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중요한 호스피스

시흥 새오름가정의원1대원장/새오름병원교회 담임 황승주목사

1. 호스피스의 필요성

2017년 1월 24일 50세의 자궁경부암 환우분이 저희 새오름 호스피스 완화의료 기관에 입원하시게 되었습니다.1년 7개월 전에 정기검진을 받다가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고 서울 원자력 병원에서 방사선치료 후 수술을 하였습니다. 그때 이미 복막에 암이 전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배안의 장이 막혀 복부에 장루를 만들고, 소변도 나오지 않아 관을 신장에 넣어 소변을 빼내는 시술을 받았습니다. 2016년 9월부터는 인천 국제성모병원 완화 병동에 입원해 지내셨는데 고열로 인해 소변에서 균 배양검사를 해보니 독한 세균이 나와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까 봐 격리실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어 저희에게 옮겨오시게 되었는데 처음부터 통증이 심했습니다. 암이 복강뿐 아니라 간, 뼈, 뇌에도 다 퍼져 복부 아래는 물론 골반과 다리 어깨도 많이 아파하였습니다. 그리고 양손이 저리며 좌측 팔다리에 힘이 없어 걸을 수도 없었습니다. 오른쪽 손가락뼈가 부러져 우측 손과 팔에 깁스 하고 있었고 엉덩이에 욕창도 있었습니다.

마음도 불안하고 우울하여 우울증약도 드시고 계셨고 도와주는 가족이 없어 많이 외로워하셨습니다. 결혼 후 남편이 알코올 중독으로 폭력적이어서 견디지 못해 가출하고 여성 노숙자 쉼터에서 생활했다고 합니다. 그 후 자녀 셋과 남편과는 연락이 끊겼고 쉼터와 병원에서만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녀서 기독교 신자로 신앙에 의지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참 불행하고 어려운 환우를 모시게 되어 정성을 다하여 돌봐드렸습니다.

우선 통증관리를 열심히 하여 거의 통증 없이 지낼 수 있었고, 감염에 대해 강한 항생제를 쓰고 수차례

배양검사를 한 결과 균이 없어져 격리를 풀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이었습니다. 격리실에서 벗어나 3명이 있는 병실로 가니 무척 기뻐하였습니다. 마음의 상처가 많고 불안, 두려움이 심하여 우리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도우미 여사님들이 친절히 돌봐드렸더니 마음이 많이 안정되었습니다. 그리고 미술치료 선생님이 어린 자녀를 두고 떠난 죄책감 등 마음의 큰 짐을 풀어드리고 자녀들에게 전하는 예쁜 앨범을 만들어 보여주니 매우 고맙다고 감동하였습니다.

기독교 신자지만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신앙의 혼란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약 4개월간의 신앙지지를 통하여 많이 정리되고 안정되었습니다. 성경 읽어드리기, 찬양, 예배, 예수님의 성화와 십자가 보기 등 목사와 전도사가 힘을 기울여 주니 믿음의 확신과 하늘나라의 소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4개월이 좀 지나 6월 1일에 조용히 생을 마감하고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만일 이 분이 호스피스 혜택을 받지 못하고 일반병원이나 요양병원에 있었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의료적으로는 처치해 주었다 하더라도 통증 관리는 제대로 안 되었을 것이고 특히 심리, 사회적인 문제와 영적 신앙의 문제는 도움을 받지 못하여 불행한 가운데 임종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죽음을 피할 수 없는 말기 환자들에게는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정말 필수적이고 특히 신체적 심리적 영적 고통이 심한 분들에게는 호스피스 돌봄이 없어서는 안 됩니다.
1. 호스피스란 무엇인가?

‘호스피스’란 말을 전에는 모르는 분이 많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뜻을 정확히 알고 있는 분들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호스피스는 ‘죽으러 가는 곳’이라고 오해하여 말기 암 진단을 받고도 호스피스를 기피하는 분들이 아직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말기 암 환자 중에 호스피스를 받는 사람이 2015년 통계로 15%에 불과합니다. 영국 95%, 미국 43%, 대만 30%에 비하면 아직 매우 적은 편입니다. 호스피스의 목적은 말기질환 상태에서도 삶의 질을 높여 여생을 고통 없이 편안하고 사람답게 살다가 아름답게 임종하도록 돕는 것인데, 이 사실을 모르고 더 오래 살고 싶다는 욕망으로 거부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호스피스(Hospice)는 서양에서 중세시대에 순례여행자, 병든 자, 임종 환자들을 돌보는 자선 활동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1960년대에 영국의 간호사, 사회복지사, 의사인 시스리 손더스 박사가 현대 의학을 호스피스에 접목해 현대적 의미의 호스피스, 즉 ‘호스피스완화의료’로 발전시키게 되었습니다. 손더스 여사는 암 환자를 괴롭히는 통증을 신체적 통증뿐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영적 고통까지도 포함한 ‘전체적 통증’으로 규정하고 이것을 감소시켜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주요 임무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리고 통증 조절을 위한 마약성 진통제의 사용을 체계화하고, 돌봄의 대상을 환자뿐 아니라 가족 및 사별 가족까지 포함하였습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호스피스를 포함한 완화의료를 ‘말기질환에 직면한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접근법으로 통증 및 다른 신체적, 정신적, 영적 문제들에 대한 조기발견과 전인적 평가, 그리고 치료를 통한 고통의 예방과 경감을 목적으로 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2002년). 그리하여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치료나 연명 중심의 의료와는 많이 다른, 포괄적이고 전인적인 인간존중의 의료복지서비스체계인 것입니다.

2. 말기(암) 환자와 가족의 고통

의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치료해서 더 이상 호전될 수 없는 말기 환자들은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말기질환 상태에 있다가 임종하시는 분들이 전체 사망자의 약 70% 정도인데. 이분들은 인생의 마지막 시기에 질병으로 인한 고통에 시달리게 됩니다.

특히 말기 암 환자들의 고통은 매우 큽니다. 먼저 신체적으로 대부분 통증이 심하고 구역 구토, 복부팽만, 불면, 호흡곤란, 기침 가래 등의 증상으로 고생하게 됩니다. 통증이 심한 분들은 빨리 주사 한 방 놔서 죽여 달라고 안락사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2년 전 만났던 50대 초의 한 여자 분은 대장암 말기로 몸과 마음의 고통이 심하여 3번이나 안락사를 간절히 요구했었습니다. 이런 상태의 환자를 보는 가족들도 비슷한 마음의 고통을 겪게 됩니다. 또한, 사회 경제적 고통도 심합니다. 하던 일을 그만두게 되고 대인관계도 단절되며 집안 식구들에게 부담을 주고 경제적으로도 어렵게 됩니다.

가족들은 환자를 돌보 는 것으로 인해 사회적 활동의 제약을 받아 직장이나 학업도 중단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주 간병인으로 일하는 가족은 개인 생활을 거의 포기해야 할 정도에 이릅니다. 그래서 경제적 어려움도 심각해지는 분들이 많습니다. 가족들은 환자가 걱정할까 봐 말도 못 하고 그 고통을 감내하느라 힘겨운 나날을 지내게 됩니다.

마지막으로는 영적 고통입니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으니 몸과 마음이 무너지고 두려움과 허무함, 외로움과 절망감이 덮쳐와 영혼의 괴로움이 심각합니다. 환자뿐 아니라 가족도 영적 고통을 같이 느끼게 됩니다. 왜 이런 고통이 우리 가정에 오게 되었나? 도대체 이 일은 무슨 뜻이 있는 것인가? 누구의 잘못인가? 등 의문과 고민이 큽니다.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종교적 회의와 함께 죄의식이나 원망을 하기 쉽습니다. 인간은 기본적인 영적 요구로서 하나님과 바른 관계, 인생의 뚜렷한 의미와 목적을 가지고 살고자 하는 의욕, 서로 사랑의 관계 속에서 만족하고자 하는 것, 미래에 희망을 품고 살고 싶은 것 등 4가지를 원하는데, 말기상태에서 이러한 영적 요구들이 모두 좌절되므로 심한 영적 고통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가족 중에서 늘 옆에서 간호하는 분은 약 80% 정도가 우울 증상을 보이고, 18% 정도가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합니다. 실제 자살을 시도한 가족이 2.8%였다고 한 연구보고서는 발표하였습니다.
3. 호스피스완화의료 돌봄의 단계

이런 사실을 볼 때 말기 암 환자 뿐 아니라 가족도 적극적으로 돌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를 위하여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호스피스완화의료가 필요한 것입니다. 호스피스는 이런 환자와 가족을 모셔 우선 통증과 다른 신체적 고통을 주는 증상들을 적극적으로 완화시킵니다. 의사 간호사들이 노력하면 대부분 2-4일 내에 증상이 호전되어 몸이 편안하게 됩니다. 그와 동시에 마음이 평안하도록 친절히 돌봐드리고 속사정을 잘 듣고 위로하며 심리적 문제가 있을 때는 상담을 통하여 해결하도록 돕습니다. 그리고 사회복지사들이 자세한 면담을 하여 가족 관계나 경제적 어려움을 파악하여 적극적인 지원을 해 드립니다. 가족이 소진되어 힘들며 직장생활도 해야 하는 분들은 도우미 여사들이 병간호를 담당하여 가족이 쉬고 사회생활도 할 수 있게 해 드립니다. 그 후 성직자가 만나 영적 고통이 무엇이고, 영적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파악하여 도와드립니다. 기독교인들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하나님의 은혜를 믿고 기도합니다.

이러한 4가지 돌봄을 통하여 기본적인 문제가 우선 해결되고 평안을 얻게 되면, 다음 단계로는 ‘삶의 질’을 높이도록 돕습니다. 여생을 사람답고 보람 있게 살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입니다. 원하시는 대로 산책이나 외식도 하시고,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보며, 외출하여 일도 처리하고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도 가지도록 주선해 드립니다. 다른 사람과 화해하여야 할 일, 정리할 일들, 꼭 하고 싶은 일도 하며 지내게 돕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세상에서의 삶을 준비하도록 영적 성장을 돕습니다.

그러다가 임종이 가까이 오면 평안하고 아름다운 임종을 하시도록 돕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으니 죽음을 평안하고 아름답게 맞이하는 것이 인생의 마무리로 매우 중요합니다. 다가오는 죽음을 회피하려고 발버둥 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입니다.
아름다운 임종을 위해서는 4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먼저 몸의 평안입니다. 임종 전 괴로우면 환자자신도 고생이 많지만, 옆에서 보는 가족도 견디기 힘들고, 사별 후에도 마음의 상처가 크게 됩니다. 그러므로 임종 전 환자들의 몸이 평안하도록 적극적인 증상관리를 해야 합니다.

둘째는 마음의 평안입니다. 죽음 앞에서도 마음이 편하려면 먼저 죽음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대한 큰 후회와 아쉬움이 없어야 합니다. 지난해 10월, 80 넘으신 고령의 할머니가 폐암으로 입원하셨는데 할머니가 암인 것을 모르고 계신 것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도 안 하고 계신 것이 가족들의 제일 큰 걱정이었습니다. 심한 기침과 통증, 식사부진 등을 관리해 드리다가 입원 3일 후 병이 암이므로 나을 수 없다는 것과 임종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인 것을 조심스럽게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환우 분은 그동안 여한 없이 열심히 살았고 할 일을 다 했으므로 괜찮다고 담담히 받아들이셨습니다. 6일 후 편안한 임종을 하시게 되어 가족들이 안도하며 감사하셨습니다. 인생의 후회와 아쉬움이 있는 사람들은 새로운 각도에서 의미를 찾고 남은 일을 내려놓음으로써 평안을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 번째는 사회, 가족 관계에서의 평안입니다.

가족들이 환우의 죽음을 잘 받아들이고 사랑으로 서로 돕는 관계가 되어야 평안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영적 평안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 앞에서 불안과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죽음 자체가 어떤 고통을 몰고 올지, 그 후에 무엇이 어떻게 되는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인간의 영적, 실존적 불안과 두려움은 영원한 하나님의 존재를 믿으며 그의 사랑 안에서 내세의 희망을 품을 때 잘 해결되고 존재 깊은 곳의 영적 평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사실 하나님이 마련해 주시는 낙원과 천국은 이 세상과 비교할 수 없는 영원한 생명의 나라이므로 죽음의 강을 건너 주님의 세계로 가는 것은 정말 복된 일입니다. 이와 같은 네 가지 조건을 갖추어 평안하고 아름다운 임종을 맞을 수 있게 돕는 것이 호스피스의 중요한 일입니다.

환자의 임종 후 사별한 가족들이 매우 힘든 시간을 가지게 되므로 사별한 가족들이 슬픔과 아픔을 잘 극복하고 정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또한 호스피스에서 중요한 업무입니다. 남은 가족들을 잘 도우면 그분들이 가슴 아픈 경험의 교훈을 잘 살려 보람 있고 알찬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호스피스의 원칙과 비전.

이러한 호스피스를 잘하려면 진실한 사랑의 동기로 일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영리나 명예의 목적으로 하면 호스피스를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대상자의 나이, 국적, 경제 상황, 지위, 종교와 관계없이 평등하게 돌봄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또한, 개인에 맞추어 개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상황이 바뀌어도 호스피스는 지속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가정으로 퇴원하면 가정 호스피스로 연계하여 보살펴 드립니다. 이렇게 순수한 사랑과 숙련된 기술로 호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훈련된 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성직자, 자원봉사자가 기본구성원이고 그 외 필요에 따라 약사, 영양사, 요법사, 물리치료사, 심리상담가 등도 참가하여 역할을 하게 됩니다. 각자가 자신의 일을 능숙하게 수행하며 하나의 팀으로 충분한 협력이 이뤄질 때 정말 질 높은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이뤄질 수 있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기관이 8월 1일 현재 79기관으로 1,302병상입니다. 지금까지는 말기 암 환자만 호스피스 대상으로 되었으나 올해 8월 4일부터는 에이즈, 간 경화, 만성폐쇄성폐질환 등이 포함됩니다. 올해 8월부터 가정 호스피스 시범사업이 25개 기관, 자문형 시범사업이 20개 기관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기관들이 많아지고 질적으로도 더 발전되어 말기 환자와 가족들이 원하는 대로 호스피스를 잘 받아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고 사명감을 가지고 호스피스를 할 일꾼들을 많이 양성해야 하겠습니다. 특히 기독교인들이 앞장서서 강도 만난 사람을 돕는 선한 사마리아 사람 같은 마음으로 이웃사랑의 실천 하며 호스피스를 열심히 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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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