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 포기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해상 봉쇄 장기화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중동 정세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백악관 상황실 회의를 포함한 연쇄 회의에서 이란 항구를 드나드는 선박을 차단하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조치는 이란의 석유 수출과 외화 수입을 직접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역(逆)봉쇄’ 개념의 해상 통제 전략으로 풀이된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충돌 확대나 개입 축소와 같은 다른 선택지보다 봉쇄 유지가 상대적으로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핵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경제적 압박을 극대화하는 접근으로, 사실상 장기전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WSJ은 이번 조치를 두고 “이란이 오랫동안 거부해온 핵 포기를 강요하기 위해 자금줄을 겨냥한 고위험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은 이란의 주요 수출 자원인 원유 유통을 차단함으로써 협상 테이블에서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란은 앞서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핵 프로그램 논의 유보를 조건으로 한 완화 제안을 내놓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핵 활동 전면 해체와 장기적인 농축 중단을 협상의 핵심 조건으로 고수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이 최소 20년간 핵농축을 중단하는 수준의 강력한 제한 조치를 수용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이는 단순한 활동 제한을 넘어 구조적 핵 능력 제거를 목표로 한 요구로 해석된다.
한편, 봉쇄 전략은 일정 부분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이란이 “붕괴 상태”에 처해 있다고 주장하며 압박 성과를 강조했다. 미국 고위 당국자 역시 WSJ에 “이란이 원유 저장과 판매에 어려움을 겪으며 미국과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기 봉쇄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미국 내 경제와 정치 환경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에너지 가격 상승이 유권자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경우, 공화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 사이에서도 해협 봉쇄나 군사적 긴장 지속이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백악관과 국가안보팀은 이란의 완화 제안을 수용할 경우 협상 지렛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강경 기조를 유지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이번 전략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애나 켈리 부대변인은 “이란 항구에 대한 봉쇄는 핵무기 획득을 저지하기 위한 협상에서 미국의 지렛대를 강화했다”며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보장하는 합의만을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협상 압박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글로벌 공급망 불안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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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봉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