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七旬)의 복(福)

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나은혜 목사


남편이 고희(古稀)를 맞았다. C국에서 돌아오자 마자 김포 우리집에서 하루를 쉬고는 대구로 내려갔다. 삼남매가 다 대구에서 모이기로 했으니 아빠 엄마도 이번 아빠생신기념도 겸사해서 추석은 대구에서 쇠자는 자녀들의 의견을 존중해서이다.

아이들도 많고 집도 넓은 큰딸네집에서 모두 모여서 추석을 보냈다. 점심엔 큰딸이 준비해둔 갈비로 갈비탕을 끓여서 먹고 손주들과 송편도 만들어서 쪄서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해외로 출장스케줄이 잡혀 있는 사위가 국내에 있는 동안에 남편의 칠순(七旬)기념으로 가족식사를 자녀들이 예약해 두어서 스시부페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요즘 명절은 외식을 더 많이하는 모양인지 사람들이 대기표를 받고 줄을 서 있었다.

다행히 우리가족은 열명으로 대가족 이어선지 따로 방을 마련해 주어서 기다리지 않고 곧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초밥을 비롯해 여러가지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큰딸네 집에 돌아 오니 아들이 칠순기념현수막을 미리 만들어 두었다가 창문에 걸었다.

현수막 앞에 탁자를 준비해 두고 의자 두개를 준비해 두어 우리 부부를 앉으라고 했다. 아들이 행사를 진행하였다. 며느리가 정성껏 준비한 화사한 생화꽃다발을 선물해 주었다.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외손녀 로아가 율동을 하며 축복의 노래를 불러 주었다.

삼남매가 준비한 아빠의 칠순기념선물은 현금이다. 문득 남편의 회갑(六旬)때가 생각이 났다. 이때는 10년전이니 자녀들의 나이도 어렸고 내가 주관해서 기념을 했다. 그때만 해도 회갑기념을 하는것이 그리 큰 흉이 되지는 않았던 때이다.

가족들과 남편의 제자 지인 친지등 40명 정도가 모여서 서울 신정동의 한정식집에서 남편의 회갑기념모임을 가졌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회갑이나 칠순을 사람들을 초청해서 잔치를 하거나 행사를 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것 같다.

대부분 가족끼리 식사를 하는 정도로 기념을 하거나 자녀들이 패키지로 부모님 해외여행을 시켜주는것 정도로 기념을 하는 가정들이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장수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오래전에 치룬 나의 시아버님 칠순잔치도 기억이 났다.

내가 결혼했을때 지금은 고인이 되신 시아버님은 이미 60세를 훨씬 넘기셨었는데 어쩌다보니 회갑기념잔치를 못했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큰며느리인데 아버님 칠순때는 꼭 잔치를 해 드려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시아버님의 70회 생신이 되었을때 당시 청주에 살고 있던 나는 청주에서 음식을 맛있게 한다는 양식집을 예약해 양식부페로 칠순잔치를 준비했다. 내나이 33살 남편 나이 35살인가 였을 것이다. 막내딸이 세살인가 였으니…

우리가 나가던 교회 교인들과 남편의 학교직장 동료 친척등 아마도 150여명의 사람들이 왔었던 기억이다. 백명 정도를 예상했는데 손님이 훨씬 많이 오는 바람에 양식부페로 준비한 음식이 부족해서 나중에 오는 손님들에겐 부페가 아닌 함박스텍인가로 대접했었던 기억이다.

음식도 유난히 맛있었지만 당시 서울에는 부페가 있었지만 지방인 청주엔 부페개념이 없던 때여서 청주에서 아마 우리가 최초로 부페식으로 칠순잔치를 했다고 한다. 양식집과 상의해서 양식부페를 했던 것이다.

얼마전 시아버님 칠순잔치 행사를 기념으로 촬영해 두었던 비디오를 찾아내어 CD작업을 해서 TV화면으로 보았는데 참 새로웠다. 세아들과 사위는 정장을, 세며느리는 노랑저고리 진핑크치마색 한복을, 두따님은 다홍저고리 회색치마를 곱게 맞추어 입었다. 자녀들이 부부끼리 나아가 부모님께 절을 드리고 예물을 드렸다.

1부로 먼저 예배를 드리고 2부로 손자손녀 일가 친척들이 밴드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며 축하연을 했다. 그처럼 칠순(七旬)또는 고희(古稀)라고 하는 시아버님인생 70세 기념을 친지와 여러지인을 초대해서 잔치로 했던것이 벌써 35년전 일이다.

그런데 지금은 시대가 변해도 너무 변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요즈음은 칠순을 기념해서 잔치를 하면 오히려 이상해 보이는 시대가 되었으니 말이다. 가족끼리 조촐하게 보내는 것이야 문제될것이 없지만…

그래선지 요즘은 팔순(八旬)이나 구순(九旬)잔치를 호텔같은 곳을 빌려서 좀 거창하게 기념하는 것은 종종 볼 수 있다. 장수시대라는 현시대는 마치 80세쯤 살아야 예전의 회갑에 해당하고 90세쯤 살아야 예전의 칠순에 해당하는것 같은 느낌이다.

아무튼 나의 남편은 올해 칠순(七旬)을 맞는 복(福)을 누렸다. 왜냐하면 현대가 장수시대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다 장수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사고사든 병사이든 60세도 못살고 죽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은것도 사실이다.

자녀들이 칠순기념 축하금을 담은 현금봉투안에 이런 편지를 넣고 우리 부부를 그림으로 그려서 주었다.“사랑하는 이빠! 70번째 생신을 축하드려요 ! 10년전 환갑때는 (가족이)6명이었는데, 올해는 11명이 되었네요! 앞으로 10년도 건강하세요!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 삼남매 올림 -”

그러고보니 남편의 회갑때에 비해 얼마나 우리 가족이 부흥했는가 그때는 큰사위만 있어서 6명이었는데, 이번 칠순때는 작은사위, 며느리에 큰딸이 낳은 삼남매(로아 로이 조이)까지 11명이 되었으니 말이다. 우리가정의 원가족이 다섯명이었으니 두배 이상이 된 것이다.

나는 또 슬며시 기대가 된다. 남편의 팔순(八旬)때는 어떻게 되어 있을지 말이다. 틀림없이 우리 원가족인 다섯명의 세배쯤으로 부흥이 되어 있지는 않을까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무어 그리 어려울것도 없을것이다.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


물론 사람의 태를 열고 닫는 분이 하나님이시니 하나님께서 자녀의 복을 주셔야만 가능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저출산 시대에 칠순(七旬)의 복(福)을 누린 남편을 축복하고 축하하면서, 동시에 우리 가정에 생육하고 번성하는 다산의 축복을 주옵소서 하는 간절하고도 복된소망을 가져본다.

너희는 생육하고 번성하며 땅에 가득하여 그 중에서 번성하라 하셨더라.

(창 9:7)




<저작권자 ⓒ 크리스천매거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송혜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