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이면 괜찮겠지'가 부른 참사…교통사고 사망자 10명 중 1명은 무단횡단

▲ 이미지출처=commons.wikimedia.org

최근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횡단보도에서 발생한 무단횡단 사고가 온라인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보행자 신호가 적색인 상황에서 한 여성이 갑자기 도로로 뛰어들어 차량과 충돌하는 장면이 블랙박스 영상에 담기면서 "운전자가 피할 수 없는 사고였다"는 반응과 함께 보행자 안전의식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각종 통계를 보면 무단횡단은 여전히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교통사고 사망자의 약 10%가 무단횡단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2025년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30일 동안 횡단보도가 있음에도 다른 곳으로 길을 건넌 적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73.4%였다. 다시 말해 국민 4명 가운데 1명 정도는 최근 한 달 안에 무단횡단을 경험한 셈이다.

무단횡단 금지 준수율은 최근 3년 연속 70%대에 머물고 있어 보행 안전문화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공단이 보행자 교통사고 다발지역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보행자 10명 가운데 약 2명은 횡단보도가 아닌 곳을 이용해 도로를 건넌 것으로 나타났다.

무단횡단 이유는 대부분 "충분히 건널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이어 횡단보도가 멀리 있거나, 위험하지 않을 것 같아서, 급한 일정 때문이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무단횡단에 대한 오해도 적지 않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횡단보도나 육교, 지하도 등 횡단시설이 설치된 곳에서는 반드시 해당 시설을 이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횡단시설이 없는 도로에서는 가장 짧은 거리로 건너는 것이 허용된다. 따라서 시골길이나 횡단보도가 멀리 떨어진 도로에서는 교통 상황을 살피며 횡단하는 행위 자체를 무단횡단으로 보지 않는다.

그러나 횡단보도에서 보행신호를 위반하는 경우는 명백한 무단횡단이다. 최근 홍대입구역 사고처럼 적색 신호에 횡단보도로 뛰어드는 행위 역시 도로교통법 위반에 해당한다.

무단횡단은 단순한 교통법규 위반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요인이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지난해 횡단보도 외 횡단 중 발생한 보행자 교통사고는 5천484건이었다. 이 가운데 234명이 숨지고 5천378명이 다쳤다.

이는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9.1%에 해당하는 규모다. 최근 5년간도 무단횡단 사망자는 매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약 10%를 차지하며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횡단보도 안에서도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횡단보도 내 보행자 사고로 숨진 사람은 250명으로, 도로를 건너다 숨진 보행자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횡단보도에서 사고를 당했다.

전문가들은 상당수가 보행신호를 무시한 채 서둘러 길을 건너면서 발생한 사고로 분석하고 있다. 홍대입구역 사고처럼 중앙버스전용차로 정류장 주변은 무단횡단 위험이 높은 장소로 꼽힌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서울 중앙버스전용차로 정류장 주변에서 발생한 보행자 교통사고는 일반 가로변 버스정류장보다 5배 이상 많았다.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는 심리와 도로 중앙까지의 거리가 짧아졌다는 인식이 맞물리면서 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무리하게 횡단하는 사례가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앙버스정류장 횡단보도 이용자를 조사한 결과 정상적으로 신호를 지켜 건넌 보행자는 57.8%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신호위반이나 비정상적인 보행 행태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무단횡단 사고 대부분이 자신의 판단을 과신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지적한다. 차량이 멀리 있다고 판단하거나 "충분히 건널 수 있다"는 생각으로 도로에 진입하지만, 운전자는 돌발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고 제한속도를 지키더라도 제동거리를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무단횡단은 몇 초를 아끼려는 선택이 평생 후회할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보행자는 신호를 준수하고, 운전자는 언제든 돌발 보행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제로 방어운전을 해야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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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봉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