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년 혜선의 서울 적응기…영화 ‘하나 코리아’가 그린 현실

▲ 이미지출처=muindeokhu

탈북 여성 혜선의 서울 정착기를 그린 영화 ‘하나 코리아’가 현실적인 서사와 묵직한 메시지로 주목받고 있다.  덴마크 다큐멘터리 감독 프레드릭 쇨베르의 첫 장편 극영화인 이 작품은 한국-덴마크 합작으로 제작됐으며, 봉준호 감독의 통역가로 알려진 각본가 샤론 최(최성재)가 각본 작업에 참여했다.

영화는 스물한 살 탈북 여성 혜선(김민하 분)이 서울에 도착해 하나원에 입소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새 출발에 대한 설렘보다는 경계와 긴장으로 굳어진 표정의 혜선은 같은 탈북민 동기들과도 뚜렷한 온도 차를 보이며 이야기를 이끈다.

하나원에서는 혜선에게 제과·제빵이나 네일아트 등 빠르게 취업할 수 있는 직업교육을 권하지만, 그녀는 간호사라는 목표를 굽히지 않는다. “왜 힘든 길을 가려 하느냐”는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혜선의 선택은 단호하다.

브로커 없이 중국을 거쳐 남한까지 홀로 탈출한 그녀에게 삶의 선택은 이미 수많은 고비를 넘어선 결과였다. 아픈 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한 여정 속에서 그는 “독사처럼 살라”는 어머니의 말을 붙들고 버텨왔다.

남한에 도착한 이후의 삶은 또 다른 생존의 과정으로 그려진다. 학업과 생계를 동시에 이어가야 하는 현실 속에서 혜선은 늘 부족한 시간과 돈, 그리고 낯선 사회적 시선과 마주한다.

그럼에도 시간이 흐르면서 혜선은 점차 서울 생활에 적응해간다. 북한 억양은 옅어지고, 간호사라는 꿈은 점점 현실에 가까워진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하나원에서 만난 한 여성에게 이유 없는 적대감을 받는 장면은 탈북민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과 편견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혜선은 그 상황에서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묵묵히 감당하며 또 다른 현실을 견딘다.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은 이 작품을 위해 약 30명의 탈북민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2010년 다큐멘터리 작업을 위해 한국을 찾은 뒤 분단 현실에 관심을 갖게 됐고, 실제 인물 ‘효린’의 경험을 바탕으로 극영화의 서사를 구성했다.

당초 다큐멘터리 형식도 검토됐지만, 관객들이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 몰입할 수 있도록 극영화 형식을 선택했다.

영화는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내레이션을 통해 혜선의 내면을 따라간다. 큰 감정의 폭발 대신 담담한 독백이 이어지며, 관객은 그의 삶을 조용히 따라가게 된다.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 뒤에는 평범한 삶을 향한 강한 열망이 숨겨져 있다. 생존과 꿈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혜선의 이야기는 단순한 탈북 서사를 넘어 한 청년의 성장기로 확장된다.

‘하나 코리아’는 낯선 사회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한 개인의 여정을 통해, 정체성과 삶의 방향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저작권자 ⓒ 크리스천매거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송혜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