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안의 훈훈한 풍경

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나은혜 목사

이번 주 금요일에도 우리 부부는 어김없이 대구역으로 가서 무궁화열차를 탔다. 처음엔 정말 지루하게만 느껴지던 완행열차다. 그런 기차 여행도 몇개월이 지나니 이젠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열차 좌석에 한시간 이상 앉아 있어 허리가 아프면 잠시 열차안을 벗어나서 연결복도에 나가서 찬공기를 쐬기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몇걸음 걷다가 들어오면 또 좌석에 앉아서 한시간은 너끈히 갈 수 있다.

그런데 내가 기차여행 하면서 제일 즐거운 시간은 김밥을 먹는 시간이다. 나는 기차표를 예매할때 주로 5호차를 많이 예매한다 왜냐하면 카페처럼 탁자가 있는 4호차가 바로 옆칸에 있기 때문이다.

11시쯤 되면 나는 벌써 점심 먹을 준비를 한다. 무궁화호는 좌석에 탁자가 없어서 음식을 먹기는 불편한감이 있다. 그래서 나는 점심을 먹기 전에 4호차를 미리가서 살펴본다. 때로 4호차에 손님이 꽉차 있을땐 그냥 본좌석의 앉은 자리에서 김밥을 먹기도 한다.

하지만 4호차에 손님이 적고 창밖을 향해 탁자가 놓인곳이 비어 있으면 나는 남편 K선교사에게 손짓을 해서 오라고 한다. 밥 먹을 자리가 확보되어 있다는 신호를 보내면 남편은 도시락과 음료가 든 가방을 가지고 4호차로 온다.

김밥과 함께 집에서 된장국을 만들어 왔을땐 따뜻한 된장국을 컵에 따라서 김밥과 함께 먹는다. 때로는 대구역안에 있는 오뎅집에서 오뎅을 두개사서 국물과 함께 포장을해서 가지고와서 김밥과 함께 먹기도 한다.  김밥을 먹고 준비해온 과일과 커피도 마시면서 창밖풍경을 바라보는 시간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아마도 오래전 선교지에서 익숙하게 다니던 긴 기차여행의 향수가 그리워져서 그런지도 모른다.

4호차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우리 곁을 40-50대쯤 되어 보이는 역무원이 지나가면서 표를 확인한다.
그날따라 나는 물을 가져온것이 부족해져서 역무원에게 열차안에서 생수를 구할 수 없느냐고 물었다.
그는 친절하게도 전에는 자판기를 놓고 생수며 음료수를 팔았었는데 기차가 흔들림이 심하면서 자동판매기가 자꾸 고장이 나게 되어 자동판매기를 치웠다고 설명해 준다. 그러고보니 열차안 풍경이 전과달리 많이 변했다.

KTX가 생기기전 완행 열차안에는 매점도 있었고 승무원이 판매수레를 끌고 다니면서 커피며 간단한 간식종류나 빵, 음식물과 도시락등을 팔았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열차안에서 먹을것을 파는 것들이 없어졌다.


다른것은 몰라도 기차를 타고 가다가 목이 마르면 물은 먹어야 할텐데… 내가 생수가 필요하다고 하자 역무원아저씨는 “그럼 조금기다리세요.” 한다. 나는 역무원들이 마시려고 사다 놓은 생수를 하나 가져다 주려나보다 하고 기다렸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그가 오지 않는다.
에이~ 그냥 허튼 소리를 한것일까 괜히 생수를 가져다 준다고 기다리라고 해서 사람을 기대하게 만들어 놓고는 오지도 않는구나 하고 나는 속으로 저으기 실망이 되었다.

하지만 일말의 기대를 하면서 점심을 다 먹었지만 나는 카페형 열차칸인 4호차를 떠나지 않고 앉아 있었다. 혹 그 역무원이 생수를 가지고 왔다가 내가 그 자리에 없으면 어쩔까 싶어서다. 한참을 더 기다리고 있노라니 역무원이 생수를 들고 다가왔다.

반가웠다. 역무원이 생수를 내밀며 1,100원을 달라고 한다. 좀 길게 정차하는 역에서 내려서 생수자판기에서 사가지고 왔다는 것이다. 자판기에서 생수를 산 비용이니 당연히 내가 지불해야 할 것이었다.

주머니를 뒤져보니 천원짜리 한장만 있고 다른 돈이 없다. “어쩌지요? 계좌이체를 해 드릴까요?”그러자 그는 “그냥 천원만 주세요” 한다. 이렇게 미안할 수가… 열차에서 내려서 물을 사다준것도 고마운데 생수비용까지 덜 받다니…

나는 마침 큰딸이 후식으로 먹으라고 구어서 싸준 초코머핀 하나를 역무원에게 주면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보통 남편과 한개씩 먹으면 되어서 두개를 싸오는데 오늘은 왠지 세개를 가지고 오고 싶었다. 그런데 그 머핀을 먹을 임자가 나타난 것이다.

역무원 아저씨는 우리가 점심을 먹는 바로 그자리 옆에서 머핀 한개를 다 먹고는 참 맛있게 먹었다며 사례를 한다. 나도 흐믓했다. 마침 뭔가 대접할것이 있었다는게 기분이 좋았다.

기차안에서의 일상이지만 참 훈훈한 풍경이다. 친절한 역무원은 생수가 필요하다는 고객을 위해 비교적 정차를 길게하는 역에일부러 내려서 자판기에서 생수를 사다주고(정차하는역마다 자판기가 있지는 않다) 고객은 고마움에 머핀을 대접한다.

5호차인 나의 원래 좌석으로 돌아와서 가방을 뒤져보니 백원짜리 동전하나가 마침 있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 마침 나에게 생수를 사다주었던 역무원아저씨가 열차를 순회하며 앞에서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얼른 백원짜리 동전을 꼭 쥐고 있다가 “아저씨 여기 아까 부족했던 생수값이요.” 역무원은 안받아도 되는데… 하는 표정이지만 내가 내민 동전 한잎을 싱긋 웃으면서 받아간다.

내가 미안해 하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그 날 완행열차안에는 훈훈한 인정이 넘치고 있었다.

각기 이웃을 도우며 그 형제에게 이르기를 너는 힘을 내라 하고(사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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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