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속담에 누구의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주어는 부모가 될 수도 있고 어른이 될 수도 있지만 최근에는 아내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라는 말들을 많이한다.

그런데 나는 남편말 잘 들어서 떡(좋은일)이 생긴 일을 나누어 보려고 한다. 우리 부부는 지난 금요일에도 김포로 올라왔다. 사우동에 있는 병원에 들려서 약을 받을 일이 있던 남편과 함께 나는 동행했다. 사우역은 지하철을 풍무역에 내리지 않고 한정거장 더 가면 되었다.

그런데 병원에서 약을 받아 가지고 나온 남편이 뜻밖에 제안을 한다. “당신 지난번에 쓴 수필을 읽어 보니까 장기동에 있는 카페 아페시스에 나와 함께 커피 마시러 간다고 했던데 오늘 아예 들렸다가 가지.”

물론 내가 그런 글을 쓰긴 했지만 언제 가겠다고 구체적인 날자를 정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좀 먼 훗날쯤으로 여기고 쓴 글이었다. 아니면 몇 주 정도 후라든가 아무튼 한 주후에 바로 가려는 생각은 전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아, 그 카페에 가는건 다음에 가도 되요. 누구와 약속을 한것도 아닌데요 뭘” 했다. 그런데 남편도 물러서지 않고 “여보! 가기로 했으면 미루지말고 가요. 오늘 갑시다. 오늘 가서 아예 커피 두잔 팔아드리고 옵시다.” 한다.

남편 K선교사가 평소같지 않게 조금 강경하게 말해서 나는 의아하게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남편에게 순종하는 마음으로 그러자고 했다. 우리는 장기역까지 다시 지하철을 타고 갔다. 그리고 도보로 한참을 걸어서 카페 아페시스를 방문했다.

카페입구에 메뉴안내판이 있었다. 인절미팥빙수가 15,000원이라고 쓰여 있는것이보였다. 저녁때 다 되었는데 커피 마시기보다 빙수를 먹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빙수는 좀 비싸기도 하니 그냥 커피 두잔 시켜서 마셔야겠다고 정하고 카페안으로 들어섰다.

나는 이번으로 두번째 만나서 구면이 된 카페지기인 사모님에게 인사를 건넸다. 반갑게 서로 인사를 나누고나서 나는 아메리카노 두잔을 주문하면서 “지난번에 차값도 못내고 왔다고 남편 목사님이 커피마시러 가자고 해서 일부러 왔어요.” 했다.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며 보니 탁자 옆의 벽에 그림 한점이 붙어 있다. 그림의 제목은 바로 그 유명한 ‘돌아온 탕아’이다. 빛과 어둠의화가로 불리는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 판 레인(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의 작품이다.

남편 K선교사가 나에게 그림속 아버지의 두손을 자세히 보라고 한다. 그림속의 돌아온탕자 아들의 등에 손을 얹고 있는 아버지의 두 손중에 오른손은 여성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손으로, 왼손은 남성의 강하고 거친손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아버지의 재산을 가지고 나가서 다 탕진하고 돌아온 아들을 아버지는 무조건적으로 영접해 주고 있다. 인간에게 하나님께서 부어주신 최고의 사랑은 부모의 자식에 대한 끝없이 주는 사랑이다.

바로 그 무조건적인 사랑의 마음으로 아버지의 재산을 다 탕진하고 돌아온 아들을 아버지가 아무 조건없이 받아주고 품어주는 장면이다. 뿐만 아니라 최상의 것으로 아들을 대접해 준다.

그 그림을 보면서 나는 죄인된 인간이 중보자 예수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께 돌아와서 자녀로 회복되는 모습으로 연상되어졌다. 사랑과 용서의 하나님은 회개하고 돌아온 인간의 죄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저렇게 품어 주시는구나.

그런데 꽤 시간이 흘렀는데 커피가 아직 나오지 않는다. 주문한것이 아메리카노인데 시간이 좀 걸리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렘브란트의 그림을 계속 감상하고 있는데, 카페지기이신 사모님이 직접 커피를 쟁반에 받쳐 들고 우리가 앉은 좌석으로 왔다.

어? 그런데 우리가 주문하지도 않은 화사하게 노란 애플망고빙수가 커피 두잔과 함께 쟁반 위에 놓여 있는것이 아닌가? 순간 나는 당혹스러웠다. 이거 주문이 잘못되었나보다 빙수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더욱이 팥빙수도 아니고 망고빙수는 꽤 비쌀텐데…이런 복잡한 생각을 하며 나는 쟁반에 망고빙수와 커피 두잔을 받쳐들고온 사모님을 멋적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쳐다 보았다.

그러자 사모님은 웃으면서 손님이 애플망고빙수를 주문했는데, 만드는김에 한그릇 더 만들어 왔다고 눈짓과 몸짓으로 표현을 했다. 나는 얼른 사모님이 가르키는 쪽으로 시선을 옮겨서 바라보았다.

내 좌석에서 바라 보이는 카페 끝좌석에 젊은 남녀한쌍이 애플망고빙수 한그릇을 가운데 놓고 함께 먹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제서야 나는 전후사정이 이해되어졌다. 아~ 우리에게 애플망고빙수를 선물해 주신다는 거구나 하고 말이다.

우리부부와 비슷하게 카페에 들아와서 애플망고빙수를 주문한 손님이 있었고, 우리부부도 아메리카노 두잔을 주문했다. 카페지기 사모님은 고객이 주문한 망고 빙수를 만들면서 우리를 위해 망고빙수 한그릇 더 추가로 만든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더 걸린것이리라.

그런데 망고빙수를 한입 먹어본 순간 나는 깜짝 놀라고야 말았다. 너무나 맛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망고빙수는 아니래도 이런 저런 빙수를 먹어본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 망고빙수는 처음이다. 빙수는 정말 맛있었다. 입에서 부드럽게 살살녹는 아주 고급스러운 느낌이랄까

남편은 커피를 먼저 한잔 다 마셨지만 나는 커피엔 입만 잠깐 대었을뿐 망고빙수로만 자꾸 숟가락이 갔다. 애플망고빙수 한그릇을 다 먹는동안 “아… 이 빙수 정말 너무 너무 맛있네.”‘하는 소리를 나는 대여섯번 이상은 했을것 같다.

하하하…남편말 잘들었더니 자다가 떡이 생긴것이 아니라 애플망고빙수가 생긴 것이다. 남편이 자기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라하더라도 미루지 말고 신속히 지키라고 했을때 순종했더니 즐거운 일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실상 이번 일의 주인공은 우리가 아니다.20년간 선교사로 살면서 타인을 섬기는일에는 언제나 익숙한 카페지기 사모님이다. 그분의 사랑이 애플망고빙수위에 듬뿍 얹혀져 그렇게 빙수가 맛있었다는 것을 나는 안다.

내가 네 사업과 사랑과 믿음과 섬김과 인내를 아노니 네 나중 행위가 처음 것보다 많도다
(계 2:19)

글/ 사진: 나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