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나은혜 목사
아침 9시가 되었을까 싶은 시각에 우리집현관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이른 아침에 누구일까? 나는 의아했다. 남편이 그런 나에게 얼른 해명을 했다. “아~ 좀전에 엘리베이터안에서 만난 이웃분인데 우리집에 오겠다고 했었어.”
나는 “아, 그래요? 어쩐 일로 이른 아침에...” 남편은 “응 지난번 우리가 집에 없을때 우리 집에 파이를 구어서 왔던 부인인데 오늘 로아 등교시키고 집에 오다가 조금 전에 엘리베이터안에서 또 만났지. 우리가 집에 있으니까 오늘 파이를 구어서 가져 오겠다고 해서..."
그런 이야기를 빠르게 주고 받으면서 남편은 현관문을 열어 주었고 곧이어서 우리 집과 같은 동의 아래층에 사는 부인이 집안으로 들어섰다. 멋스런 커다란 접시에 잘구어진 견과류파이(케이크)를 담고 가운데 빨강옷을 입은 산타클로스초 하나가 앙징맞게 꼿혀 있다.
나는 이웃부인을 우리집 거실 창가에 놓인 의자로 안내하며 차한잔 들고 가시라고 권했다. 마침 구기자차를 끓여 놓아서 대접 하기에 좋았다. 이웃부인이 설명하기를 구어온 파이는 밀가루를 전혀 넣지 않고 찹쌀가루에다 견과류를 넣어 구운 것이라고 설명 했다.
먹음직한 파이를 가위로 잘라서 남편도 주고 나도 한조각을 먹었다. 찹쌀이 주재료여서 식감이 쫄깃하고 아주 맛있었다. “아유 너무 맛있어요.” 하고 칭찬을 했더니 이웃부인은 “호호... 종종 드시고 싶으면 연락 주세요 제가 또 만들어다 드릴께요.” 한다.
함께 차를 마시면서 이웃부인은 얼마 전에 엘리베이터에서 자기딸에게 어르신(나의남편)이 말해준 덕담 때문에 자신의 딸이 크게 위안을 받았으며 딸의 장래를 위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시점이었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그 내용은 바로 이렇다. 23층에 살고 있는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면서 꽤 여러 이웃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때도 이른 아침이었다. 남편은 아직 저학년인 손녀딸 로아의 등교를 도와 주기 위해 아침마다 딸네집으로 간다. 그런데 그날은 나도 함께 갔다.
그때 이웃부인과 그녀의 초등학생 5학년 딸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아이는 베드민턴채를 들고 있었다. 이웃에게 관심이 많은 나는 아이가 아침에 베드민턴을 치느냐고 물었다. 우리 손녀딸 로아도 방과 후에 특활로 베드민턴을 치기에 관심이 더 가져졌다.
그런데 이 아이는 수업 시작하기 전에 일찍이 학교에 가서 베드민턴을 친다는 것이다. 나와 그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을 지켜보던 남편이 한마디 덕담을 했다. "너는 베드민턴을 아침부터 이렇게 열심히 치니까 얼마전에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서 국위선양을 한 안세영선수처럼 될것 같구나."
그말을 들은 아이의 엄마인 이웃부인의 얼굴에 환하게 웃음이 퍼져나갔다. "어머나 감사합니다. 그런 좋은 말을 해주시다니 고맙습니다. “ 그후 남편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부인이 자기가 파이를 잘 굽는데 한번 구어서 가져오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웃부인은 자신이 말한대로 파이를 구어서 우리 집을 찾아 왔었고 우리는 주말마다 집을 비우니 만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오늘 아침 엘리베이터에서 남편을 만나자 금새 파이(케이크)를 구어서 가지고 올라온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자녀가 잘 되기를 바란다. 미래가 열려 있는 어린 자녀들이 어찌하든지 잘 성장해서 사회에 유용한 인물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어쩌면 필연)만난 이웃집 어른이 자신의 어린 딸을 베드민턴 국가대표선수가 되어 금메달을 따라고 축복해 주었으니 엄마로서 얼마나 기쁠것인가.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선교지에서 비자제한으로 한국에 돌아와서 늦깍이로 장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신대원과정을 공부하고 있을 때였다. 엄마를 만나러 학교에 찾아온 나의 막내딸에게 신대원 한해 후배이면서 학우회임원 이었던 한 전도사님이 해준말을 잊지 못한다.
그전도사님은 나의 딸을 보더니 “선교사님 따님에게서 ‘장관의포스’가 느껴지는데요. ”딸은 그당시 대학교를 졸업하고 신대원입시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장관의포스’라니... 그러나 나는 곧 깨달았다. 그만큼 내딸이 중요한 인물이 될 것으로 보이는 아우라가 있다는 말임을 말이다.
아무튼 이웃부인의 뜻밖의 방문은 이웃간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었다. 전망 좋은 우리집 창가에서 달달한 구기자차를 마시면서 우리 세사람은 한참 동안 즐거운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나는 최근에 다녀온 ‘유종의미 리더십세미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음에 만나면 리더십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더니 이웃부인은 환하게 웃음을 머금고는 “어머, 리더십 개발은 저에게도 정말 필요한 것이예요 너무 좋아요.” 한다.
집안에 늘 잔잔한 음악이 흐르게 하는 나의음향관리 습관도 한몫을 했다. 이웃부인은 “두분이 너무 멋지게 사시는것 같아요. 무슨 음악인지 모르지만 음악도 잔잔하게 흐르고 집안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하고 마치 덕담의 메아리처럼 덕담을 한다.
나는 이웃부인이 케이크를 가져온 접시에 이번에 C국에 다녀올때 20년지기 이웃이 선물해준 마카오특산 과자(蛋卷)를 담아서 건네 주었다. 대구로 이사온 지 일년이 다되어 가는데 이웃이 우리집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앞으론 내가 좀더 적극적으로 이웃을 초대해서 교제를 나누어야 하겠다.
누가 알겠는가 그러다가 몇몇영혼을 구원하게 될지도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구 사람들이 참 친절하다는 것을 느끼고는 있었지만 덕담 한마디 들었다고 정성스럽게 파이까지 구어다 주는 좋은 이웃인줄은몰랐다.
‘먼사촌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 라는 속담은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서로 돕고 지내는 가까운 이웃의 중요성을강조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어야 서로 도움도 주고 교류를 할 수 있으니 그런 말이 나온 것이다.
우리는 C국에서도 이웃으로 만나서 20년이 지나도록 지금도 서로 도움을 주고 받고 흉허물없이 지내는 좋은 이웃도 있고, 이곳 대구에서도 또 좋은 이웃을 만난셈이다. 그러고보니 우리 가정은 이웃 복이 참 많은 가정이 아닌가 싶다.
의인은 그 이웃의 인도자가 되나 악인의 소행은 자신을 미혹하느니라.
(잠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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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