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문학: 추석



•즐거웠던 2022년 추석명절

올 추석은 그 어느해 추석보다도 내겐 의미 있는 추석명절이다. 무엇보다 우리 가정에 새 식구가 두사람 더 늘었기 때문이다. 석 주전에 결혼한 아들과 며느리가 추석명절을 맞아 대구에서 올라왔다.

큰딸네 다섯식구도 대구에서 올라왔다. 이번 추석엔 특히 첫돌을 얼마 전에 지낸 셋째 조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외갓집을 방문했다. 수도권에 사는 작은딸도 자가운전을 해서 왔다.

그러고보니 올해는 삼남매가 전부 자가운전을 해서 추석을 쇠러 왔다. 아파트 관리실에 방문 차량의 차량번호를 입력해서 신고해 놓으면 무사통과로 아파트안으로 들어 올 수 있어서 편리했다.

이번 추석에 자녀들은 2박 3일을 혹은 1박2일을 보내고 돌아갔다. 삼남매가 다 결혼을 해서 양가를 다 방문해야 하기때문에 한 곳에서만 추석 휴가를 다 보낼수가 없기도 했다. 때문에 비교적 짧은 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나름대로 좋은 시간을 보냈다.

아들내외가 사온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단연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어린 손주들이 가장 좋아하기 때문이다. 누구의 생일도 아니지만 초 하나를 꼿아놓고 생일 노래를 부르고 불을 끄고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로아가 어린이집에서 배운 빠른 템포의 트롯노래에 맞추어 추는 춤도 어른들에게는 즐거움을 안겨 주었다. 첫돌이 갓 지난 조이도 어찌나 흥이 많은지 누나가 춤을 추면 옆에서 엉덩이를 실룩실룩 온몸을 흔들어 댄다. 까르르… 식구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또 가족들이 모일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맛있는 음식을 먹여 놓아야 그 다음일들이 술술 풀린다. 나는 손주들이 좋아하는 훈제 달걀을 만들어 큰 그릇에 수북이 담아 놓았다. 아이들은 한 아이가 세개씩 훈제 달걀을 먹을만큼 좋아한다.

나는 이번 추석에도 그때 그때 메인 요리를 정해서 가족들이 집중적으로 그것만 먹게 했다. 그래야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본적인 음식은 만들어 놓아야 한다. 즉 갈비를 재워 두고 콩나물, 고사리, 도라지 나물은 미리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쇠고기 무우국도 큰냄비에 넉넉하게 끓여 놓는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탕 종류는 미리 만들어 두어야 한다. 하지만 전 종류는 금방 만들어서 먹어야 제맛이 난다. 그래서 한끼는 동태전을 부치면 다른 전은 하지 않는다.

가족들이 잡채를 좋아해서 잡채도 만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물가가 어찌나 비싸든지 재료를 제대로 쓰지 못했다. 시금치 한단에 7천원 하는 것을 보고 시금치 대신 부추를 넣었다. 재료가 제대로 안 들어갔음에도 식구들은 잡채가 맛있다고하니 다행이었다.

그런데 이번 추석에 완전히 히트친것은 우리집 명물인 녹두빈대떡이다. 다진 돼지고기를 듬뿍넣고 국산녹두를 충분히 불려서 믹서기에 갈은 다음에 후추와 소금, 파 마늘로 양념을 하고 녹두나물을 넣어서 노릇노릇하게 부친다.

사위 며느리 아들 딸이 다 모인 추석 전날 저녁에 녹두빈대떡을 메인요리로 저녁을 준비했다. 노릇 노릇 구어진 녹두빈대떡을 각각 앞접시에 한장씩 놓아 주었다. 실파와 마늘다진것 참기름과 깨 고춧가루를 넣어 만든 양념장과 함께…

두개의 커다란 후라이팬에 녹두 빈대떡을 부치면서 다 먹고 더 달라는 사람에겐 얼마든지 더 가져다 주었다. 이번에 특히 첫돌을 갓 지낸 조이가 손바닥만한 녹두 빈대떡 한 장을 다 먹는 것을 보고 놀랐다.

사위가 가위로 녹두 빈대떡을 작게 잘라서 식판에 주자 조이는 제 손으로 녹두 빈대떡을 다 집어다 먹는다. 태어나서 처음 외갓집에 온 새사람 아기 조이가 외할머니표 녹두빈대떡에 올인한 것이다.

조이뿐이 아니라 조이 엄마인 큰딸도 녹두 빈대떡을 먹고 또 먹는다. 빈대떡에 실파양념장을 얹어서 먹으니 너무 맛있다면서 자꾸만 먹는다. 나는 딸이 한 말이 생각 나서 속으로 쿡하고 웃는다.

“호호… 이렇게 잘 먹으면서 시장에서 만들어 파는 녹두 빈대떡을 몇장 사다 먹자고 했단 말이지…”큰딸은 엄마가 고생 하는 것이 질색이라 뭐든 사 먹자는 주의이다. 하지만 명절날 가족에게 정성들여 직접 만든 음식을 먹이고 싶은게 엄마의 마음인데…

그다음 히트 음식은 추석당일 점심으로 내가 야심차게 준비한 전복갈비탕 이다. 갈비탕은 시간이 걸리는 음식이어서 미리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한다. 갈비탕에 큼직한 전복과 불린 당면을 넣어 끓여서 점심으로 차려 주었다.

지난번 사돈이 보내온 통영전복을 다듬고 씻어 데쳐 두었다가 이번 추석 명절에 열명 식구의 갈비탕에 한마리씩 큼직한 전복을 넣어 주었다. 모두들 갈비탕 국물이 진국이라면서 아주 맛있게 먹는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이번에 인기 있었던 것은 오미자 주스이다. 며칠전 선교사 초청 모임에 갔다가 받아온 오미자액을 얼음과 탄산 수를 넣어서 마셨는데 온 식구가 다 좋아한다 그래서 다른 때 같으면 금방 없어질 식혜가 이번 추석엔 그냥 남았다.

추석 음료로 미리 준비해둔 오렌지 쥬스도 심지어 지난번 제주에서 얻어온 청귤주스 보다도 오미자 주스가 단연 인기였다. 큰딸은 집으로 가면서도 커다란 텀블러에 오미자액과 탄산수와 얼음을 넣어서 가져간다.

그리고 이번 추석에 가장 의미 있었던 것중 하나는 세명의 손주들을 데리고 아침소풍을 간 것이다. 전날 하루종일 운전하고 왔을 사위와 딸을 쉬게 하려고 나는 일찍 일어난 아이들을 데리고 아침을 밖에 나가서 먹자고 했다.

아이들은 신나서 어쩔줄 모른다. 바구니에 밤식빵, 훈제달걀, 치즈와 이오유산균을 챙겨서 아파트안에 있는 들마루가 있는 곳으로 갔다. 남편과 함께 조이는 유모차에 태우고 루비까지 데리고 아침소풍을 나갔다.

손주들에게 아침을 먹이고 놀이터에서 데리고 놀다가 구슬 아이스크림을 사서 아파트 안 정원에 있는 비취파라솔 아래 테이블에서 먹게 했다. 아이들은 신나기만하다. 집에 돌아오니 딸이 “아이들 봐 주신 덕분에 푹 쉬었어요.” 한다.

추석날 점심을 먹고 큰딸과 작은딸이 돌아가고 하루 더 자고 가는 아들과 며느리와 함께 김포의 명소라고 할 수 있는 라베니체 수변공원으로 놀러 나갔다. 수변공원엔 휴일에 놀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댄다.

물가의 벤취에서 아들과 며느리가 사 온 간장치킨과 떡볶이를 먹었다. 사진도 찍었다. 수변공원에 띄운 유명한 반달모양의 문보트를 타고 싶었지만 이미 삼일간 예약이 다 끝나서 더이상 예약을 안 받는다고 한다.

라베니체 문보트까지 탔으면 더욱 근사한 추억만들기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들과 새며느리와 함께 나들이를 한 자체 만으로도 매우 즐거웠다. 집에 돌아와 아들과 며느리는 커피를 마시면서 영화를 보고 우리는 쉴 준비를 했다.

추석 하면 생각 나는 것은 일년중 가장 둥글다는 보름달이다. 그런데 쟁반같이 둥근 보름달 구경을 올해는 하러 나갈 생각도 나지 않았다. 말없는 둥근달보고 이야기를 걸기 보다는 가족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재미있었던 이번 추석이기 때문이다.

땅에 있는 성도들은 존귀한 자들이니 나의 모든 즐거움이 그들에게 있도다(시 16:3)

글/ 사진: 나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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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