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한 국물요리, 밀푀유 나베

천개의 나뭇잎

▲ 노정희작가  
동그라미약선연구원장 강사, 푸드스토리텔러, 수필가, 요리연구가

여름의 막바지부터 비가 내렸다. 초가을 장마라니. 태양을 가린 먹구름 아래에서 산천의 열매는 몸집 키우는 데 애로가 많았다. 물론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일조량 감소로 기분은 울적하고, 축축한 환경에 몸은 찌뿌둥하다. 아침저녁으로 살갗을 파고드는 한기 역시 몸을 지치게 한다. 환절기에는 자칫 감기에 걸리기가 쉽다. 코로나19로 인해 재채기만 해도 눈총을 받는 시기가 아닌가. 이럴 때는 뜨끈한 국물 요리로 몸을 덥혀주는 게 상책이다.

국물 요리에는 국, 탕, 전골, 찌개가 있다. ‘국’을 ‘탕(湯)’이라고도 하는데, ‘탕’은 한자를 받아들인 ‘국’의 높임말이다. 제사상을 차릴 때 ‘탕을 올린다’라고 하는 맥락과 같다. 찌개는 재료를 많이 넣어 국보다는 국물을 적게 하여 끓인 것이다.




전골은 주재료와 채소를 넣고 육수를 부은 다음 익혀 먹는 즉석 냄비 요리이다.

재료에 따라 전골 이름이 달라진다.



언론인 장지연이 저술한 ‘만국사물기원역사(萬國事物紀原歷史)’에는 “상고시대에 진중에서는 기구가 없었다. 군사들의 전립을 철로 만들었기에, 자기가 쓴 철관을 벗어 음식을 끓여 먹었다. 이것이 습관이 되어 여염집에서도 냄비를 전립 모양으로 만들어 고기와 채소를 넣어 끓여 먹는 것을 전골(氈骨)이라 하였다.”라고 유래를 밝혔다. 여러 문헌에서도 이와 비슷한 설명을 하고 있다.

혁신은 언제나 작은 틈새에서 발생한다. 쇠고기와 배추를 넣어 맑게 끓이는 전골과 흡사한 음식이 ‘밀푀유 나베’라는 이름으로 탄생했다. ‘밀푀유 나베’는 프랑스어 ‘밀푀유(millefeuille)’와 ‘냄비 요리’를 말하는 일본어 ‘나베(なべ)’를 붙여 만든 합성어이다. 채소와 고기를 모양내어 냄비에 안치고 국물을 부어 끓이는 퓨전 일본식 요리이다. 전골인 양, 샤부샤부인 양 모호하지만 화려하게 차려 눈을 즐겁게 하고, 먹는 재미까지 주고 있다.

‘밀푀유(Mille-feuille)’는 겹겹 층을 이룬 ‘퍼프 페이스트리(Puff pastry)’에 달콤한 크림을 곁들여 만든 프랑스 디저트이다. 겹겹 쌓았다는 것을 ‘천 개의 나뭇잎’으로 표현했다. 밀푀유는 ‘나폴레옹’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밀푀유와 비슷한 이탈리아 나폴리의 전통 디저트 ‘나폴리탱(Napolitan)’이 와전되어 ‘나폴레옹’이 되었다. 채소와 고기를 겹겹 쌓아서 ‘천 개의 나뭇잎’으로 이름 붙이는 아이디어, 눈여겨보고 살짝 변형시켜 새로운 음식으로 탄생시키는 노하우가 바로 혁신인 것이다.

배추와 쇠고기를 넣어 전골과 비슷한 밀푀유 나베를 만든다.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도마 위에 배추와 깻잎 등 채소와 쇠고기를 차곡차곡 쌓는다. 냄비에 안칠 수 있는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버섯과 기타 재료를 같이 넣어 장식한다. 배춧값이 비싸서 망설여진다면 양배추를 사용해도 된다. 식성에 맞는 육수를 만들어 붓고 소스를 곁들인다. 소스 만들기가 번거롭다면 시중에 판매하는 쯔유(일본식 맛간장)에 생수를 섞고 고추냉이를 넣으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Tip: 배추는 달고 시원한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폐와 위에 좋은 작용을 한다. 한여름의 열기를 식혀주고 건조한 것을 촉촉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쇠고기는 달고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위와 비장에 귀경하며 몸의 기운을 돋우어 준다. 찬바람 도는 환절기에 좋은 식재료들이다.























글/사진▶ 노정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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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