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파동

박창진 사회복지법인 “이웃과 함께” 대표이사

▲ 박창진목사/사회복지학 박사, 사회복지법인 “이웃과 함께” 대표이사, 꿈이 있는 마을 원장

작년 5~6월 사이 우리나라에서는 때아닌 소금 파동이 일어났다. 이유는 일본이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위한 핵심 설비 시운전에 들어가는 등 오염수 방류가 임박한 가운데 불분명한 괴소문들이 퍼져 나오면서 국민들의 불안심리가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후쿠시마에서 방류를 하면 그것이 돌고 돌아서 우리나라 염전까지 오고 그곳에서 만든 소금도 오염될 것이기 때문에 그 전에 미리 구입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소금이란 예전부터 몇 년 치를 다량 구입하여 간수를 빼기 위해 묵혀두면서 사용하고는 했지만, 이번 경우는 그것과 판이하게 다르다.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는 오염수 소금을 먹지 않으려는 절실함이 소금 사재기를 불러왔는데 그 여파로 심하게는 10배 이상 가격이 상승하기도 했고, 주문 후 일주일 열흘씩 기다려도 물량이 달려서 구할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것은 이른 새벽부터 700~800명씩 줄을 서서 대기하다가 소금판매소가 문을 열기 무섭게 될 수 있는 수량 것 싹쓸이를 해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소금이 있다는 곳이 있으면 몇 시간씩 차를 타고 와서 구입 하려고 하지만 실제로 소금을 가지고 가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한다. 대형 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정은 매한가지다. 소금은 바닷물을 염전으로 옮겨 약 25일 정도 증발을 시키면 바닷물 염도가 10배 이상 농축되어 소금 결정체가 되는 것인데 그만큼 맑은 날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는다.

그런데 소금을 만들어야 할 봄에 비가 내려서 소금생산량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였다고 한다. 품귀현상은 꾀나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은 2~3년간 묵혀서 간수를 뺀 다음 판매를 하는 주요 판매원인 농협에는 재고가 전혀 없고 햇소금 출하는 7월 초부터나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웬일인지 그때는 소금을 찾는 사람이 없었다.

그 와중에 전국 곳곳의 소금판매소 책임지나 농협 조합장 등은 수천 포씩 빼돌려서 웃돈을 받고 팔아먹는 비리가 벌어졌으니 일반인들은 더욱 구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소금과 절대적 연관이 있는 식품류 즉, 간장, 된장 등 장류, 젓갈, 김치 등을 만드는 회사들도 소금을 구할 수가 없어 하루 사이를 두고 가격이 오르고 또 올랐다.

아쉬운 것은 정부의 대처인데 해양수산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이후부터 2022년까지 286번 천일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했지만, 이중 방사성물질이 검출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하며 일조량 부족으로 잠시 부족할 뿐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는가 하면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자는 고발 조치 등 엄벌에 취하겠다”는 말로 국민의 입을 틀어막고 있다.

국민들은 오염수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필요로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불신과 불안감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2011년 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소금 사재기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심하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천일염 공포는 낭설에 가깝다고 말한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삼중수소는 물의 형태로 존재해 일반적인 물과 화학적으로 동일하다”면서 “천일염을 만드는 과정에서 물은 공기층으로 모두 증발하기 때문에 삼중수소 영향을 받을 일이 없다”라고 말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원전 오염수에 있다는 세슘과 스트론튬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걸러지기 때문에 바다에 배출되어도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일은 없다”라며 “삼중수소 역시 방류구에서 2~3km만 떨어져도 빗물에 섞여 나오는 수준으로 농도가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그런 극미량의 방사성물질이 바닷물, 성분의 약 3%에 불과한 소금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에 있었던 광우병 괴담이 생각났다. 그때 우리 사회는 마치 수입산 쇠고기를 먹으면 모두 미쳐 날뛰다가 죽는 줄로만 알았다. 어떤 여인은 시위 현장에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와 땅을 치며 통곡하면서 “우리 아이들을 이제 어떡하냐?”라며 울었다. 그 일은 나쁜 의도를 가지고 선동했던 자들이 멋진 성공을? 거둔 작품이었다.

이제라도 윤리나 도덕적인 증빙이 이루어 진 것 말고는 국민의 정서를 건드리는 거짓 선동을 하지 말자. 또 어리석게 그런 터무니 없는 말에 부화뇌동하여 꼴뚜기 집에 망둥어는 되지 말자. 하긴, 어렸을 때 할아버지와 이웃분들이 이런 얘기를 나누셨다.

“소가 육식을 하면 미친다”라고 그런데 실제로 어디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출처는 없었다. 쇠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미국에서는 백 년 동안 광우병이 발생한 기록이 없으며 유럽에서도 백 년간 딱 한 건은 있었다고 한다. 88올림픽 때는 당시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 개를 먹는 나라에 대한 후진성과 비난을 하자 보신탕 집을 없에려고 후일 천하의 거짓말쟁이로 웃음거리가 됐던 모 교수가 “보신탕을 먹으면 뭔 병에 걸려 건강을 잃어버린다고 떠벌렸고” 나라에서는 “옳타구나” 하고 그를 앞세워 전 매스컴을 동원하여 떠들어 대는 바람에 전국의 보신탕집들은 하루아침에 문을 닫았고 그 바람에 망해버린 식당 주인들의 자살이 이어졌다.

“사재기”하면 생각나는 것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나자 동네 마트에 생선 통조림이 동났었다. 그런가 하면 이북과 총성만 오고 가도 생수, 휴지, 라면 등을 싹쓰리 하는 바람에 정말 필요한 사람들은 구하지 못하여 애를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언제 어디에나 이럴 때 꼭 나타나는 부류들이 있다. 바로 돈에 눈이 먼 자들이다. 이번 소금 파동도 이런 사태를 미리 짐작한 중간 상인들이 사재기를 했다고 한다. 값이 오르면 팔기 위해서다. 도매인들 뿐만 아니라 개인들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투매를 한다고 하니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소금 관련 회사들이나 수산물을 가공하여 파는 회사들의 주식이 하루 사이에 26.26%나 급등한 곳도 있다고 한다. 지금은 다시 제자리에 와 있거나 더 떨어진 곳도 있다고 하니 시류를 따라 돈 좀 벌려다 크게 손해보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돈을 버는 일이야 누가 뭐하고 할 수는 없지만 국가적인 어려움을 틈타서 이득을 추구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소금 도둑질까지 불러일으킨 이번 일을 돌아보면 과연 소금 몇 포를 미리 사놓는다고 다 해결될 일인가 싶다.

본격적으로 일본의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물을 비롯해 김장철 해수에 절인 배추는 어찌 할꺼며, 각종 장류와 모든 식당에서 파는 음식물에 소금이 안 들어 가는 것은 없다. 게다가 음료수, 과자, 빵들을 안 먹고 지낼 수 있겠는가? 멸치, 꽁치, 고등어, 미역, 다시마 등도 먹으면 안된다는 말인데 그럼 그 많은 해산물도 모두모두 사둬야 할까? 재미있는 일은 정작 소금 소비량이 절정에 달하는 김장철에는 조용히 지나갔다. 그 새에 망각들 하셨나?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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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