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문학 : 여행



•신혼여행 vs 구혼여행

아들부부는 지난 토요일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떠났다. 우리 부부는 아들의 결혼식을 마치고 일단 우리가 사는 김포로 돌아와서 주일을 보낸다음, 월요일 아침일찍 김포공항으로 갔다.

아들부부는 자신들이 신혼여행지로 택한 제주에 부모인 우리가 오리라고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우린 당연히 말하지 않았다. 갓 결혼한 신랑신부의 신비한 밀월여행에 부모가 낀다면 맥이 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남편이 속한 서부시찰회에서 오래전부터 계획되어 있었던 부부동반 제주수련회였다. 우리는 아들의 결혼식 끝나고 가는 여행이기에 홀가분하고 또 피로도 풀겸 좋겠다고 생각해서 스케줄을 잡았던 것이다.

거기에 더해 아들과 며느리에게 서프라이즈로 갑자기 우리가 나타나서 깜짝 놀라게 해 주면 재미있을것 같았다. 그리고는 맛있고 근사한 저녁을 아들내외에게 사 주는 것이다. 이와같이 아주 그럴싸한 계획을 남편과 나는 머리를 맞대고 세웠다.

결혼식 한주간 전쯤에 나는 넌지시 아들에게 이야기했다. “제주에 사는 엄마의 지인 가운데 P교수님이 계시는데 너희들 신혼여행 오면 밥한번 사주겠다고 하시더라 신혼여행 마치고 돌아가는날 제주공항서 가까운 식당에서 저녁이나 먹고 가렴”

그리고 나는 P교수님과 만날 식당의 사진과 주소를 아들에게 보내 주었다. 아들은 아주 좋아했다. 관광객들이 제주에 가면 한번은 먹고 오는 제주흑돼지 집이었으니 말이다. 아들은 “야~ 대박이네요.” 하며 즐거워 했다.

사실 지난번 내가 제주 여행와서 먹어 봤던 제주흑돼지 구이는 정말 맛있었다. 여간해서 돼지고기는 잘 안먹는 내가 맛있다고 느꼈을 정도니 젊은 사람들은 당연히 좋아할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 그러면 신혼여행 마치고 돌아가는 아들 며느리에게 흑돼지불고기로 영양보충 시켜서 보내면 좋겠다. 나는 정말 그날이 기대가 되었다. 그런데 남편과 내가 은밀하게 준비했던 서프라이즈가 무산되어 버렸다.

왜냐하면 아들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서 저녁을 사 주시는 교수님께 감사의 인사만 전해 달라고 연락을 해왔기 때문이다. 둘러볼 곳이 너무 많아서 저녁을 먹을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에이~ 이렇게되면 안되는데…

서부시찰의 수련회 일정은 2박3일동안 알차게 다 보냈다. 마지막날 오전에 에코랜드에 가서 기차여행을 하며 마치 유럽같은 분위기를 만끽했다. 돌아와서 점심을 먹고 바다가 보이는 근사한 카페에서 차를 마셨다.

그러고나서 대절 버스로 공항으로 가서 헤어지는 일정이었다. 우리는 아들이 저녁을 먹으러 오기 어렵다는 말을 듣고 하는 수 없이 우리가 제주에 와 있다고 알렸다. 아들은 깜짝 놀란다. 왜 아빠엄마가 제주에 있느냐는 것이다.

시찰회 부부동반 여행이 오래전 계획되어 있었다는 것을 듣고 아들은 이해했다. 하지만 아들은 자기들은 몇군데 더 둘러보고 렌트카를 반납한 후 공항으로 온다고 했다. 우리는 일행이 떠난 커피숍에서 세시간 가량을 더 보냈다.

수필을 쓰면서 시간을 보내니 시간은 금방 갔다. 그런데 마침 돌고래가 바닷속으로 떼를 지어 가는 모습이 육안에 포착되었다. 나는 이층에 있다가 일층으로 뛰어 내려가 바닷가에서 돌고래떼가 지나가는 것을 동영상으로 찍는 행운을 누렸다.

아들과 약속 시간이 다 되어 카카오택시를 불러타고 제주공항으로 갔다. 공항안 국수집에서 제주고기국수를 주문해서 짐을 부치고 내려온 아들과 며느리와 함께 국수로 저녁을 먹었다. 30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만남 이었다.

공항 근처의 흑돼지고기집에서 푸짐하게 저녁을 사 주고 싶었던 계획은 이루어 지지 않았지만 국수라도 함께 저녁을 먹었으니 그걸로 만족해야 했다. 아들내외를 보내고 우리는 리무진을 타고 한시간쯤 가서 김녕에 있는 중국어문선교회로 갔다.

어문총무님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날이 이미 어둑해져 있었다. 우리는 준비된 숙소에 짐을 풀고 근처 초등학교로 운동을 하러 나갔다. 운동장은 우레탄이 깔려 있어서 걷기가 좋았다. 시골학교인줄만 알았는데 학교 시설이 매우 훌륭했다.

이튿날 총무님이 아침을 준비해 놓았대서 내려갔다. 중국어문선교회는 600평이나 되는 땅에 모두 세 동의 건물로 되어 있었다. 카페와 숙소, 사무실과 세미나실, 선교자료실까지 잘 갖추어져 있었다.

무엇보다도 넓은 마당과 잔디마당까지 그리고 야자나무까지 있는 중국어문선교회 건물은 너무나 훌륭했다. 중국어문선교회를 오래전부터 오늘까지 섬기는 몇몇 여성싱글들이 귀하기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나는 계속 감탄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좋은 건물을 중국어문선교회에 허락해 주신것에 감사했다. 1996년 나는 중국어문선교회에서 중국어 어학훈련을 받고 이듬해 선교지로 들어 갔었다.

내가 선교지에 가서 선교사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훈련해준 ‘중국어문선교회’와 우리가족이 함께 훈련 받은 서울 목동에 있는 ‘한국해외선교사훈련원’ (GMTC)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곳이다.

점심엔 안식년을 맞아 제주에서 지내고 계시는 타직스탄의 C선교사님을 만나기로 했다. 이젠 폐장한 김녕해수욕장의 고운 모래밭을 거닐면서 사진을 찍고는 시내버스를 타고 C선교사님을 만나러 갔다. 일미도 라는 바다가 보이는 횟집에서 회와 지리탕으로 점심을 먹었다.

점심후 우리는 역시 바닷가에 있는 카페로 자리를 옮겨서 커피를 마셨다. 바다가 통째로 시야로 들어오는 것이 신기했다. 시원한 바다바람이 불어오고 철썩 철썩 소리를 내며 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소리가 시원하기만 했다.

오후에 숙소에 돌아와서 두어시간 쉼을 가진후 어문총무님의 자동차를 타고 함덕해수욕장으로 갔다. 어문대표인 박선교사님이 저녁을 초대해서 저녁을 먹으러 간것이다. 해수욕장이 한눈에 보이는 이층에 있는 제주식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샐러드와 피자 그리고 함박스테이크와 쇠고기볶음밥에 스파게티를 주문했다. 음식은 아주 맛있었다. 그리고 오랫만에 만남을 갖고 이야기를 나누는 우리들의 대화는 저녁식사보다 더 맛있었다.

아침 비행기표를 예매해 두었으니 새벽에 출발해야 했다. 내일부터 태풍이 온다니 어서 제주를 떠나야만 한다. 제주에 사는 사람이야 상관 없지만 여행목적으로 제주에 들린 사람은 태풍이 오면 비행기가 결항하여 발이 묶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날밤 비가 내렸다. 새벽에 일어나 짐을 가지고 버스를 타러 가는데도 우비를 입었다. 총무님은 선교회에서 담근 청귤차를 한통 담아 주었다. 그리고 우산을 쓰고 제주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정류장까지 배웅을 해 주었다.

우리는 공항에 여유있게 도착해서 따끈한 멸치국물의 온담국수를 한그릇 먹고는 비행기를 탔다. 약간 연착이 되었지만 순조롭게 비행기가 이륙하였다. 아들은 4박5일 신혼여행을, 우리는 4박5일 구혼여행을 순적하게 마쳤다. 누가 더 재미있었을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긴다.


여행을 위하여 배낭이나 두 벌 옷이나 신이나 지팡이를 가지지 말라 이는 일꾼이 자기의 먹을 것 받는 것이 마땅함이라(마 10:10)



글 / 사진 - 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나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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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