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나은혜목사
어머니댁에 다녀온 남편 k선교사가 지팡이하나를 가지고 돌아왔다. 어머니가 쓰시는 두개의 지팡이 가운데 하나를 가지고 온 것이다. 나에게 사용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보는 순간 나는 속이 상했다. "싫어요. 절대로 그거 안써요." 나에게 지팡이를 짚고 다니라니...
C국에서 돌아온 지 한주간이 지났음에도 나는 여전히 엉치께의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한주간 물리치료를 받았고 약을 먹었는데도 말이다. 물리치료 받는 동안 좀 나아지는듯 하더니 어제 오늘은 통증이 더욱 심했다.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이거 심각한 병은 아닐까. 입으로는 "주님 감사합니다. 수십년이라는 긴 세월을 다리 아프지 않고 잘 사용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기도 하면서도 나의 내면에서는 이러다가 혹시 영영 똑바로 걸을 수 없다면... 이라는 불안한 마음이 엄습해 온다.
믿음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엉치가 아프니까 엉덩이를 쑥빼고 불안정한 자세로 걷는 내 모습이 영 마음에 안든다. 물찬제비 같던 내 모습은 다 어디로 가고 이렇게 엉거주춤한 자세로 걸어야 하는 현실이 되었는가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집안에서 있을수만도 없는일이다. 때로 밖에 볼일이 있어서 나가야만 할 때는 별수 없이 남편을 붙잡고 의지하고 다닐 수 밖에 없다. 먼거리는 갈 생각도 못하고 동네 안에서 다닐때 말이다. 매번 나는 바짝 남편 K선교사의 팔장을 끼고 매달려 걷는다.
아픈 왼쪽다리에 가능한 힘이 안 들어가게 하려면 오른팔로 남편의 팔을 의지하고 오른쪽 다리에 힘을 주고 걷는 것이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남편이 뜬금없는 소리를 한다. " 당신이 아프니까 더 사랑스럽네. 나를 더욱 의지(依支)하는 모습이 말이지."
사람이 약할때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다. 불과 얼마전만해도 씩씩하게 혼자 C국에 들어가서 사역을 하던 내 모습과는 지금 나의 모습은 너무도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그런데 그렇게 약해진 모습이 남편의 마음에 사랑스런 마음을 불러 일으켰다니 얼마나 역설적인가.
나는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끼며 팔짱을 끼고 걷다가, 문득 주님과 우리와의 관계를 생각해 본다. 주님이 언제 우리를 가장 사랑스러워 하시는가? 우리가 스스로 약함을 시인하고 주님 앞에 나아갔을 때가 아닌가. "천부여 의지 없어서 손들고 옵니다." 라는 찬송가 가사처럼 말이다.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더라도 스스로 강하다가 생각하고 있을 때는 주님을 잘 의지하지 않는다. 그래서 신앙생활의 위기는 춥고 배고플 때가 아니다. 오히려 등 따뜻하고 배부를 때 찾아 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늘 조심해야 할 것은 승리했다고 생각했을 때이다. 무언가 소망했던것을 성취했을때이다.
이때 강한 영적 공격이 오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늘 깨어 기도 하는것 밖에 없다. "늘 깨어서 기도하고 늘 기쁘게 살아가리." 라는 찬송가처럼 살아가야 한다. 주님을 바짝 의지(依支)하는 것이다. 내가 아픈다리로 인해 남편을 바짝 의지해야 걸을 수 있듯이 말이다.
다행히 오늘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은결과 뼈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한다. C국에서 제자양육 성경공부를 하느라고, 전기판넬 바닥에 거의 날마다 3~4시간씩 앉아 있곤 했던 것이 원인인 것도 알게 되었다. 방안이 춥기 때문에 의자에 앉으면 다리가 시려서 따뜻한 바닥에 장시간 앉아 있었던 것이다.
의사 선생님은 새로운 지식도 알려 주었다. 사람의 허리는 서 있을때 가장 힘을 덜받는 상태라는 것이다. 서 있을때 허리가 받는 힘이 100이라고 할때, 의자에 앉아 있을때는 140 이 들고, 바닥에 나처럼 앉아서 일을 하면 180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의자에 앉아서 작업을 할때도 자주 일어나 허리 운동을 해 주는것이 좋다고 하였다. 나는 오늘 비로소 지금처럼 입식 생활이 아닌, 좌식 생활을 많이 했던 우리 선조들이 허리병을 많이 앓은 원인을 알게 되었다.
어르신들치고 허리가 꼿꼿한 분들이 그리 많지 않은것을 보았다. 좌식 생활은 그만큼 허리에 무리를 주는 것이다. 우리 큰할머니도 외할머니도 당숙 아줌마도 외숙모도 모두 늙었을때 허리가 굽어서 다니시는 것을 보았던 기억이 있다.
의자도 푹신한 소파 보다는 등을 곧게 세울 수 있는 의자가 허리에는 좋다고 한다. 결국 나의 병도 C국에서 처음엔 허리가 아팠는데 그 영향으로 엉치가 아픈 것이라는 것이다. 허리 근육에 주사를 두 대 맞았고 약을 처방 받고 물리치료를 받고 돌아왔다.
우리는 병원 근처에 '경희궁' 이라는 갈비탕 전문점이 있어서 점심을 먹고 오기로 했다. 그런데 한그릇에 만원이나 했다. 비쌌지만 다시 나갈수도 없고 두그릇을 시켰다. 그런데 만약 갈비탕 맛이 어땠느냐고 누가 나에게 물어 보는 분이 있다면 한마디로 " 끝내 줍니다!!" 이다.
정말 맛있었다. 흉허물 없는 지인들과 다시 가고 싶을만큼 갈비탕을 맛있게 하는 집이다. 그래서 식당에 손님이 많은것은 다 이유가 있다. 모르는 지역에 가더래도 손님이 많은 식당에 가는것이 지혜이다. 왜냐하면 틀림없이 후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사 선생님은 "가능하면 허리를 쓰지 말고 누워서 많이 쉬세요." 한다. 이번주도 외출은 삼가고 쉬어야만 하겠다. 쉬면서 내가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그래서 얼마나 내가 의지(依支)해야 할 분(예수님)이 필요한 사람인지 더 깊이 묵상하는시간을 갖어야겠다.
여호와여 주의 이름을 아는 자는 주를 의지하오리니 이는 주를 찾는 자들을 버리지 아니하심이니이다(시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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