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해제도 혼자 못 한다”…경찰, 제주 사건 계기로 ‘이중 승인’ 도입

▲ 이미지출처= 장미란님 가족 제공

실종 사건을 담당 경찰관이 사실상 단독으로 전산 종결할 수 있었던 현행 관리체계에 제동이 걸린다. 경찰이 실종 사건 해제 과정에 관리자 승인을 의무화하는 등 전산 시스템 전반을 손질하기로 했다.

제주에서 장기 실종된 30대 여성 사건을 둘러싸고 담당 경찰관이 실제 안전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경찰은 실종 사건의 초기 대응과 종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차단하기 위해 관리·감독 절차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앞으로 실종 사건 담당자가 사건 해제를 요청하면 팀장이나 과장 등 관리자가 해제 사유와 전산 입력 내용 등을 직접 확인한 뒤 최종 승인하게 된다.

현재도 팀장이나 과장 등 관리자를 통한 처리 적정성 검토가 이뤄지고 있지만,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상 실제 사건 해제는 담당자가 직접 처리할 수 있다. 보고와 검토가 이뤄지더라도 최종적인 전산 해제 단계에서 담당자의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있었던 셈이다.

경찰이 마련 중인 개선안은 이 같은 구조를 보완해 ‘담당자 요청-관리자 확인-최종 승인’이라는 이중 확인 절차를 전산상으로 강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관리자는 담당자가 입력한 해제 사유와 사건 관련 정보가 실제 보고 내용과 일치하는지 확인한 뒤 승인하도록 할 예정이다. 담당자가 잘못된 정보를 입력하거나 충분한 안전 확인 없이 실종 사건을 부적절하게 종결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번 제도 개선의 배경에는 제주에서 발생한 장미란(37)씨 실종 사건이 있다.

장씨는 지난 5월 실종 신고가 접수됐지만 당시 담당 경찰관인 A 경장이 장씨의 안전을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자체 종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A 경장은 당시 장씨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상부에 보고하고 사건을 종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장씨의 통신기록과 해당 경찰서의 자체 조사에서는 두 사람 사이에 통화한 기록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 경장이 상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채 개인적인 판단으로 사건을 종결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더욱이 A 경장은 장씨를 직접 만나 안전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고,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도 관련 내용을 입력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실종아동 등 및 가출인 업무처리 규칙’에는 실종아동이나 가출인이 발견된 경우가 아니더라도 다른 목적으로 신고됐거나 허위 신고로 판단되는 경우 관련 내용을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규정이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서 해당 규정이 어떻게 적용됐는지와 사건 처리 과정 전반을 확인하고 있다. 제주경찰청은 현재 A 경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문제는 잘못된 종결이 실제 수색 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장씨 사건은 최초 실종 신고가 종결된 지 두 달여 만인 지난달 19일 가족이 다시 실종 신고를 하면서 수색이 재개됐다. 하지만 시간이 상당히 흐른 탓에 당시 장씨의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이 이미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대응 과정에서 사건이 제대로 관리됐다면 확보할 수 있었던 정보가 사라지면서 경찰의 행적 추적에도 어려움이 커진 것이다.

실종 사건은 신고 직후의 신속한 확인과 정보 확보가 중요한 만큼, 사건 종결 과정에서의 작은 오류가 장기간의 수색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이 이번 시스템 개선을 서두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찰은 약 한 달 안에 전산 시스템 개선 작업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제주 실종 사건을 계기로 개선 필요성이 더욱 부각돼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은 실종 관련 정보를 한곳에 축적하고 수사를 지원하기 위해 2011년 도입됐다. 경찰서 실종수사팀 등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관들이 실종자의 과거 신고 및 발견 이력 등을 조회하고 사건 관련 정보를 입력하는 데 활용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단순히 정보를 축적하는 시스템을 넘어, 사건 처리 과정 자체를 상호 검증할 수 있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실종 사건의 종결 여부를 담당자 개인의 판단에만 맡길 경우 부주의나 판단 착오가 장기간의 수색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관리자의 실질적인 확인 절차를 전산 시스템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의 이번 조치는 결국 ‘누가 사건을 종결했는가’보다 ‘종결하기 전에 무엇을 확인했는가’를 전산상으로 남기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제주 사건을 계기로 마련되는 이중 승인 절차가 실종 사건 초기 대응의 허점을 보완하고, 부적절한 종결을 막는 실질적인 안전장치로 기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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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