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문학 : 부활

"사랑해요!” 의 힘
지은나교회 나은혜목사


어머니가 코로나전담병원에 한주간 입원했다가 퇴원하신 지 꼭 12일이 지났다.

지난 토요일 퇴원 하신 후 나를 비롯한 가족들은 사실 생사의 갈림길을 왔다 갔다 하는

어머니를 지켜 보아야 하는 시간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주변 지인들의 고령의 부모님들이 소천했다는 소식이 계속해서 들려 왔다.

우리 어머니도 집에서 세는 나이로는 93세 이시지만 며칠전 생신을 지내서 만으로 꼭 92세가 되셨다.

최근에 코로나로 인해 특히 90대 어른들의 소천 소식이 줄을 이었다.

코로나가 유행되지 않았을땐 그래도 여러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으며

생명에 큰 위협 없이 살아가던 어르신들이 코로나에 걸리면서 생명을 잃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유행 바이러스에 걸려 돌아가시는 분들이 무색할만큼 100세가 넘어서도 인생을 향수하며

지내는 분들의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알려진다.

MBN의 특종세상 521회로 ‘99세의 피아니스트 - 내나이가 어때서’라는 영상을 우연히 보게되었다.

71세부터 독학으로 피아노를 치기 시작해서 29년째 피아노를 연주하는 할머니 이야기였다.

할머니의 일상생활을 그대로 취재한 영상을 보면서 정말 자기관리를 잘하는 할머니 인것을 알게 되었다.

피아니스트 할머니는 백세가 다 된 나이에도 치아관리를 얼마나 잘했는지 자신의 본 이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허리도 얼마나 꼿꼿한 지 지팡이없이 두 발로 걸어서

시장을 다니시는 경이로운 백세 할머니였다.

자녀들이 7남매나 있지만 할머니는 혼자서 독립적인 생활을 하면서 지내고 있었다.

자녀들과 함께 지내면 자신이 먹고 싶은것 마음대로 못해 먹고 눈치가 보여 불편 하다는 것이다.

자식을 의존할 만한 나이임에도 그토록 강하고

독립적인 정신력을 가진 할머니 이야기는 그저 감동 스러울뿐이었다.

이 할머니처럼 살 수 있다면 장수는 그 자체가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피아니스트 할머니는 자신은 200살도 살 수 있을것 같다고 취재진에게 말한다.

그만큼 건강과 삶의 의욕에 자신이 있다는 것이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나 장수 장수 하는 요즘 시대에도 이런 건강하고 온전한 삶을 사는 장수인은

백에 하나 천에 하나 일 것이다.

모든 것을 타인의 손에 의지해서 살아가야 하고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숨쉬는것만 확실한 우리 어머니와 백세에도 독립적인 삶을 혼자서 살아가는 할머니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노후의 삶의 질이 사람마다 이렇게도 다를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이다.

어머니는 코로나전담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 하신후 어느날은 완전히 식사를 거부하시다가

또 어떤 날은 하루 세끼를 잘 받아 드시는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그래도 부활주일 아침엔 죽 한그릇을 다 비우시는 어머니가 어찌나 고맙던지 모른다.

남편 K선교사가 어머니에게 밥을 먹여 보려다가 어머니가 입을 굳게 닫아 버리셔서

실패를 하고는 낙심하며 “밥을 먹여드릴 방도가 없네”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어머니에게 밥을 먹여 드려 보아야겠다고 다가섰다.

나는 먼저 어머니의 마음을 얻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머니 이마에 키스를 몇번 해 드렸다

그리고 “어머니 사랑해요.” 하고 고백 하면서 “우리 밥 먹을까요?” 했더니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고 내가 넣어 드리는 죽을 받아서 드신다.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이 “야~ 우리 어머니는 사랑을 반찬삼아 밥을 드려야 드시는구나.” 한다.

어머니는 치매 환자지만 감정이 예민한 분이다.

어머니를 사랑하고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에게만 마음을 여시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아무튼 10년 가까이 어머니를 모시면서 우리 어머니에게 사랑한다는

고백을 요즘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중이다.

어머니는 마치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우리 자녀들의 사랑을 요구 하시는것 같다.

놀라운것은 내가 어머니에게 “어머니 사랑해요.” “어머니 사랑해요.” 하고 고백을 하면 할수록

내 눈에 점점 어머니가 예뻐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 얼굴도 만져 드리고 이마도 만져 드리고 발도 주물러 드리고

등도 긁어 드리면 어머니는 너무나 좋아 하신다.

93세의 어머니가 스킨쉽을 이렇게도 좋아 하시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겐 입으로 하는 “사랑해요.” 라는 고백과 함께 손을 만져주고

발을 주물러 주고 얼굴을 만져주고 키스도 해주고 이러한 스킨쉽이 중요한것 같다.

입을 굳게 다물고 물 한모금도 안 받아 먹으려던 어머니가

“어머니 사랑해요” 한 마디에 물도 받아 드시고 죽도 한그릇 뚝딱 드시고

뉴케어까지 한팩 다 드시는 것을 보면서 “사랑해요”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가를 깨닫게 된다.

주님의 십자가 사랑이 죄로 죽었던 우리를 살려 내었듯이

우리가 사랑할때 치매환자의굳게 닫힌 마음문을 열게 하고 굳게 다문 입을 열어 밥을 먹게 한다.

사랑은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밥을 받아 먹게 하는 놀라운 능력이다.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속하기 위하여 화목제물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라(요일 4:10)


글/사진: 나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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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봉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