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글로벌 제약사들이 차세대 비만 신약 개발을 위해 한국에서 임상시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주사형 치료제 중심의 시장에서 경구용 비만약과 새로운 작용 기전을 활용한 후보물질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치료 선택지가 확대될지 주목된다.
22일 의약품안전나라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한국릴리가 신청한 경구용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오르포글리프론'의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승인했다. 과체중인 사람을 대상으로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이다.
오르포글리프론은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를 개발한 일라이 릴리의 경구용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후보물질이다. 주사형 치료제와 달리 알약 형태로 복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약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일라이 릴리는 임상시험에서 당뇨병이 없는 성인이 72주간 오르포글리프론을 복용했을 때 평균 체중 감소율이 11.1%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평균 체중 감소율은 9.6%였다. 다만 실제 치료 효과와 안전성은 추가 임상 결과와 허가 절차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한국릴리는 새로운 작용 기전을 가진 비만치료제 개발에도 나섰다. 식약처는 지난 20일 제2형 당뇨병 환자와 심혈관 위험을 동반한 비만 또는 과체중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엘로라린타이드'의 임상 3상을 승인했다.
엘로라린타이드는 아밀린 수용체에 작용하는 후보물질이다. 아밀린은 식사 후 인슐린과 함께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포만감 조절에 관여한다. 기존 GLP-1 계열과 다른 기전을 활용하는 만큼 향후 체중 감소 효과와 근육량 변화, 안전성 등이 주요 평가 대상이 될 전망이다.
한국로슈 역시 아밀린 유사체 기반 비만치료제 '페트렐린타이드'의 국내 임상 3상에 나선다. 해당 후보물질은 로슈가 질랜드 파마로부터 도입한 것으로, 포만감 조절을 통해 체중을 줄이는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도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진입을 위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식약처는 지난 8월 경구용 GLP-1 계열 후보물질 '엘레코글리프론'의 임상 3상을 승인했으며, 현재 대상자 모집이 진행되고 있다. 아밀린 계열 후보물질 'AZD6234'의 국내 임상 3상도 추진할 예정이다.
위고비를 개발한 노보 노디스크는 GLP-1 수용체와 아밀린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후보물질 '제나감티드'의 임상 3상을 승인받았다. 기존 개발명은 '아미크레틴'이다.
노보 노디스크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상에서 제나감티드 40㎎을 36주간 투여한 환자들의 평균 체중 감소율은 14.6%였다. 두 가지 수용체를 동시에 표적으로 삼는 접근법이 차세대 비만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방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처럼 국내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임상시험이 잇따르는 배경에는 비만치료제 시장 확대와 함께 치료 방식의 다변화에 대한 수요가 자리하고 있다. 기존 주사형 GLP-1 계열 치료제에 더해 복용 편의성을 높인 경구형 약물과 서로 다른 호르몬 경로를 활용하는 후보물질이 개발되면서 시장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임상 3상 진입이 곧 상용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후보물질별 체중 감소 효과와 장기 안전성, 근육량 보존 여부, 복용 편의성, 가격 및 공급 능력 등이 실제 시장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이 현재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주요 제품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지만, 향후 국산 치료제와 글로벌 제약사들의 신약이 추가되면 경쟁 구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만치료제 경쟁의 초점도 단순한 체중 감량에서 장기적인 체중 관리와 안전성, 환자별 치료 선택권 확대 등으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향후 임상 결과와 허가 여부에 따라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의 판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저작권자 ⓒ 크리스천매거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