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끝까지 함께 하려 했습니다.”
지난 9월 11일 새벽, 인천 옹진군 영흥도 갯벌, 그곳에서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생명을 내어준 경찰관, 故 이재석(34) 경사의 마지막 구조 현장이 뒤늦게 알려지며 사회적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재석 경사는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소속. 7년 넘게 바다와 갯벌을 지키는 해경으로 헌신해왔다. 누구보다 성실했고, 위험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그랬다.
사건 당일, 드론 순찰 업체로부터 갯벌에 고립된 중국 국적의 70대 남성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위험한 상황. 하지만 이 경사는 혼자 갯벌로 출동했다. 원칙적으로 2인 1조 출동이 기본이지만, 시간이 급박했다.
현장에서 그는 다쳐 움직이지 못하던 노인을 발견했고, 자신의 부력 조끼를 벗어 그에게 입혀주었다. 함께 걸어 나가려 했지만, 밀물은 너무 빨랐고 이 경사는 물살에 휩쓸려 실종됐다. 수색 끝에 발견된 그는 심정지 상태였고, 병원 이송 후 끝내 순직 판정을 받았다.
고인은 평소에도 “사람을 먼저 살려야 한다”는 신념을 지녔다. 동료들은 “이재석 경사는 늘 현장 최전선에 먼저 달려가던 사람이었다. 영웅이 아니라, 그렇게 살아온 경찰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의 죽음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동료 경찰관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 경사가 단독 출동했으며 당직 책임자들은 보고를 늦추고, 이후에는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정황을 폭로했다. “그를 영웅으로 만들어야 하니 말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졌고, 가족과 동료들에게조차 사실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양경찰청은 사건의 중대성을 인지하고,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조사를 시작했다.
현재 파출소장과 팀장, 서장 등 관련 지휘부는 대기발령된 상태이며, 출동 원칙 위반과 상황 대응 실패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한편, 해양경찰청 김용진 청장은 해당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실도 “엄정한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故 이재석 경사의 구조 대상이었던 중국인 노인은 무사히 구조되어 생존했다. 중국 정부는 이 경사의 희생에 대해 공식적으로 애도를 표했으며, 그의 용기와 헌신을 높이 평가했다. 그의 순직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공권력의 책임, 현장 대응 체계의 부실, 그리고 조직의 투명성 문제가 모두 얽혀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한 생명을 위해 온 힘을 다한 경찰관이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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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