내생일을 맞게 되었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에서 조식을 먹는 시간이었는데 나와 함께 식사를 하던 분들이 내가 생일인것을 호텔측에 알려주었다. 그러자 호텔측에서는 축하 준비를 해올테니 잠시 기다라고 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치즈케이크 한조각에 촛불을 꼿고 케이크를 담은 커다란 접시에초콜렛으로 “happy birthday to you”라고 써서 갖다 주었다. 뿐만 아니라 아이스커피를 나와 한테이블에서 함께 식사했던 모든이들에게 제공해 주었다. 그리고는 호텔 직원들 대여섯명이 오더니 템버린을 치며 해피버스데이투유(happy birthday to you)하고 생일 노래를 세번이나 경쾌하게 불러 주었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서는 아들내외가 스페셜해물찜을 생신축하저녁이라고 대접해 주었다. 생전 처음보는 엄청나게 큰 해물찜 냄비에 전복, 문어, 오징어, 새우, 각양조개등 온갖 해물과 꼬치오뎅과 닭한마리가 치즈뚝배기와 함께 들어있는 해물찜은 과연 스페셜이었다. 조개를 뚝배기에 녹인 치즈에 찍어먹으면 맛있다는것도 처음 알았다.

그러자 다음날 큰딸과 사위는 양식집에가서 아빠엄마만 오붓이 데이트하면서 식사하라고 돈을 보내 주었다. 우리는 대구의 현대백화점에 있는 ‘텍사스로드하우스’란 전문양식집에를 갔다. 설로인 스테이크와 시저샐러드, 설로인수프와 모듬야채를 시키고 콜라와 아이스커피를 각각 한잔씩 주문했다.

텍사스로드하우스 에서 직접 구운 빵은 얼마든지 리필해 주었다. 부드러운 땅콩잼을 발라서 남편은 빵을 4개를 먹고 나는 2개나 먹었다. 그곳에도 생일이라고 하면 축하를 해 준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주변에 민폐가 될것 같아서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후 직원들이 ‘굿타임’이라고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이벤트를 해 주었다.

아무튼 남편과 나의 생일이 같은달 시월에 들어 있어서 가족들이 총동원 생일축하를 해 주느라고 바빴다. 남편의생일 저녁에는 큰딸네서 양념닭찜을 시켜서 저녁을 먹었다. 식사후에는 이벤트 하라고 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우리 손녀딸 로아가 할아버지를 제 방에 데리고 가서 할아버지 눈을 가린채 손을 잡고 나왔다.

거실 식탁에서는 로이와 조이가 제 엄마와 함께 초코케잌에 불을켠 케이크를 준비하고 대기 하고 있는 중이다. 로아가 눈을 가린 할아버지 손을 잡고 나오자 아이들은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흥이 많은 막내 조이는 덩실덩실 춤을 추고 난리도 아니다.

드디어 생일 촛불을 남편이 꺼야 하는데 손자 로이 조이가 못참고 저희 둘이 먼저 촛불을 꺼버린다. 하하하… 호호호…웃음꽃이 터지고 즐거운 케이크 절단식을 하고 내가 한조각씩 케이크를 앞접시에 담아 주었다. 그런데 케이크맛이 수제케이크집 맛처럼 훌륭했다. 알고보니 바로 수제케이크이다.

로아 로이 조이가 제엄마의 도움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하~ 어쩐지 초코 케이크 위에 커다란 왕방울 초코렛 세개가 얹혀 있더니 로아 로이 조이 삼남매를 상징하는 것이었구나. 케이크 맛도 아주 탁월하고 손주들 정성이 가득 담긴 생일케이크를 선물로 받은 남편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할아버지가 아닐까 싶다.

거기에다 초등학교 2학년생인 손녀 로아가 직접 손글씨로 쓴 생일축하카드 까지 받았으니 말이다. 로아가 남편에게 쓴 생일카드 내용은 이렇다. “할아버지께. 안녕하세요? 저는 할아버지의 손녀 로아예요. 할아버지가 71번째(생신)이라고 들었어요. 할아버지 생신 축하드려요. 제가 들은건데 외모를 판단하지 말고 마음을 보라는 말이 있어요. 이 말처럼 몸은 늙어도 마음은 30세예요. ‘로아올림’ ”

손녀딸 로아가 할아버지에게 30세 젊은 청년의 마음으로 살아가라는 축복의 말을 할아버지 생신선물로 해 준 것이다. 이보다 멋진 생일 선물이 어디에 있을까? 그런데 케이크를 다 먹고난 로아가 내게 오더니 “할머니를 그림으로 그려 드리고 싶어요.” 한다. 아마 할아버지 생신선물로는 카드를 썼지만 내 생일선물로는 그림을 그려주고 싶었나 보다.

로아는 그림을 곧잘 그린다. 케이크와 차를 마시는 동안 로아가 뚝딱 나를 그린 그림을 비닐문서꼿이에 넣어서 가져다 준다. 제법 포인트를 잡아서 잘 그렸다. 내가 로아에게
한마디했다. “로아야 할머니를 날씬하게 그려주어서 고마워” 그말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린다.

남편과 나의 올해 생일은 참 풍성하게도 보냈다. 그뿐인가 아직 손도 대지않은 케이크가 박스에 들은 그대로 통째로 우리집 냉동고에서 어서 꺼내서 잘라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뚜레쥬르의 이 케이크는 내생일몫의 케이크라고 한다.

아침마다 큰손녀 로아의 등교를 도와주러 큰딸네집에 가는 남편이 돌아오면서 케이크를 하나 들고 들어왔다. “왠케이크예요?” 하고 내가 물었다. “로아엄마가 주던데 엄마생일케이크 라고 하네.“ 나는 “하하…아빠생일하고 내생일하고 겸사겸사해서 초코케이크를 자르는줄 알았는데…. ”

내가 큰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제 초코케이크 잘랐는데 왠 케이크를 또 보냈니? ” 큰딸은 “엄마 생신케이크예요. 초코케이크는 아빠생신 몫이고요. 엄마생신도 따로 케이크 잘라야지요.” 한다. 주밀하게 부모의 기념일을 챙기는 큰딸을 보면 옛 어른들의 말이 생각 난다. “큰딸은 살림밑천” 이라는 이야기말이다.

어떤 집은 가족의 기념일을 챙기거나 가족에게 축하할 일이 있어도 특별히 챙기지 않는다고 한다. 습관이 되어 서로 그러려니
하고 섭섭해 하지도 않는단다. 그런면에서 이벤트 잘하고 기념일 잘 축하하고 챙기는 우리가족은 좀 유난스러운 것일까?

언젠가 큰딸이 말했다. “호호… 이렇게 가족기념일 챙기고 이벤트하는거 누구에게 배웠겠어요. 엄마에게 배웠지요. 엄마가 전에 선교지에 살때도 사역하러 출장간 아빠가 돌아오실때면 엄마는 꼭 머리했잖아요. 그리고 우리와 함께 아빠 환영이벤트를 준비했지요. 풍선도 달고 ‘아빠환영해요’ 라고 써서 거실벽에 붙이고…”

나는 기억이 가물하다 ”내가 그랬었나? 나도 한참 젊었을때니 그렇게 할 수도 있었겠지“ 그런데 내 딸은 청출어람이다. 큰딸은 한술 더 뜬다. 제남편의 매달 월급날이면 아이들과 현관문서부터 퍼포먼스(performance)를 하고 축복송을 부르고 그날 저녁은 사위가 좋아하는 특식인 라자냐(이탈리아음식으로 네모난 용기에 얇게 민 밀가루 반죽을 직사각형으로 잘라서 만든 이탈리아식 국수와 토마토소스, 고기, 치즈 따위를 겹겹이 쌓아서 오븐에 구워 낸 요리)만들어 먹는다. 또 평소엔 비싸서 잘 안사먹는 아이들이 잘 먹는 비싼과일도 그날만은 사준다.

나는 대구에 내려와서 그렇게 재미 있게 살고 있는 딸을 옆에서 지켜 보면서 내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자주 지어지곤 한다. 큰딸의 삼남매가 다 자라 가정을 이루었을때 제 엄마에게 배운것을 그대로 하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흐믓한 미소를 짓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 속담에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란 말이 있다. 집안이 화목(和睦)하면 모든일이 잘된다는 뜻이다. 가정의 화목은 우리 사회가 행복하고 번영하기 위해 중요한 가치를 제시한다. 또 이 가치를 기반으로 가정도 사회도 더 나은 미래를 세워갈 수 있을 것이다. 자녀들로 인해 올해 풍성한 생일을 보내면서 ‘가족과 화목’이라는 두 단어를 조용히 묵상해보게 되었다.

그들의 역사로 말미암아 사랑 안에서 가장 귀히 여기며 너희끼리 화목하라.
(살전 5:13)

<저작권자 ⓒ 크리스천매거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송혜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