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깍지교회 이형우목사
목회란 사람을 품고 가는 것이다.
예수님이 제자들을 품지 않았으면 그들이 제자 구실을 했겠는가?
서로 높아지려고 다투는 제자들. 그렇게 말씀으로 가르쳤어도 끝내 나는 주님을 모른다며
세 번이나 부인한 수제자 베드로. 부활하신 예수님이 그들을 찾아가셨다.
못 박힌 손바닥을 보여주시고 옆구리에 손가락을 넣어보고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
하시며 갈릴리 바다에서 밤새도록 헛 그물질하는 제자들을 위해 떡과 고기를 구워 놓으시고 춥지
배고프지 와서 불 좀 쬐고 음식을 먹으라. 나를 사랑한다면 내 양을 먹이라.
그 사랑에 고꾸라져 주님을 위해 그들은 목숨을 버리며 충성을 다했다.
그 모습을 닮아가려 노력하는 것이 목회자의 모습이다.
목회하다 보면 별별 일이 다 있다.
그걸 일일이 지적하고 따지면 내가 먼저 피곤해진다.
모른척 넘어가 주고 알면서 덮어주는 것이 목회라 생각한다.
나는 부 교역자들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 일이 생기면 내가 책임질게.
일 안 하면 문제도 없지만, 발전도 없다. 실수도 하고 성공도 하면서 목회를 배워가는 것이다.
일을 자꾸 만들어서 시도해보라. 그래야 앞으로 내가 목회할 때 실수를 덜 하고 잘할 수 있게 된다.”
고 강조했다. 때로 실수하고 미안해한다.
그러면 “괜찮다. 그러면서 배우는거다.
나도 다 실수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해준다.
어떤 때는 황당한 사건을 겪기도 한다.
성도들이 교역자가 왜 심방도 안 하고 사무실에만 있냐.
아픈 이들도 방문하고 결석하면 심방을 해야지 그냥 있으면 어쩌냐고 내게 말했다.
그래서 아침 조회를 마치고 담당자에게 성도들의 말을 들려주며 심방을 좀 하라 했다.
그랬더니 화를 벌컥 내며 내 앞 탁자에 성경책을 내던지고 문을 쾅 닫고 나간다.
이런 일을 당해본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어처구니없어 가만히 있었더니 한참 있다 들어와서 “죄송하다” 말한다. “괜찮다” 하며 듣기에
언짢을 수도 있겠지. 앞으로 조심하라 주의하고 넘어갔다.
다른 교회 같으면 당장 잘랐겠지만 늦게 신학을 하고 나이 들어 부 교역자로 섬기니 듣기 싫은 말에
자존심이 상했을 거다.
그렇게 사역하다 사임하고 다른 교회들을 몇 교회 다니고는 어느 날 찾아와서 말했다.
“제가 목회를 잘 몰라서 실수했습니다.
다른 교회를 다녀보니 목사님이 얼마나 내게 잘해주셨는지 알겠습니다.
신학교를 졸업할 때 나는 목회를 훌륭하게 하리라 자신했습니다.
그런데 목사님께서 목회하는 걸 보니 완전 바보 목회였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목회하나. 잘못하면 불러다 야단을 쳐야지.
늘 품기만 하는 목사님이 우습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 교회 저교회 다녀보니 목회가 정말 힘들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목사님이 존경스럽습니다. 나도 목사님 같은 목회를 하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지방으로 내려가 개척교회를 세워 보조를 해줬는데 목회를 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또 어느 날은 아침 조회 중 여 교역자 둘이 대판 싸움이 붙었다.
한 교역자가 담당 교구가 아닌데 왜 네가 심방을 했냐면서 구역 침범이라 화를 냈다.
다른 교역자는 지나가는데 전도사님 기도 좀 해주고 가요 하는데 어떻게 그냥 가냐고하며 어쩔 수 없이 기도해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게 뭐 그리 잘못이냐고 한다.
그러자 화를 내던 교역자는 본인 담당이 아니면 나한테 연락을 해서 심방을 하게 해야지
네가 하는 게 도리냐, 구역 침범이다하면서 내 앞에서 이년 저년 감당할 수 없는 육두문자를 쓰며 싸웠다. 아무리 그래도 담임목사 앞에서 삿대질하며 온갖 쌍소리를 할 수는 없지 않나.
나는 웃음으로 싸우지들 말고 사이좋게 목회하라고만 말해줬다.
무슨 말을 거기에 더하랴.
그들이 잘못을 누구보다 더 잘 알 텐데.
바보 목회란 말없이 품는 거다.
그분들은 연말에 둘 다 사직서를 내고 교회를 떠났다.
한 분은 돌아가시고, 한 분은 어디서 지내는지 모른다.
부디 남은 생애 평안하시기를!
요 21:12~13절
배신한 제자들을 찾아가 떡과 고기를 구워주시는 예수님
12. 예수께서 이르시되 와서 조반을 먹으라 하시니 제자들이 주님이신 줄 아는 고로 당신이 누구냐 감히 묻는 자가 없더라.
13. 예수께서 가셔서 떡을 가져다가 그들에게 주시고 생선도 그와 같이 하시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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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