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하고 멋이 있는 결혼식

지인 목사님이 문자를 보내왔다. “내일 큰 아드님,세기의 결혼식 되소서~축하, 축복합니다.” 라고 말이다. 나는 곧 답장을 보냈다. “하하… 세기의 결혼식은 다이애나비와 촬스왕자의 결혼식인데 그들은 이혼했으니 싫어요. 그냥 주님 안에서 조촐한 결혼식이 되게 기도해 주세요.”

아무튼 드디어 우리집 기준으로 아주 세기적인 아들의 결혼식날이 밝았다. 하긴 요즘은 40대에 하는 결혼도 지극히 보편적이라고 한다. 인기탈렌트 현빈과 손예진도 얼마전에 40세의 나이로 결혼했다.

하지만 나는 아들이 삼십이 넘으면서부터 결혼을 재촉한 엄마로서 10년을 기다린 셈이다. 매년 추석이나 구정에 아들이 집에 올때마다 “언제 결혼할거니?”’라고 물었고 아들은 “걱정 마세요. 착한여자 데리고 올께요” 라고 대답했는데 그 응답이 10년 걸린 셈이다.

결혼식 당일 아침 7시에 출발하는 KTX를 예매해 놓았다가 아들의권고로 취소하고 하루전에 대구 도착해서 아들과 맛난 점심도 먹고 아들이 예약해둔 결혼식을 할 호텔에서 묵으면서 쉬고 좀 여유있게 움직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사실 결혼식 당일날은 모두가 정신이 없는 날이다. 신랑신부는 8시30분 부터 미용샵에 가서 단장을 해야 한다. 혼주인 나와 남편도 9:30분까지 미용샵에 도착해서 화장과 머리를 올려야 하고 이것 저것 준비할게 많아 분주하기만 했다.

결혼식 진행은 호텔측의 제복을 입은 결혼지도사들의 지도를 받으면서 하면 되었다. 맨 먼저 혼주인 나와 안사돈이 손을 잡고 입장하여 약간빠르게 씩씩하게 걸어서 단위에 올라가 촛불을 점화했다.

사돈끼리 마주 보고 맞인사를 하고는 하객들을 바라보고 다시 허리숙여 깊이 인사를 하고는 혼주석에 앉았다. 신랑이 “하영아 사랑한다~” 외치더니 씩씩하게 걸어서 신랑입장을 하고 곧이어 신부입장을 했다. 역시 결혼식의 꽃은 신부다. 신부는 연한살구색빛이 도는 정숙하면서도 화려한 드레스를 입었다.

아나운서처럼 목소리가 좋은 사회자가 차분히 결혼식 순서에 따라 진행을 한다. 예물교환을 하는 순서에 예물을 들고 들어오는 화동역활은 신랑의 조카이며 내 외손주인 로아와 로이가 맡았다.

로아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꽃바구니에서 하얀 꽃잎을 뿌리며 들어오는데 연습을 많이 한 모양으로 매우 침착하기만하다. 나비넥타이에 흰셔츠 검정반바지로 여름 정장을 한 로이는 신랑신부가 교환할 예물반지를 손에 받쳐 들고 누나와 동시에 입장했다.

결혼식엔 역시 귀여운 화동이 등장하면 분위기가 더 화기애애해진다. 어린아이들은 언제나 기쁨과 웃음을 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로이가 누나 로아를 따라 걷지 못하고 약간 뒤쳐진다. 나중에 알고보니 낮잠 잘 시간이라 졸려서 그런거란다. 세상에나…

결혼식이 끝난후 내가 속한 노회의 S여목사님이 대구에서 목회하고 있어 결혼식에 참석 하고나서 나에게 문자를 보내왔다. “오늘 완전 아름답고 은혜충만한 결혼식이었습니다. 신랑 신부의 서약이 그러하고, 혼주의 덕담이 그러하고, 특송이 그러하고, 신부의 눈물이 그러하고 ~~~모름지기 결혼식은 이러해야 합니다. 다시한번 축하하고 축복합니다.”

S목사님은 영문학박사 답게 결혼식에 참석한후 간단하지만 결혼식 전체를 꿰뚫어 분석한 모양이다. 결혼식순이 20분 남짓 축하공연이 10여분으로 40분이내에 다 마치고 사진을 찍고 마치는데까지 50분 정도가 소요된 셈이다.

축하공연전 혼주인 남편의 덕담과 축복의 기도가 2분 정도 였는데 심플하지만 내용은 나름 심도있고 신랑신부를 축복하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그 전문을 여기 실어 보면 다음과 같다.

“오늘은 참으로 경사스러운 날입니다. 저의 큰아들이자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오늘 일생을 해로할 어여쁜 신부를 맞이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아들을 낳아 키운 아비로서 저는 더없이 기쁘고 즐겁습니다.

요즘 자녀들이 나이 들어도 결혼을 하지 않아 부모들이 걱정을 많이 합니다. 부모만 걱정하는게 아니라 나라도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낳지 않아 걱정을 합니다.

오늘 신랑 김성화군과 신부 신하영양은 결혼식을 올려 양가부모에게 기쁨을 주고 근심을 없애 주었습니다. 또 나라에도 기쁨을 주고 애국하였습니다. 그런데 부모나 나라보다 더 기뻐하는 분이 계십니다. 바로 창조주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은 이 세상을 창조하실때 남녀의 결혼을 계획하셨습니다. 그리고 남과 녀 두 사람이 하나가 될 때 매우 기뻐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양가부모와 대한민국과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린 것입니다. (신랑신부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신랑 신부! 참 잘했어요!!(신랑 신부와 하객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오늘 결혼하여 가정을 이룬 김성화군과 신하영양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먼저 하나님을 사랑하고 부모를 공경하고 부부가 된 두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깊이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또한 하나님께서 주신 재능으로 이웃과 나라를 위해 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부탁 하고 싶습니다. 그리하면 김성화군과 신하영양은 이 땅에서 장수하고 잘 될 것입니다.
이제 덕담을 마무리하며 새가정의 미래와 축하하기 위해 오신 분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주님! 새가정이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게 하소서. 새가정이 부모를 공경하여 하나님의 복을 약속으로 받게 하소서.

주님께 받은 재능으로 이웃과 나라를 위해 쓰임받게 하소서. 오늘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결혼에 증인과 축하객으로 참석하신분들에게 장수의 복과 형통의 복과 건강의 복을 주시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참으로 심플하기만 한 결혼예식의 모든 과정이었고 덕담과 축복기도 까지도 군더더기가 없었다. 혼인잔치답게 축가와 국악공연은 흥겨웠다. 그리고 몇십명의 청년들이 일렬로 서서 한송이 장미꽃을 신부에게 주는 퍼포먼스와 신랑의 축가까지 축제의 분위기가 물씬 했다.

대구에서 목회하며 결혼식에 참석한 P목사님이 결혼식 소감으로 문자를 보내 왔다. “신랑이 불러주는 축가는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잠시 고개를 돌렸다가 보니 웬 남자가 축가를 부르기에 초대받은 가수인줄 알았습니다. 아마도 신부가 엄청 감격했을거에요.”

혼주인 나는 가족사진을 찍고는 자리를 옮겨 폐백실로 갔다. 신랑은 사모관대와 족두리에 신부복을 입은 신부가 폐백 지도사의 지도에 맞추어 시부모님과 친정 어머님께 절을 했다. 대추와 밤을 던지라기에 나는 남편과 함께 던졌다.

커다란 알밤 세 알이 신랑 신부가 맞잡은 수건에 떨어진다. 주변에서 웃음 소리가 들린다. 셋이다! 셋이야! 재미로 하는 폐백 밤대추 받기가 흥미롭다. 문득 내가 결혼했던 수십년전의 일이 소급하여 생각이 났다.

그때도 시부모님과 친정 부모님께 폐백을 하고 받은 알밤을 신혼여행지에 가지고 와서 남편이 주머니칼로 깍아서 먹으라고 주었었다. 폐백에 받은 밤 대추는 신랑 신부가 꼭 먹어야 한단다.

이렇게 하여 그동안 준비하고 준비해 오던 아들의 결혼식은 모두 마쳐 졌다. 이제 부부가 된 아들 내외는 비행기를 타고 신혼여행을 떠나고 우리 부부는 대구사는 딸네 집에 가서 몇시간 쉬다가 KTX로 김포로 돌아왔다.

아… 이제 드디어 다 마친건가 몇몇 지인들이 문자를 보내왔다. “시원 섭섭 하시지요?” 나는 응답의 문자를 보낸다. “아니요. 씨~원 하기만 한데요.” 마흔넘어 결혼하는 아들이 웬 섭섭일까 앳된 어린딸을 시집 보내는 것이라면 몰라도 말이다…

혼주 화장을 해 주던 미용사가 나에게 물었었다. “결혼식 할때 우실거예요?” 나는 “아니요 웃을거예요.” 그런데 왠일로 결혼식이 진행되면서 신부입장을 할때 나는 울컥하더니 눈물이 나려고 한다. 눈물을 억지로 참고는 숨을 푸~ 하고 내쉬었다.

신랑인 아들 때문이 아니라 신부인 며느리가 우리집에 결혼하여 들어온다는 사실이 울컥했던 것이다. 저렇게 곱게 곱게 키워서 시집 보내는 사돈의 심정을 대신 내가 느끼기라도 한듯 엉뚱한 곳에서 눈물샘이 터진 것이다.

이렇게하여 긴시간 준비하고 준비한 결혼식은 심플하면서도 은혜롭고 또 멋지게 끝났다. 신랑신부는 비행기를 타고 신혼여행을 떠날것이다. 우리 부부는 대구 사는 큰 딸네 집으로 가서 몇시간 쉬고는 KTX에 몸을 실었다. 축복속에 세기적인 결혼식은 끝났다.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셨고 그들이 창조되던 날에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고 그들의 이름을 사람이라 일컬으셨더라(창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